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 말이 맞나요”…엇박자 커지는 서울 집값 통계

이수현 기자 (jwdo95@dailian.co.kr)

입력 2026.03.31 07:00  수정 2026.03.31 08:22

부동산원 “서울 주간 아파트값 0.06% 올라”

KB부동산은 0.367% 상승 분석

조사방식 다르고 토허구역 지정 탓 통계 차이 확산

“지역·단지별 다른 흐름…통계 만으로 시장 파악 어려워”

서울 아파트 단지 전경. ⓒ뉴시스

주택가격을 조사하는 공공과 민간 기관인 한국부동산원과 KB부동산의 통계 결괏값이 벌어지고 있다. 일부 자치구에서는 두 기관이 상반된 결과를 내놓으면서 시장 혼란이 커지는 모습이다.


서울 전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실거래 반영이 늦어진 데 더해 기관 통계까지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깜깜이’ 시장이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부동산원에 따르면 3월 4주(23일 기준) 서울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지난주 대비 0.06% 상승했다. 지난 1월 4주차(1월 29일 기준)에 0.31%까지 올랐던 매매가격지수 상승률은 매주 상승폭이 축소되다 8주 만에 반등했다.


KB부동산이 조사한 서울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결과는 부동산원 조사와 상이했다. KB부동산의 3월 4주 기준 서울 아파트매매가격지수는 직전 주 대비 0.312% 상승했다. 3월 2주(9일 기준) 0.367% 이후 2주 연속 상승률이 줄었지만 여전히 0.3%대 상승을 기록하고 있다.


두 기관은 자치구별로도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성동구의 경우 부동산원은 0.03% 하락했다고 분석했는데 KB부동산은 0.587%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동작구도 부동산원(-0.04%)과 KB부동산(0.363%) 사이 간격이 컸다.


업계에서는 두 기관 통계 작성 방식이 다른 만큼 일부 차이는 당연한 것으로 보고 있다.


부동산원은 아파트 3만3500가구를 대상으로 표본을 얻는다. 각 지사에 속한 전문 조사원이 주택 가격을 조사해 통계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거래가 없다면 동일 단지 또는 인근 단지의 유사거래 사례나 매물 가격(호가) 등을 가격에 반영한다.


그와 달리 KB부동산은 부동산중개업소에서 작성하는 온라인 조사 결과를 기본으로 한다. 표본수도 아파트 6만2220가구를 대상으로 해 부동산원보다 많다. 표본 주택 거래가 없다면 가장 유사한 사례를 일부 보정해 가격을 구한다.


KB부동산과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추이. 파란선이 KB부동산, 빨간선이 한국부동산원 통계. ⓒ데일리안 이수현 기자

이에 더해 지난해 10월 서울 전역이 토허구역에 묶이면서 거래가 시장에 빠르게 반영되기 힘들어진 점이 통계 차이를 키운 요인으로 꼽힌다. 정부 규제로 주택 매매가 어려워지면서 거래량은 줄었는데 실거래 반영까지 늦어지면서 통계별 차이가 커졌다는 것이다.


토허구역으로 묶인 지역에서 아파트를 거래하려면 구청 등 지자체 허가를 받아야 한다. 2~3주 심사 후 허가를 받은 거래만 실제 계약서를 작성해 실거래에 반영된다. 거래가 됐더라도 실거래에 반영되기까지 약 2개월간 시차가 발생한다.


이는 서울처럼 토허구역에 묶인 다른 지역도 비슷했다. 부동산원은 성남시 수정구 주간 아파트값이 0.16% 올랐다고 발표했지만 KB부동산은 0.711% 상승 결과를 내놨다. 성남 중원구도 부동산원(0.14%)와 KB부동산(0.454%) 사이 차이가 컸다.


거래 체결 후 실거래 등록이 빠른 비규제지역은 두 통계 차이가 미미했다.


울산의 경우 부동산원과 KB부동산 각각 0.14%와 0.108%로 비슷한 결과를 보였다. 전북은 부동산원 0.09%, KB부동산 0.88%를 기록했고 경북도 부동산원이 0.02%, KB부동산이 0.012% 하락해 등락폭에 큰 차이가 없었다.


동시에 정부 규제 움직임 속 호가 변동이 커진 고가 주택 시장은 통계 차이가 크다는 의견도 나온다.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 성동구 등 주택 가격이 높은 지역은 보유세 강화 우려에 호가를 낮춘 매물이 다수 나왔는데 각 기관에서 이를 어떻게 반영했는지에 따라 차이가 발생한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호가를 얼마나 통계에 반영했는지, 거래가 없는 단지 가격을 어떻게 추출했는지 등에 따라 통계가 달라지는 만큼 어느 한 통계가 정확하다고 판단하기 힘들다”며 “토지거래허가를 받느라 호가가 실거래에 반영되는 시점이 늦춰지면서 같은 기간 조사를 하더라도 결과가 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주요 기관의 통계가 엇박자를 내면서 수요자가 시장 분위기를 가늠하기 어려워졌다. 과거에는 단지 집값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실거래를 확인하거나 지역 주택 통계를 볼 수 있었지만 두 방법 모두 신뢰하기 어려워진 탓이다.


전문가들은 두 통계 모두 참고하는 동시에 현장을 직접 방문해 분위기를 직접 파악하는 것이 이전보다 더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위원은 “개별 단지마다 집값 흐름이 다른 시장 분위기 속 통계 만으로 지역 전체를 판단하기 어렵다”며 “통계는 거시적인 방향성을 보는 데 도움이 되지만 지금은 현장조사가 더 중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각 기관은 통계 발표와 동시에 통계 적정성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부동산원의 경우 2023년 진행한 ‘주택가격동향조사 신뢰도 확보 방안’ 용역 결과를 통해 개선방안 마련에 나섰다. 또 통계검증위원회를 운영하고 지난해 12월부터 외부 전문가 자문 등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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