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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돌려차기' 피해자, 보복 두려움 호소…"민사소송법부터 뜯어고쳐야" [법조계에 물어보니 164]


입력 2023.06.14 05:05 수정 2023.06.14 07:49        김남하 기자 (skagk1234@dailian.co.kr)

가해 남성, 구치소 수감 중 피해자 대한 보복 예고…피해자 "아무도 안 지켜주면 어떻게 사나"

법조계 "여성 대상 폭력 및 보복 우려되는 민사소송…이름 등 노출 않고 진행 방안 고려돼야"

"가해자 행동, 협박으로 보기 힘들 듯…제3자 통해 해악 고지가 당사자에 도달해야 협박 처벌 가능"

"변호사가 대리해 변호사 사무실 등으로 소장이 송달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필요"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피해자가 12일 부산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을 마치고 인터뷰를 하다 눈물을 흘리고 있다.ⓒ연합뉴스

부산에서 귀가하던 20대 여성을 무차별 폭행해 의식을 잃게 한 이른바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가해 남성이 항소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피해자는 가해자의 선고 이후 "출소하면 대놓고 보복하겠다고 하는데 아무도 안 지켜주면 저는 어떻게 살라는 건지 모르겠다"며 두려움을 호소했다. 실제로 가해자는 구치소 안에서 '피해자의 주소를 알고 있고, 출소 후 찾아가겠다'며 공공연하게 보복 의지를 드러냈는데, 법조계에서는 "가해자가 피해자의 주소 등 개인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현행 민사소송법부터 뜯어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2일 부산고법 형사 2-1부(재판장 최환)는 살인미수로 구속기소돼 1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은 30대 A씨의 항소심에서 강간살인 미수 혐의를 적용해 징역 20년을 선고하고 정보통신망 신상공개 10년, 아동·장애인 관련 기관 취업제한 10년, 위치추적 전자장비 부착 20년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일면식도 없는 피해자를 성적인 대상으로 삼아 잔인하게 폭행해 죄책이 무겁고 비난 가능성도 매우 크다"며 "범행 사실마저 부인하고 있는 데다 수감 중에도 피해자에 대한 보복 의지를 드러내는 등 잘못을 전혀 뉘우치지 않고 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A씨는 부산구치소에 수감 중 동료 수감자들에게 피해자와 그 가족, 자신의 전 여자친구 등에 대한 보복 의지를 드러냈다. 피해자는 보복이 두려워 이미 한 차례 이사까지 한 상태였지만, 그 주소까지 A씨가 알고 있었다고 한다. 피해자가 제기한 민사소송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A씨가 그의 개인정보를 알게 된 것으로 추정된다. 피해자는 항소심 재판이 끝난 뒤 "죽으라는 이야기 같다. 출소하면 그 사람은 50대다. (A씨가) 저랑 네 살 밖에 차이가 안 나는데, 대놓고 보복하겠다고 말하니 두렵다"라고 토로했다.


현행 민사소송법 162조에 따르면, 소송 당사자인 경우 소송기록을 열람·복사할 수 있는데 그 과정에서 이름, 주소, 주민번호 앞자리 등이 공개된다. 이번 사건의 경우, 피해자는 자신이 정신을 잃은 약 7분의 시간 동안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기 위해 직접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그리고 나서야 피해자는 사건 관련 자료를 확보할 수 있었지만 이 과정에서 이름, 주민등록번호, 주소 등 개인정보가 A씨에게 고스란히 노출됐다.


지난해 5월 부산 서면 오피스텔 공동현관에서 귀가하던 20대 여성을 아무런 이유도 없이 무차별 폭행한 30대 남성의 모습.ⓒJTBC '사건반장'

신민영 변호사(법무법인 호암)는 "일반적인 형사 성폭력 사건의 경우 수사개시 단계부터 피해자의 개인정보를 아예 노출하지 않는다. 당사자명에 '홍길동'이라고 가명을 사용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현행 민사소송법부터 뜯어고쳐야 한다. 성폭력과 연동된 민사사건, 특히 여성을 대상으로 한 폭력이나 보복이 우려되는 사건의 경우 아예 이름이나 생년월일조차 노출하지 않고 진행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민사소송이란 이유로 형사소송에서 가명으로 진행했던 부분을 노출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A씨가 구치소에서 한 행동을 협박으로 보기는 힘들 것 같다"며 "협박이 되려면 구체적 해악을 고지해야 한다. 간접적으로 했다고 해도 상대방에게 전달할 고의성이 입증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대규 변호사(법무법인 대한중앙)는 "특가법 제5조의9, 제2항에 따르면 보복을 목적으로 협박할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규정한다. 제3자를 통한 협박도 처벌이 가능하기는 하지만 제3자를 통해 해악의 고지가 당사자에게 도달해야 하는데, 협박의 예비음모만으로는 처벌이 어려울 것이다"며 "민사소송을 제기할 때 당사자 특정을 위해 당사자의 주소 등을 기재한다. 불법행위손해배상청구 사건의 경우 대리인(변호사)의 주소만 기재하고 원고당사자의 주소는 기재를 하지 않거나, 기재를 하더라도 상대방에게 열람공개되지 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찰 성범죄전담부 출신 임예진 변호사(아리아법률사무소)는 "현행법상 성범죄나 강력 범죄의 경우 수사단계에서 피해자의 이름이 노출되지 않도록 가명조서를 받도록 하고 있다. 또 신원관리카드 제도 등을 시행해 피해자를 보호하고 있다"며 "그러나 현행 민사소송의 경우 당사자들끼리 서로 정보를 알아야 공방이 오고 갈 수 있다. 당사자가 소장을 내고, 그 소장을 상대방에게 송달시키는 시스템인데, 그 과정에서 원고 측의 인적사항이 상대방에게 전달될 수 있다. 변호사가 대리해서 변호사 사무실 등으로 소장이 송달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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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하 기자 (skagk123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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