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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구잡이 설치' 정당 현수막…눈살 찌푸리는 시민들


입력 2023.03.09 05:25 수정 2023.03.09 05:25        박찬제 기자 (pcjay@dailian.co.kr)

옥외광고물법 지난해 12월 개정…장당 현수막, 별도 신고·허락없이 15일간 자유롭게 설치 가능

시민들 "정당 현수막, 출·퇴근길마다 눈에 보여…도시미관 해치고 관심 없는 정치사안 짜증나"

"차라리 지역발전 등 생산적 내용 담겼으면…큰 문제 생기면 정당 별로 하나씩 현수막 달려"

"시에서 가이드라인 마련해 주었으면"…서울시 이르면 이번주 중으로 시 위임 법 개정 국회 건의 방침

지난 7일 오후 서울시 동작구 사당역 인근에 걸려 있던 정당 현수막. ⓒ박찬제 기자

지난해 12월 옥외광고물법이 개정되면서 정당 현수막의 마구잡이 설치가 쉬워졌다. 정치적 현안에 대한 정당의 현수막은 별도의 신고나 허가 없이 15일간 자유롭게 설치할 수 있게 돼 ‘허가·신고·금지·제한’ 대상에서 배제된 것이다. 그러나 도시 미관을 해치는 정당 현수막의 마구잡이 설치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은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서울시는 이르면 이번주 중으로 현수막 관련 사항을 서울시에 위임하도록 하는 법 개정을 국회에 건의할 방침이다.


서울 동작구에 사는 A(35·남) 씨는 "매일 출퇴근길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다 보면 아무래도 정치 문구로 덮인 현수막이 눈에 띌 수밖에 없고, 그렇게 계속 보다 보면 도시 미관을 해치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며 "어떤 때 보면 한 장소에 2~3개가 걸려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좋은 소리도 계속 듣다보면 짜증이 나는데, 관심도 없는 정치 사안이면 금방 눈살이 찌푸려 질 수 있다"며 "차라리 (문구를) 써 놓을 거라면 지역 발전에 관한 내용 같은 좀 생산적인 것들이 담기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동작구의 한 시장 상인 B(48·남) 씨는 "지금은 그래도 1개밖에 안 걸려 있지만 정치적으로 큰 문제가 생기면 한 장소에 빨간색 하나, 파란색 하나, 노란색 하나, 초록색 하나씩 정당 색깔별로 줄줄이 달린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정당들이 생각하는 소위 명당이라는 게 있는지 모르겠는데, 늘 걸리는 곳에는 365일 내내 걸려 있다"며 "이쪽 당에서 걸면 저쪽 당에서도 거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광화문광장 인근에서 만난 직장인 C(31·여) 씨는 "근처에서 공무원분들이 보도블럭 공사를 하고 있는데 낮게 설치된 현수막 때문에 불편한 자세로 일하는 모습을 봤다"며 "설치 장소나 개수를 규제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또 "어떤 현수막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모르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시에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주면 좋겠다"고 요구했다.


시청 광장에서 만난 직장인 D(44·남) 씨는 "정당이 정치 현안이나 정책을 현수막을 통해 알려서 시민들에게 존재감을 나타낼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런데 시청 주변에는 어느 순간부터 정당 현수막이 너무 많이 걸려 있다. 각 정당에서도 필요에 의해 현수막을 설치한 것이겠지만 조금 더 시민들을 생각해 신중하게 생각하고 걸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8일 오후 광화문광장 인근에 걸려 있던 정당 현수막들 ⓒ박찬제 기자

이와 관련해 서울시와 25개 자치구는 지난달 28일 오세훈 서울시장 주재로 개최한 '재난안전시스템 강화 대책' 회의에서 정당 현수막 설치·관리를 위한 최소한의 기준을 마련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시는 이르면 이번주 중으로 현수막의 개수와 표시, 설치 장소 등 제반 관련 사항을 서울시에 위임하도록 하는 법 개정을 국회에 건의할 방침이다. 아울러 시행령도 구체화하는 방식으로 개정할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 법은 설치 기간만 15일로 규정하고 있어 구체적이지 못한 부분이 있다"며 "예를 들어, 현수막의 크기가 굉장히 큰 경우, 강풍에 휘날려서 차도로 떨어지기라도 하면 큰 사고가 발생할 우려도 있기 때문에 현수막 크기나 글씨 개수 등을 구체화·규격화하는 내용도 담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현재 옥외광고물법 관련 국회 건의 사안은 의사결정 과정에 있다"며 "의사결정 과정이 마무리되면 국회에 건의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찬제 기자 (pcjay@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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