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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에 갇힌 한국 야구, 박세웅은 반짝반짝!


입력 2023.03.13 00:00 수정 2023.03.13 07:20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한일전 무실점 이어 체코전 선발 등판 4.2이닝 무실점 호투

1라운드 탈락 위기 빠진 최악의 대표팀 마운드서 홀로 빛나

박세웅 ⓒ 뉴시스

칠흑 같은 어둠에 갇힌 한국 야구대표팀에서도 박세웅(28·롯데)은 반짝반짝 빛났다.


박세웅은 12일 일본 도쿄돔에서 펼쳐진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B조 3차전에서 체코를 상대로 4.2이닝 1피안타 무사사구 무실점 호투했다.


3월인데 최고구속은 시속 150㎞를 찍었다. 슬라이더와 커브로 여러 차례 헛스윙을 유도했다. 그 덕에 WBC 단일 대회 역사상 3위에 해당하는 8개의 삼진도 잡았다.


객관적인 전력상 체코가 호주나 일본보다 전력이 떨어지는 상대지만, 선발 투수의 부담은 매우 컸다. 허무한 2연패로 탈락 위기에 놓인 가운데 체코를 상대로 '최소실점' 승리를 이끌어야 하는 미션을 안았기 때문이다.


WBC 경우의 수를 따져보면 한국이 8강에 오를 수 있는 길은 체코-중국을 모두 이기고, 체코가 호주를 이겨 3개팀이 2승2패로 맞서는 상황이다. 승패가 같을 때는 팀 최소실점을 우선 따져 가리기 때문에 이기더라도 실점을 최소화해야 했다. 이강철 감독도 경기를 앞두고 “(최소 실점을 위해)투수들을 모두 동원해 막겠다”고 말했다.


박세웅은 미션을 제대로 수행했다.


선두타자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운 박세웅은 1회를 가볍게 정리한 뒤 2회는 탈삼진 3개로 끝냈다. 한국 타선은 1회 대거 5점을 올린 뒤 2회 김하성 홈런으로 6-0까지 앞서나갔다. 호투하던 박세웅은 더 힘을 냈다. 땅볼 2개와 뜬공 하나로 3회를 지운 박세웅은 4회에도 삼진 1개를 빼앗으며 체코 타선을 틀어막았다.


5회 들어 2루타를 내주며 첫 출루를 허용했지만, 이어 나온 두 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돌려보내며 ‘안경 에이스’의 위력을 과시했다. 1라운드 한계 투구수(65개)에 근접한 59개를 던지자 이강철 감독은 박세웅을 불러들였다.


체코가 ‘투잡러’들로 구성된 대표팀이라고는 하지만, 파워 만큼은 무시할 수 없는 팀이다. 중국전에서는 ‘KBO리그 홀드왕’ 주권(KT)을 상대로 역전 스리런 홈런을 터뜨려 승리를 따냈고, 일본전에서도 ‘파이어볼러’ 사사키 로키 강속구에 타이밍을 맞출 정도의 타격 기량을 뽐냈다.


박세웅 ⓒ 뉴시스

지난 7일 한신과의 평가전에서 선발로 등판해 2이닝 무실점 호투한 박세웅은 지난 10일 한일전에서도 1.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대표팀은 4-13 대패했지만, 박세웅은 마지막 투수로 등판해 퍼펙트 피칭을 하며 콜드게임을 막았다.


1라운드 2경기 6이닝 1피안타 9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한 박세웅은 현재까지 B조 투수 가운데 가장 빛난다. “한국 야구대표팀에는 강한 젊은 투수들이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던 일본 취재진도 박세웅의 호투를 똑똑히 지켜봤다.


국제무대서도 원하는 공을 던질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는 점은 매우 큰 수확이다.


지난 겨울 롯데와 다년 계약을 맺은 박세웅은 군입대도 미뤘다. WBC라는 국제무대서의 호투를 선보인 박세웅은 와일드카드 자격으로 항저우 아시안게임 승선을 노릴 수 있는 입장이다. 지금의 투구라면 아시안게임에서 대표팀 마운드를 이끌 소중한 자원이 될 수 있다.


한편, 한국은 이미 2패를 당한 상태라 자력 8강(2라운드) 진출이 불가능하다. 한국 야구의 운명은 체코, 중국전을 모두 이긴 후 경쟁팀 결과에 따라 달라진다. 13일 오후 중국전을 치르기 전 B조 8강 진출팀이 가려질 수도 있다. 13일 낮경기에서 호주가 체코를 꺾으면 한국은 중국전을 치르기도 전에 8강 탈락이 확정된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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