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인멸 교사 혐의로도 기소…1심서 징역 6개월·집행유예 2년 선고
재판부 "택시 기사 폭행 및 증거 인멸 교사, 죄책 가볍다고 볼 수 없어"
이용구 "변호인과 논의 후 대법원 판결 준비 할 것"…상고 의지 밝혀
함께 기소된 경찰관도 1심 그대로 무죄…"증거만으로 범행 증명 안 돼"
택시 기사 폭행 등 혐의로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이 항소심에서도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다. 함께 기소된 경찰관 신모 씨도 1심과 같은 무죄를 선고 받았다.
9일 서울고법 형사2부(이원범 한기수 남우현 부장판사)는 오후 2시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운전자 폭행, 증거인멸 교사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차관의 선고 공판을 열었다.
재판부는 이 전 차관에게 적용된 증거 인멸 교사 혐의에 대해 "원심이 적시한 판시 근거와 증거 기록에 비춰보면 1심의 형이 적절하다고 판단된다"며 "피고인이 주장하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 전 차관이 방어권을 남용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피고인이 피해 운전자를 폭행한 장면이 녹화된 장면을 요청했을 뿐만 아니라 운전자 폭행 경위를 부탁하기까지 한 점 등을 고려하면 형사사법 작용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며 "피고인의 이러한 행위는 방어군 남용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원심과 비교해 양형조건 변화가 없고, 원심 판단이 재량의 합리적 범위를 벗어나지 않으면 판결을 존중하자는 것이 대법원 판례다"며 "잠시 정차한 택시 안에서 택시 기사를 폭행한 피고인의 범행은 교통사고를 유발해 제 3자에게 신체 및 재산상 손해를 발생시켜 죄책이 가볍다고 볼 수 없다. 또 형사처벌을 면하려고 증거인멸까지 교사했다"고 꼬집었다.
다만, 이 판결에 대한 양형요소로 재판부는 "피해자와 합의했다"며 "아울러 함께 기소된 경찰관 신모 씨가 내사종결 전에 운전자 폭행 장면을 확인했기에 내사종결 결과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함께 기소된 경찰관 신모 씨에 대해서도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범행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기에 무죄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 전 차관은 이날 재판이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변호인들과 논의한 뒤 대법원 판결을 준비하겠다"며 짧게 입장을 밝혔다.
한편, 이 전 차관은 변호사로 일하던 2020년 11월 술에 취해 택시 기사의 멱살을 잡는 등 폭행하고, 이후 기사에게 1000만원을 건네며 블랙박스 영상을 삭제하고 허위 진술을 부탁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초 경찰은 사건을 내사 종결했으나 이 전 차관이 차관직에 임명된 이후 사건이 알려져 재수사 끝에 기소됐다. 경찰은 반의사불벌죄인 단순 폭행죄를 적용했지만, 재수사한 검찰은 운전 도중 범행한 것으로 보고 특가법상 운전자 폭행죄를 적용했다.
이 전 차관은 폭행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택시 기사에게 증거 인멸을 부탁하지 않았고 기사에게 건넨 1천만원도 합의금이라며 일부 무죄를 주장했다.
1심은 이 전 차관이 기사에게 건넨 돈이 합의금으로는 지나치게 많은 데다 이 전 차관이 기사에게 허위 진술을 부탁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검찰은 1심의 형량이 너무 가볍다며 항소심에서도 1심과 같은 징역 1년을 구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