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향지시등은 핸들 속으로, 기어노브는 디스플레이로
자동차야, 가전제품이야? 베스트 드라이버도 헤맬 수 밖에
1020마력의 위엄… '제로백 2초' 실화였다
테슬라 모델S 플래드 외관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전기차 보급이 가속화되며 이제 수많은 브랜드에서 전기차를 쏟아내지만 여전히 그 중심엔 '혜성처럼 등장한' 테슬라가 있다. 전기차 시장에선 창시자 격인만큼 말도 많고 탈도 많지만, 높은 판매량과 견고한 팬층은 역사가 깊은 전통 자동차 브랜들도 쉽게 따라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수많은 '테슬람'이 증명하는 테슬라의 인기 이유는 무엇일까. "타봐야 안다"던 테슬라를 처음으로 시승해봤다. 시승모델은 신형 모델S 플래드 트림으로, 출시 가격은 (언제 바뀔지는 모르겠지만) 1억 4106만 1000원이다.
테슬라 모델 S 플래드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이게 맞나…?" 모델 S 플래드를 처음 마주해 시동을 걸기까지, 아니 가속페달을 밟고 나서도 테슬라는 당황스러움의 연속이었다. 나름 10년의 운전 경력을 갖고 있다 자부했건만 테슬라는 차에 오르기 전부터 면허를 막 딴 사람처럼 여기저기 두리번대게 만들었다. 테슬라를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이라면 누구여도 그럴 것이라 확신한다.
이유는 차에 오를 때부터 가득 풍기는 디지털 냄새 때문이다. 테슬라는 차에 오르는 방법부터 예사롭지 않은데, 신용카드처럼 생긴 디지털키를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 B필러에 갖다대야만 문이 열린다. B필러에는 카메라가 달려있는데, 이 카메라가 사람을 감지해 문이 열리도록 한다.
문이야 어찌저찌 열었다만, 차에 앉으니 당황스러움은 딱 4배정도 커졌다. 스티어링휠 뒤든, 콘솔박스 앞이든 어딘가엔 있어야 할 기어노브가 없다. 스티어링 휠은 꼭 게임기처럼 생겼고, 스티어링휠 왼편 뒷쪽엔 방향지시등이 있어야 하는데 아무것도 없다. 시동 버튼도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는다.
테슬라 모델S 플래드 인테리어. 큼직한 디스플레이 외엔 그 어떤 물리 버튼도 없다.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시동을 걸기위해선 디스플레이 하단에 위치한 휴대폰 무선 충전 패드에 카드를 갖다대고 브레이크를 밟아야한다. 기존 컵홀더 옆에 위치했지만, 신형에선 디스플레이 하단으로 변경됐다. 꽁꽁 숨겨진 잠금해제 방법을 찾아낸 기분을 만끽하면서, 왜 테슬라를 두고 '달리는 가전제품'이라고 하는 지를 실감했다.
신선함이 충격으로 다가오는 것은 어쩌면 기분좋은 일이지만 기어노브는 선을 넘었다. 기존 모델S에선 스티어링 휠 오른편 뒤에 컬럼식 기어노브를 적용했는데, 신형에선 이마저도 디스플레이 속으로 사라졌다. 그 어떤 물리 조작 없이 중앙 디스플레이 하나로 차 전체를 컨트롤하기로 작정한 모양이다.
차를 출발하기 위해선 디스플레이 왼편에 위치한 화살표를 위로 밀어올려야한다.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디스플레이 왼편에 위치한 화살표를 위로 올리면 앞으로 가고, 밑으로 내리면 후진한다. 주차할 때 영 적응이 안돼 시승하는 내내 불편했던 요소 중 하나다. 이 차의 오너가 된다 해도 기어노브에 익숙해지려면 꽤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방향지시등은 어디로 숨었을까. 바로 스티어링휠 속으로 숨었다. 안그래도 게임기처럼 요상하게 생긴 요크스티어링휠에 당황스러운데, 스티어링휠 속 화살표 버튼을 눌러야 방향지시등을 켤 수 있다. 감으로 눌렀다가는 방향을 잘못 누를 수 있으니 눈으로 확인하고 누를 필요가 있다.
방향지시등이 스티어링휠에 화살표 모양으로 위치하고 있다 .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테슬라에선 누구나 초보가 된다는 말은 이런 부분이다. 당연히 있어야할 곳에 당황스럽게도 없는 것이 많다. 이 정도면 테슬라 차주에 한해서는 '테슬라 면허'가 따로 필요할 정도다.
하지만 범상치않은 조작법에 익숙해지고 나면 신세계가 열린다. 테슬라는 주행시에도 평범함을 한참 벗어난다. 가속은 말 그대로 '밟는 만큼' 나간다. 전기차가 기본적으로 훅훅 치고 나간다고 하지만, 테슬라는 그 의미가 조금 다르다. 일반적인 내연기관처럼 가속페달을 밟았다가는 갑작스러운 순간 이동을 맛볼 수 있다.
회생제동 강도가 '강함'으로 고정된 탓에 주행감에도 적응 시간이 필요하다. 처음엔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는 동시에 속도가 뚝 떨어지는 느낌이 다소 메스껍게 느껴졌다. 다만 익숙해질수록 미세한 발 컨트롤에 익숙해지는데, 이때부터는 완벽한 원페달 드라이빙이 가능해진다.
테슬라의 최대 장점 중 하나로 꼽히는 오토파일럿은 말 그대로 대신 운전해주는 파일럿이 내장된 기분이다. 차선변경이 필요할 때 가고자하는 방향으로 지시등을 누르면 알아서 차선변경도 척척 해낸다. 옆 차선의 차가 너무 빠르다면 기다렸다가 변경하고, 끼어도 될 것 같다면 눈치껏 이동한다. 강아지도 마음만 먹으면 운전할 수 있을 것 같다.
테슬라 모델S 플래드 2열. 2열 중앙에도 디스플레이가 탑재됐다.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어느것 하나 평범한 구석이 없지만, 정말로 평범하지 않은 것은모델S 플래드가 가진 폭발적인 가속력에 있다. 모델 S플래드는 모델S에 트라이모터를 얹어 최고 출력 1020마력의 성능을 발휘하는 어마무시한 차다. 저녁시간 차없는 도로를 힘껏 내달리자 모델S 플래드의 진가가 확연히 드러났다.
특히 놀라운 것은 '가속감'인데, 그간 시승해봤던 전기차들과의 가장 큰 차이점이기도 하다. 통상 전기차들이 빠르게 올리는 속도 대비 안정감이 느껴진다면, 모델S 플래드는 밟는 족족 운전자에게 얼마나 빠른지를 몸소 느끼게 해준다. 저속주행에서도 느껴지지만, 급가속 할 경우 가속페달이 얼마나 예민하고 민첩하게 반응하는 지 크게 와닿는다.
플래드트림의 1020마력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방법은 주행모드를 '플래드'로 바꿨을 때 극대화된다. 컴포트 모드에서 플래드 모드로 바꾸자마자 마치 양탄자를 타고 비단길을 나는 듯한 느낌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특히 제로백 2.1초를 실험할 수 있는 '드래그스트립' 모드를 경험했을 땐 박수갈채가 절로 나왔다. 최적의 상태에서 가속력을 시험하는 모드인데, 이 모드를 활성화 한 후 브레이크를 꾹 누른 상태에서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차가 공기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해 차체를 낮추면서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라는 알람이 뜬다.
이때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면 정지 상태에서 100km까지 2초만에 도달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웬만한 롤러코스터나 놀이기구는 아무것도 아니었음을 깨닫는다. 무서운 놀이기구를 즐기지 않는다면 이 모드를 경험할 때는 기저귀를 착용하는 것도 좋은 생각이다.
드래그스트립모드를 활성화 시키기 위해선 3분정도 시간이 소요된다.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단 하루를 시승했을 뿐인데, 시승을 마치고 자차에 옮겨 탔을 땐 내연기관차 운전이 어색하게 느껴졌다. 이게 바로 테슬라의 매력인가. 요크 스티어링휠도, 디스플레이를 통한 기어 변속도, 원페달 드라이빙도 모두 불편하다고 생각했으나 그새 길들여졌다.
테슬라는 이런 감성의 차다. 전기차와 내연기관을 나눌 것이 아니라 테슬라를 타본 사람과 안타본 사람으로 나누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든다. 수많은 자동차 브랜드들이 '차'에 디지털 기술을 극대화했다면, 테슬라는 '디지털 기술'을 보여줄 상품이 하필 차 모양을 하고 있을 뿐이다. '테슬람'이 생겨나는 이유는 매우 분명하고 명확하다.
▲타깃
-누구나 인정하는 베스트 드라이버지만 초보 운전자의 마음으로 돌아가고 싶다면
-전기차에서도 짜릿한 '펀드라이빙' 느끼고 싶다면
▲주의할 점
-붐비는 대형마트 주차장, 결코 간단하지않은 디스플레이 기어변속은 내가 주차하기만을 기다리는 차량에게 많이 미안할 수 있다
-디스플레이에 익숙해지지 않는다면 조수석 수납함 조차도 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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