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진 총장 등 4명 자녀 채용 논란
2명 추가로 드러나며 '특혜' 의혹 점화
'자체 조사'에 與 "외부감사 수용하라"
공정성 시비에 '편파성' 논란까지 확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최고위 인사들의 자녀 경력직 채용 논란이 커지고 있다. 중앙선관위는 "법과 원칙에 따른 공정한 절차였다"고 해명했지만, 국민 눈높이에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특히 중앙선관위가 대한민국의 어느 조직보다 공정성과 투명성을 생명으로 여겨야 한다는 점에서 강도 높은 외부 감사와 후속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현재까지 최고위직의 자녀 경력직 채용은 확인된 것만 4명이다. 중앙선관위 사무처 일인자로 통하는 박찬진 사무총장과 이인자인 송봉섭 사무차장의 자녀 2명은 지방공무원으로 재직 중 선관위 경력직에 지원해 채용됐다. 또한 김세환 전 사무총장과 신우용 제주도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의 자녀도 경력직으로 선관위에 채용된 것으로 파악됐다.
더구나 선관위 공무원 강령에 따르면, 사적 이해관계가 있을 경우 결재 시 소속기관장에 서면 신고를 하게 돼 있으나 4명 모두 자녀 채용 과정에 이를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선관위는 박 사무총장과 이 사무차장, 신 위원에 대해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특혜가 있었는지 감사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확인된 4명 외에 비슷한 사례가 2명 더 있는 것으로 알려지며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에 따르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의원이 밝혀낸 1명과 선관위 자체적으로 발견한 1명 등에서 유사한 채용 사례가 발견됐다.
기관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내세우며 전수조사 요구에 미온적이던 선관위는 결국 정치권의 압력에 '자체 전수조사' 카드를 꺼냈다. 하지만 외부가 아닌 내부 조사라는 점에서 국민적 의혹을 완전히 털어내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3일 선관위 항의 방문을 마치고 취재진과 만난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은 "특별감사위원회의 감사 범위가 현직 사무총장과 사무차장, 제주도선관위 상임위원장 3명으로 한정돼 있다는 보고를 들었다"며 "이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고, 선관위는 인사과 등을 통해 5급 이상 직위에 대한 전수조사를 진행 중이라는 이야기만 들은 상태"라고 밝혔다.
이어 "선관위는 자체 감사를 지켜봐 달라는 입장이지만 행안위원들의 생각은 국민 눈높이에서 상식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는 것"이라며 "보다 투명하게 감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감사원을 포함한 외부 기관의 감사를 수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 소통관 브리핑을 통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고위직 자녀 특혜 채용 의혹에 국민들은 현대판 음서제라며 분노하고 있다"며 "공명정대하게 선거를 관리해야 할 선관위는 이미 자정 능력과 국민적 신뢰를 잃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앙선관위는 시간 끌기와 셀프 면죄부를 위한 자체 감사를 즉각 중단하고, 감사원 감사를 비롯한 외부 감사를 수용하기 바란다"며 "중앙선관위가 지금처럼 계속 외부 감사를 거부한다면 검찰 수사만이 그에 대한 답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밖에도 중앙선관위는 북한의 해킹 시도가 있다는 국가정보원의 통고를 받고도 사실상 방치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정부의 보안점검 권고도 받아들이지 않았으며, 의혹이 공론화 된 이후에도 물러서지 않았다. 국민의힘 의원들의 항의 방문을 비롯해 여론의 수용 압력이 커지자 결국 이날 국정원과 한국인터넷진흥원 등의 합동 보안점검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한편 중앙선관위가 공정성·안정성 시비에 휘말리면서, 과거 '편파성' 논란까지 번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일례로 선관위는 지난해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이 내건 '투표가 내로남불을 이긴다'는 투표 독려 문구에 대해 "특정 정당을 쉽게 유추할 수 있거나 반대하는 것으로 보이는 표현이라 사용이 불가능하다"고 조치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중앙선관위의 비위를 주장해왔던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중앙선관위는 공정성이라는 균형을 잡아주는 세반고리관이 다 망가져 버렸다. 도덕적 불감증, 이념적 편향, 정치적 중립성 상실로 인해 망가진 세반고리관으로 인해 균형감각을 잃어버렸다"며 "이제는 다른 방법이 없다. 검찰의 강력한 수사로 정의를 밝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