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김남국 사태'로 본 국회의원 윤리규정 사각지대


입력 2023.05.15 06:00 수정 2023.05.15 06:00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재산신고 코인 제외…수십억 깜깜이

백지신탁 無, 법안으로 시세 영향 '꼼수'

충격적 공무 중 투기, 징계 '불투명'

처벌 가능한 로비 의혹은 강력 부인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4일 오전 불이 꺼진 자신의 의원회관 사무실로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출신 김남국 의원의 수십억 단위 코인 투기 의혹이 국민적 지탄을 받고 있다. '부적절한 행태'라는 점에 여야 모두 이견은 없다. 하지만 이 같은 행동을 제한하거나 처벌할 법규가 마땅치 않아 국회 차원의 징계가 가능할지 불투명하다. '김남국 사태'로 인해 역설적으로 공직자 윤리규정의 공백이 드러난 셈이다.


첫 번째 쟁점은 공직자 재산신고 및 공개다. 김 의원의 해명에 따르면, 2021년 1월 보유하고 있던 LG디스플레이 주식을 처분한 자금 9억원으로 가상 자산 투자에 나섰다. 하지만 2023년 재산공개(2012년 12월 기준)에 따르면, 김 의원의 가상자산 내역은 없다. 가상자산이 재산신고 및 공개 대상이 아니어서 "법상 문제가 없다"는 게 김 의원의 입장이다.


하지만 이는 투명한 재산공개를 통해 공무집행의 공정성 및 봉사자로서의 윤리를 확립하겠다는 법의 취지를 무너뜨리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지적이 나온다. 더구나 김 의원의 투자 규모는 해명을 곧이곧대로 믿어도 9억원으로 가진 유동자산의 대부분에 해당할 정도의 큰 비중을 차지한다. 만약 의혹처럼 투자 규모가 60~100억원 수준이었다면 비난 가능성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를 고려해 공직자윤리위원회도 재산변동 흐름 파악 등을 위해 가상자산 보유수량 및 취득가격 등을 변동요약서에 기재해 신고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김 의원은 이를 누락했지만, 명확한 규정이 없어 처벌이나 징계 가능성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다. 재산신고 누락 등으로 유죄를 선고받은 국회의원들이 있지만 이는 공직선거법이 적용된 것이어서 김 의원 사례와는 다르다.


두 번째 쟁점은 이해충돌 부분이다. 김 의원은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를 유예하는 법안을 발의했으며, 또 같은 취지의 법안에 대해 국회 본회의에서 찬성표를 던져 이익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이는 공직자윤리법상 이해충돌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 문제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법률의 경우 예외가 인정된다는 점이다. 김 의원도 이를 근거로 이해충돌이 아니라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은 "그야말로 꼼수"라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극심한 시세 변동과 작은 이슈에도 반응하는 가상화폐 시장의 특성을 이용했음에도 법의 예외규정을 교묘히 이용해 빠져나가려 한다는 것이다. 징계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국민의힘은 국회 윤리위원회에 김 의원을 제소해 둔 상태다.


그럼에도 정치권 안팎에서는 국회 윤리위 차원의 징계를 기대하긴 어렵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국민의힘 원내지도부의 한 의원은 "윤리위에 이미 제소된 건이 많아 김 의원 사안을 심의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예상되며, 내년 총선 전 결론을 낼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며 "국민의힘 내에서도 여론 환기 목적 외에 윤리위 제소 조치 실효성에 회의적이라는 시각이 많았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공무 중 투기? 일반공무원이면 면직감"
21대 국회의원에게 지급된 국회의원 배지 ⓒ데일리안

마지막 쟁점은 '공무 중 사익추구 행위' 문제다. 김 의원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 청문회, 법사위 이태원 참사 질의, 심지어 법사위 법안심사소위 중 코인 거래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직접적인 이해관계는 없더라도 명백히 공무 중 사익을 추구한 행위에 해당한다. 하지만 공직자의 품위유지·성실의무 등 포괄적·일반적 규정 외에 이를 처벌할 다른 법규는 없다.


국회 법사위의 한 관계자는 "입법 불비라기보다는 따로 규정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면서 "국회의원이 상임위 중 게임이나 딴 짓을 해서 비난을 받은 적은 있지만, 돈을 벌기 위해 코인 거래를 한다는 것을 상상이나 했겠느냐"며 어이가 없다는 반응을 내놨다.


또 다른 국민의힘 원내지도부 소속 의원은 "만약 공무원이 국회 상임위에 출석한 자리에서 코인 투기를 하다가 적발됐다면 국회의원들, 특히 민주당 의원들이 그냥 뒀겠느냐"며 "면직까지는 몰라도 그에 준하는 중징계가 떨어졌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국회가 명예와 신뢰를 지키려면 윤리위를 차일피일 미룰 게 아니라 신속하게 김 의원 징계를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법적 잣대가 강하게 적용돼 검찰의 수사로 이어질 수 있는 혐의는 '입법 로비' 의혹이다. P2E 합법화 등의 대가로 코인을 받았다면 이는 '정치자금법'이 적용되는 엄중한 사안에 해당될 수 있다. 이를 고려했을까. 김 의원은 여러 의혹과 논란에 침묵하면서도 '입법 로비' 의혹 만큼은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김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처음에는 불법 대선자금으로 몰아가더니 대선 전후로 ATM에서 현금 440만원을 인출했다고 하니까 금방 쏙 들어가고 이제는 불법 로비 의혹으로 몰아간다"며 "향후 사실 확인되지 않은 오보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경고했다.


한편 김 의원은 14일 민주당을 탈당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 차원에서 진행하던 코인 투자 의혹 전반에 대한 진상조사는 물론이고 공무 중 사익추구 행위에 대한 감사도 중단될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또다시 꼬리 자르기 탈당"이라며 "의원직 사퇴하라는 국민의 명령에 탈당이라는 뜬금포로 대답하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정계성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