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국·김용민·민형배·장경태 등 처럼회
소속 의원들 '코인 옹호' 발언으로 '도마 위'
민주당 대학생위원회 '내분'으로 청년정치
한계성 드러내…당내 '우려의 목소리' 점증
더불어민주당이 처럼회 소속 의원들과 일부 청년 정치인들의 망동에 한숨을 쉬고 있다. '돈봉투·김남국 사태'로 불거진 당 도덕성 위기에 대한 반성과 사과는 커녕 강성 팬덤에 기댄 메시지를 앞세워 당에 도움이 되는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어서다. 일각에선 처럼회·청년 정치인들의 잘못된 말과 행동이 당내 분열을 촉발시켜 내년 총선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국회본청에서 열린 본회의를 달군 건 민주당 소속인 조응천 의원과 김용민 의원 간의 설전이었다. 두 의원은 본회의장 밖에서 특정 발언에 대한 사과 공방을 벌였는데 이 모습이 포착되며 논란으로 비화한 것이다.
문제가 된 건 지난달 25일 조 의원이 의원총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용민 의원을 향해 "입으로 X을 쌌다"고 평가한 것이다. 해당 발언에 화가 난 김 의원은 조 의원을 향해 "동료 의원에게 이렇게 표현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어서 조 의원에게 발언을 한 이유와 사과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논란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조 의원은 지난달 30일 BBS라디오에 출연해 김 의원을 향해 "사과를 원한다니까 어쨌든 적절하지 않은, 방송에 쓸 수 없는 말이 기사화된 점에 대해서는 사과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당내에선 이 같은 논란이 단순 해프닝으로만 보기엔 무리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조 의원이 김 의원을 비판한 이유는 김 의원이 최근 코인 논란을 일으킨 김남국 무소속 의원을 두둔하는 발언을 내놓으면서 먼저 당내 분란을 일으킨 점에 있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25일 의총 때 '김남국 코인 논란'에 대해 비판적 목소리를 냈다가 강성 지지층들로부터 공격 받는 당내 청년정치인들을 보호해주자는 결의문 관련 논의에서 "김남국 의원도 청년인데 전부 스스로 책임지고 있다. 청년 정치인들도 자신의 행동이나 발언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꺼냈다.
앞서 기자회견을 열어 김 의원을 비판하며 민주당 의원들의 가상자산 현황을 전수조사할 것을 촉구한 양소영 대학생위원장 등을 겨냥한 개딸(개혁의딸·친명계 강성 팬덤)들의 비판이 도를 넘어섰기 때문에 보호 논의가 제기된 것인데, 이런 국면에서 김 의원의 발언은 적절하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조 의원이 김 의원의 발언을 평가절하한 것은 이 때문이다.
사실 김용민 의원이 김남국 의원을 비호·두둔하다가 문제를 일으킨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김용민 의원은 페이스북에 "민주당은 서민이 계속 서민으로 남길 바라는 당이 아니다. 서민도 누구나, 얼마든지 부유해질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정당"이라며 김남국 의원이 코인 투자로 부자가 되는 것은 전혀 이상할 게 없다는 논리를 펼쳤다가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논란을 일으킨 것이 단순히 김용민 의원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김 의원이 포함된 '처럼회' 소속 의원들은 지금까지도 김남국 의원을 두둔·비호 하는 발언을 내놓는 것은 물론 최근 당내 최대 골칫거리로 떠오른 '개딸'을 품어야 한다고까지 발언하면서 당의 분열을 부추기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처럼회는 '누구처럼 되자, 혹은 누구처럼은 되지 말자'라는 취지로 설립된 민주당 내 의원 모임이다. 창립 멤버는 최강욱·김남국·김승원·김용민·황운하 의원이고 강민정·김의겸·문정복·민병덕·민형배·박영순·양이원영·유정주·윤영덕·이수진·장경태·최혜영 의원이 참여하고 있으며 최근엔 강성희 진보당 의원의 합류를 둘러싸고 논란이 있었다. 이 가운데 창립 멤버인 김남국 의원은 최근 거액의 가상자산 투기 논란을 일으켜 당을 위기로 내몬 장본인이다.
처럼회 의원들 중 파문을 일으킨 언행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사례는 김용민 의원뿐만이 아니다. 김의겸 의원은 지난해 10월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청담동에서 심야 술자리를 가졌다는 의혹을 제기해 '가짜 뉴스' 주인공이 됐다.
황운하 의원은 "검찰이 사냥감을 정한 후 게임하듯 수사권을 남용하고 특정 언론과 협잡해 프레임을 짜 한 사람을 공격하면 그 대상이 된 사람은 패가망신을 피할 방도가 없다"며 코인 투기 논란을 일으킨 김남국 의원을 감싸는 데 앞장섰다. 양이원영 의원 역시 "확인되지 않은 사실들로 인해 마녀 사냥하듯이 여론 재판이 이뤄졌다. 우리 당은 너무 도덕주의가 강하다. 진보라고 꼭 도덕성을 내세울 필요는 없다"는 발언으로 빈축을 샀다.
뿐만 아니라 앞서 김건희 여사의 캄보디아 순방 중 심장병 어린이 방문을 '빈곤 포르노 촬영'이라고 비난해 논란을 일으켰던 장경태 의원 역시 "가진 것은 죄가 안 되는데 검소하게 사는 것은 죄가 되나"라는 발언을 꺼내들면서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또 '검수완박' 정국에서 '꼼수탈당' 논란을 일으켰던 민형배 의원의 최근 도를 넘은 행동도 당내에서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민 의원은 지난달 31일 민주당의 경찰청 항의 방문에 동참했다. 당시 항의방문은 그 전날 경찰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개인정보 유출 혐의와 관련해 MBC 보도국을 압수수색 한 것에 대해 윤희근 경찰청장에게 따져묻기 위해 마련됐다. 이를 위해 경찰청과 관련이 있는 국회 행안위·과방위 소속의 민주당 의원들이 직접 방문에 나섰다.
문제는 윤 청장과 면담 후 민 의원의 입에서 발생했다. 과방위 야당 간사인 조승래 의원은 윤 청장과 면담 후 "보도국 압수수색은 언론 자유에 대한 심각한 훼손이라는 경고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어 뜬금없이 민 의원은 조 의원의 발언이 끝난 후 "내가 조금 보완하겠다. 압수수색 전 과정에서 대통령실과 소통했고, (윤 청장이) 사전보고와 사후보고를 인정했다"며 '대통령실-경찰청 교감설'을 주장했다.
그러자 양옆의 동료 의원들이 나서 민 의원을 말리는 상황이 발생했다. 민 의원 왼쪽에 서있던 이해식 의원은 민 의원의 발언이 끝나자 곧바로 "사전 교감했냐는 질문에는 부인했다"고 정정했고, 오른쪽의 조승래 의원도 "협의는 없었다고 했다. 약간의 의문점만 있는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특히 이날 항의 방문에 행안위·과방위 소속이 아니라 교육위 소속인 민형배 의원이 조만간 과방위로 옮기고 싶어서 동행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당내 빈축의 강도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당 한 의원은 "지금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모르고 공천과 총선이 가까이 다가오자 자기정치를 하는데 몰두하는 것 같은데, 그로 인한 피해가 당에 얼마나 큰 타격을 미칠지 생각을 못한 것인가"라며 "사과와 반성부터 하고 쇄신과 혁신으로 나가야 국민들이 납득을 할텐데 지금까지 이런 상황이 반복되는 걸 보면 걱정만 더해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