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아비규환' 송영길 귀국 현장…"파이팅" vs "구속하라"
24일 오후 2시.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의 B입국장 앞엔 한 눈에 봐도 200명이 훌쩍 넘어 보이는 인파가 집결했다. 어떤 일이 있는지 모르고 그저 지인을 마중 나온 이들의 눈에는 '특급 연예인'이라도 들어오는 것처럼 비쳤을 수도 있다. 그런 착각을 일으킬만큼 다수의 취재진들이 모인 지역은 보안통제라고 적힌 노란 줄로 분리가 됐고, 검은 옷을 차려 입은 수십 명의 경호원들이 지척에 깔리기도 했다.
하지만 B입국장을 통해 나오기로 한 주인공이 도착하기로 한 오후 3시가 조금 넘자 그곳에 모인 이들은 이곳에 모인 목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카메라 기자들을 위해 따로 마련된 별도의 취재 공간엔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하거나 여당인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유튜버가 고성을 지르면서 싸움을 벌였다. 각자 더 좋은 위치에서 방송을 켜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한 쪽에서는 "영기리보이(송영길 전 대표 별명) 힘내라"고 외치고, 다른 쪽에서는 "송영길을 구속하라"고 맞받다가 갈등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이날 인천공항 측이 추산한 집결 인원은 총 300명. 70여 명의 기자와 60여 명의 유튜버를 제외한 약 170여 명은 모두 민주당 측 지지자였다. 이들이 기다리고 있는 건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의 몸통으로 지목된 송영길 전 대표였다. 송 전 대표가 지난 22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이날 오후 3시 5분(한국시각) 비행기로 입국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던 만큼, 송 전 대표의 결단을 응원하기 위해 온 지지자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들은 각자 준비해온 "믿는다 송영길!" "선당후사 송영길!"이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송영길은 청렴하다"는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민주당의 상징색인 파란색 마스크를 쓰거나 파란 모자, 파란 티셔츠 등을 입어 자신이 지지자임을 드러냈다. 인천 계양구에 거주하면서 자신이 민주당 지지자라고 밝힌 57세 여성 전모 씨는 "우리는 송 전 대표와 이재명 대표가 걸어온 길을 그대로 봐온 사람"이라며 "검찰의 탄압이다. 이제 다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돈봉투 의혹' 송영길 귀국…與 "개선장군인 줄 아느냐" 野지도부는 침묵
"개선장군인 줄 아시나."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
"관련 내용은 전혀 이야기되지 않았다."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의 핵심 당사자 송영길 전 대표가 24일 귀국한 것을 두고 여야가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국민의힘은 송 전 대표를 향해 "뻔뻔함의 종지부를 찍었다"며 '민주당의 부도덕성'을 부각하는 데 주력했다. 반면 민주당은 검찰 수사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인 만큼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다.
송 전 대표는 이날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기자들과 만나 "나로 인해 발생한 일이기 때문에 내가 책임 있게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앞장서겠다"라며 "검찰은 주위 사람들을 불러 주변을 돌기 보다는 오늘이라도 나를 소환하면 적극 응하겠단 말씀 드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어떤 일을 당하더라도 절대 회피하지 않고 도망가지 않는다"며 "내가 귀국한 이유도 뭘 도피해 파리에 있는 것처럼 오해하는 분들이 있어서"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송 전 대표는 물론 민주당을 향한 비판을 쏟아냈다. 특히 송 전 대표와 이재명 대표를 연계한 '이심송심(李心宋心)' 공세에 화력을 집중했다.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 송 전 대표 귀국 입장을 언급하며 "'봉투남' 송영길 개선장군인 줄 아시나"라고 비꼬았다. 태 최고위원은 "민주당은 이런 송 전 대표를 두고 '큰 그릇, 자생당생'했다고 한술 더 뜨고 있다"며 "당 대표 이재명을 위시해서 거짓말, 돈 비리, 성 비리로 뻔뻔함의 종지부를 찍고 있는 파렴치함의 끝은 어디까지인가"라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 지도부는 송 전 대표 귀국과 해당 의혹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고위전략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오늘 특별히 송 전 대표와 관련한 내용은 전혀 이야기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송 전 대표와 이 대표 등 당 지도부가 만날 가능성에 대해서도 "논의된 바 없다"고 했다. 이재명 대표도 송 전 대표 귀국 후 기자들의 관련 질문에 묵묵부답했다.
▲민주 원내대표 4파전…돈봉투 반성보단 '尹 성토·계파'에만 집중
더불어민주당의 차기 원내 사령탑 선거를 나흘 앞두고 열린 원내대표 후보자 합동토론회에서 각 후보가 당내 계파주의와 관련한 논쟁을 벌였다. 또 각 후보들은 최근 터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으로 불거진 당내 도덕성에 대한 성찰과 해결 방안 대신 윤석열정부를 실패한 정권으로 규정하고 이에 맞서 싸울 방안을 내놓으며 격론을 펼쳤다.
민주당 차기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한 홍익표·김두관·박범계·박광온(기호순) 의원은 25일 오전 의원회관에서 '원내대표 후보자 합동토론회'를 열고 난상 토론을 벌였다.
이날 토론회는 기조발언에서부터 후보들 간 극명한 의견 차이가 두드러졌다. 가장 먼저 기조발언에 나선 김두관 의원은 "이재명 대표가 무너지면 민주당도 무너진다. 민주당이 무너지면 민주주의도 좌초된다"며 "이재명 대표와 환상적인 호흡을 맞출 원내대표가 누구인가. 민주당의 얼굴인 이재명 대표를 지킬 사람, 윤석열정권의 오만과 폭주의 실정에 맞서는 민주당을 만들 사람은 나 김두관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하면서 처음부터 '계파'를 전면에 내걸었다.
홍익표 의원은 윤 정부의 실책에 대한 비판에 집중했다. 홍 의원은 "윤 정부의 무능으로 민생·경제·안보가 무너지고 있다"며 "윤 정부는 검찰까지 앞세워 우리 당 공격에만 몰두하고 있다. 이 같은 안팎의 어려움을 뚫고 우리는 내년 총선에서 승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