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청부터 장착·유지·보수까지 불편
2년간 폐차 불가…중고 거래도 제한
장착 후기 좋은 평가 찾기 어려워
“솔직히 신청부터 장착까지 정말 짜증 난다. 3번의 휴가를 써야 했고, 10개월마다 클리닝도 해야 한다. 정말 추천하고 싶지 않다.”
“작은 차는 몰라도 큰 차는 확실히 차이가 난다. 연비 안 나오고 출력도 떨어진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안 달았을 거다. 차라리 지원금을 돈으로 줬으면 폐차를 고민했을 텐데 말이다.”
환경부 노후 경유차 매연저감장치(DPF) 보급 사업에 이용자 불만이 쌓이고 있다. 비용과 품질에 관한 아쉬움은 물론 장착과 유지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편으로 제도 자체에 대한 반감이 상당하다.
환경부는 지난 2005년부터 대기질 개선 사업 목적으로 배출가스 5등급 이하 낡은 경유차량에 대해 DPF 장착을 유도하고 있다.
5등급 차량이 DPF를 장착하지 않으면 미세먼지가 많은 날 차량 운행을 금지할 정도로 환경부는 제도 확산을 위해 노력해 왔다.
제도 시행 18년이 지난 현재 DPF를 장착한 차주 상당수가 현실적인 문제점을 지적한다. 자동차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살펴보면 DPF 제도에 관한 좋은 평가를 찾기 어렵다.
DPF를 장착한 차주들이 가장 많이 불만을 제기하는 대목은 장착과 유지·관리에서 오는 불편이다.
현재 DPF 설치는 크게 8단계로 진행한다. 먼저 본인 차량이 설치 대상인지 지방자치단체에 문의하고, 대상이 맞으면 지원서를 제출하고 기다려야 한다.
저감장치 지원 대상으로 결정되면 자동차환경협회에 문의해 지정된 공업사와 장착 날짜를 정한다. 이때 자동차 등록증과 본인서명사실확인서 등을 준비해야 하는데, 본인서명사실확인서는 인터넷으로 발급이 안 된다. 가까운 주민자치센터를 직접 방문하는 수밖에 없다.
장착도 아무 곳에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지정된 업체에서만 가능하다. DPF 장착 이후에는 3일 내 자동차 구조변경 검사를 받아야 한다. 구조변경 검사와 신청은 교통안전공단 지정검사소에서 담당한다. 일부 지역에는 지정검사소가 없어 인근 지자체로 원정을 가야 한다.
구조변경 신청에 필요한 서류도 복잡하다. ‘자동차 튜닝 후 도면’과 DPF 장착 전후 ‘주요제원 대비표’ 등을 갖춰야 한다. 일반 운전자에겐 생소한 서류들이다. 일반적으로 장치를 장착한 공업사에서 대행해 주는 데 차주가 직접 하려면 상당한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한다.
구조변경이 끝이 아니다. 구조변경 후 50일 이내 성능검사를 받아야 한다. 이 역시 교통안전공단 직영 검사소에서만 가능하다.
이러한 과정을 거처 DPF 장치하는 데 최소 세 차례 이상 시간을 내야 한다. 직장인이라면 휴가를 며칠 써야 하고, 자영업자라면 일을 쉴 수밖에 없다.
경남 양산에서 지난해 DPF를 장착한 A 씨는 “이 정도로 불편할 줄 알았다면 절대 DPF를 안 달았을 것”이라고 했다. 가족과 함께 식당을 운영하는 그는 “차에 장치 하나 달려고 가게를 몇 번이나 비웠는지 모르겠다”며 “이런 점이 안 고쳐진다면 절대 다른 사람에게 추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DPF 장착·등록에 관한 불편과 함께 유지 비용과 차량 성능 저하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많다.
DPF는 장착 이후 대략 1년에 한 번 필터 청소를 해야 한다. 필터 청소(클리닝)비용은 1회에 대략 25~30만원 정도다. 환경부는 3년까지 청소비를 지원한다. 이후로는 오롯이 차주 몫이다.
출력과 연비가 떨어지는 점도 문제다. 크기가 작고 가벼운 SUV 등 승용차는 비교적 괜찮지만 짐을 나르는 화물차는 확실히 차이가 난다는 게 운전자들 공통된 의견이다. 일부 운전자들은 연비와 출력 저하를 이유로 설치한 DPF를 임의로 떼기도 한다.
5년 전 4.5t 트럭에 DPF를 장착한 B 씨는 “이정도까지 (출력과 연비가) 차이 날 거라고 생각 못 했다”며 “차주들이 DPF를 떼는 이유를 몸으로 체감했다”고 말했다.
지원을 받아 DPF를 장착한 차량은 거래와 폐차에도 제한이 있다. DPF를 장착하면 2년간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2년 내 폐차하면 지원금에 대한 위약금을 내야 한다. 의무사용 기한이 지나 폐차할 때 환경부 ‘폐차 지원금’도 못 받는다.
폐차 제한은 중고차 거래에도 적용한다. 따라서 DPF를 장착한 차량을 중고로 구매한 경우 폐차 제한 기한을 살펴봐야 한다. 폐차 후 DPF는 따로 떼어내서 한국자동차환경협회에 반납해야 하는 것도 불편 중 하나다.
B 씨는 “최근 가짜 (DPF) 필터 문제까지 나오던데, 이런 문제점 안 고치면 DPF를 달겠다는 사람은 더 없을 것”이라며 “아니면 차라리 DPF 보조금을 폐차지원금으로 돌려서 낡은 차를 빨리 폐차시키는 게 환경적으로 더 나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구멍난 친환경④] 소비자 외면·짝퉁 활개…허점 드러낸 DPF, 재정비 필요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