'제로 슈거' 음료에 설탕 대신 들어가는 인공 감미료 '에리스리톨'이 심장마비, 뇌졸증 등 심혈관질환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 러너 연구소 스탠리 헤이즌 박사는 27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신'에서 심장질환 위험 요소가 있는 사람들은 혈중 에리스리톨 수치가 높으면 심장마비나 뇌졸중 위험도가 2배가량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에리스리톨은 과일과 채소에서 발견되는 자연 탄수화물인 당 알코올의 일종으로 설탕처럼 몸에서 분해되지 않고 혈액을 거쳐 소변으로 배출된다. 이에 '제로 슈거' 음료 등 다이어트 식품에 널리 쓰인다.
헤이즌 박사는 "혈중 에리스리톨 수치가 상위 25%인 사람들은 심장마비나 뇌졸중 위험이 하위 25%보다 2배 높았다"며 "이는 당뇨병 같은 강력한 심장병 위험 요소와 맞먹는 것으로 적지 않은 위험"이라고 밝혔다.
연구진은 이를 검증하기 위해 미국인 2100여 명과 2018년까지 유럽에서 수집된 833명의 혈액을 추가로 분석해 모든 집단에서 높은 혈중 에리스리톨 수치가 심장마비나 뇌졸중, 3년 내 사망 위험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 연구진은 이어진 동물실험에서 에리스리톨이 혈전증을 증가시키거나 혈액 응고를 유발한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이들은 에리스리톨로 인해 혈소판이 응고해 혈전이 쉽게 만들어지게 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혈전이 떨어져 나와 혈관을 타고 심장으로 이동하면 심장마비를 유발하며, 뇌로 흘러가면 뇌졸중을 일으킬 수 있다.
한편, 저칼로리 식품 산업을 대표하는 국제협회인 칼로리 관리 위원회의 로버트 랜킨 이사는 이번 연구진 주장에 대해 "수십 년간 이어진 저칼로리 식품·음료에 대한 과학적 연구와 반대되는 내용"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에리스리톨과 같은 감미료는 식품·음료 사용에 대한 국제 규제 허가에 의해 입증된 바와 같이 안전하며, 일부 연구 참가자들은 이미 심혈관질환 위험이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일반인들에 똑같이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