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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늦어 죄송"…尹, 한인 원폭 피해자 만나 허리 숙였다


입력 2023.05.20 00:05 수정 2023.05.20 00:10        데일리안 히로시마 = 송오미 기자 (sfironman1@dailian.co.kr)

韓 원폭 피해자 만나 사과…역대 대통령 최초

尹, 21일 기시다와 위령비 참배 계획 언급하며

"피폭 당할 때 국가 옆에 없었다…깊은 사과"

원폭 피해 동포 "꿈을 꾸는 듯한 감격 느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일본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히로시마 한 호텔에서 열린 히로시마 동포 원폭 피해자와의 간담회에 앞서 박남주 한국원폭피해대책특별위 전 위원장의 착석을 직접 도와주고 있다. ⓒ대통령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일본 히로시마를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19일 한국인 원폭 피해자들을 만나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늦게 찾아뵙게 돼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허리를 숙였다. 현직 한국 대통령이 히로시마 원폭 피해자들과 면담한 것은 윤 대통령이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저녁 히로시마의 한 호텔에서 원폭 피해 동포들을 초청해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면담에는 원폭 피해 당사자인 피폭 1세와 후손, 히로시마 재일본대한민국민단(민단) 관계자 등 20여 명이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박남주 전 한국원폭피해대책특별위 위원장의 의자를 직접 뒤로 끌어주며 착석을 돕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동포들이 입은 원폭 피해는 자의든 타의든, 식민지 시절 타향살이를 하면서 입게 된 피해이기 때문에 그 슬픔과 고통이 더 극심할 것"이라며 "소중한 생명과 건강, 삶의 터전을 잃은 이중고였다"고 위로했다.


윤 대통령은 또 오는 21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히로시마 평화공원 내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를 찾아 공동 참배할 계획을 언급하면서 "한일 양국 정상이 함께 위령비를 찾는 것은 사상 최초이고, 한국 대통령으로서도 위령비 참배가 처음"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한국 대통령의 위령비 참배가 너무 늦었다는 생각이 든다"며 "나와 기시다 총리는 위령비 앞에서 고향을 떠나 이역만리 타향에서 전쟁의 참화를 직접 겪은 한국인 원폭 희생자를 추모하면서 양국의 평화와 번영의 미래를 열어갈 것을 함께 다짐할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모두발언을 마친 뒤 자리에서 일어나 동포들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尹 "한일 정상이 위령비 찾는 것은
사상 최초, 한국 대통령으로서도 처음"
피폭 2세 동포 "대통령이 78년만에…
동포사회 마음에 맺힌 아픔이 풀렸다"


주요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일본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히로시마 한 호텔에서 열린 히로시마 동포 원폭 피해자와의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윤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을 통해서도 "우리 동포들이 원폭 피폭을 당할 때 우리는 식민 상태였고, 해방, 그리고 독립이 되었지만, 나라가 힘이 없었고, 또 공산 침략을 당하고 정말 어려웠다"며 "우리 동포 여러분이 타지에서 고난과 고통을 당하고 있는데 대한민국 정부, 국가가 여러분 곁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와 국가를 대표하는 대통령으로서 우리 동포가 이런 슬픔과 고통을 겪는 그 현장에 고국이 함께하지 못했다는 것에 대해 정말 깊은 사과를 드리고,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또 재외동포청 설립을 언급하며 "그동안은 대사관과 영사관에서 우리 재외국민 위주로 보호, 지원 업무를 했습니다만 재외동포청은 국적을 가리지 않고 현재 대한민국 국민이냐 아니냐와 상관없이 우리 한국 동포면 누구나 아주 체계적으로 지원과 보호의 대상으로 할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히로시마 원폭 피해자 등에게 한국을 찾아달라고 초청하기도 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이날 마무리 발언은 당초 예정에 없었던 '즉석 발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살 때 원폭 피해를 입은 권양백 전 위령비이설대책위원회 위원장은 "80년간 살아와서 나이가 80세인데, 오늘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이 감격을 느끼고 있다"는 소감을 전했다.


이어 위령비를 평화공원 안으로 옮겼던 때를 회고하며 "공원 밖에서 차별받고 있는 현실을 그냥 증거로 놔두라는 말도 많았다"며 "그러나 나는 너무 과거를 따지지 말고, 두 번 다시 이런 비극이 없도록 서로 협조하자고 꾸준하게 설득했다"고 했다.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는 1970년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밖에 세워졌다가 1999년 공원 안으로 옮겨졌다. 이곳에선 매해 8월 5일 한국인 희생자를 추모하는 위령제가 열린다.


권 전 위원장은 "나도 피폭자로서 앞으로 기념공원 안에 들어갈 사람"이라며 "저세상에서 선배 영령들을 만나면 대통령님 오셨다고 자랑스럽게 보고하겠다"고 했다.


피폭 2세인 권준오 한국원폭피해자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도 "윤 대통령이 78년 만에 히로시마 원폭 피해자를 찾아주어 마음에 맺힌 아픔이 풀렸다"며 "동포사회에 큰 위안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날 행사에는 윤 대통령 부인인 김건희 여사를 비롯해 박진 외교부 장관, 조태용 국가안보실장,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윤덕민 주일본 한국대사, 김은혜 홍보수석, 이도운 대변인, 특별 수행원인 국민의힘 김석기 의원 등이 참석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이날 호주·베트남 총리와 양자 정상회담을 가졌다.


윤 대통령은 앤서니 알버니지 호주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선 날로 고도화되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맞선 공동 대응과 안정적인 글로벌 공급망 유지, 방산 협력 확대 등을 위해 양국 간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의견을 모았다.


팜 밍 찡(Pham Minh Chinh) 베트남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선 한·베트남 관계와 한·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협력 증진 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 윤 대통령은 베트남이 한국의 3대 교역국임을 언급하면서 "2030년 교역 1500억 달러(한화 약 199조500억 원) 목표 달성을 위해 함께 노력하자"고 했다.


윤 대통령은 G7 정상회의 이틀째인 20일에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리시 수낙 영국 총리와 양자회담을 진행할 것으로 전해졌다.

송오미 기자 (sfironman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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