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하이밍 대사 논란'에도 방중한 민주당 의원들 귀국
도종환 "이용당한 게 아냐" 민병덕 "용감한 행동" 자찬
이재명, 연설서 "외교서 야당 역할 분담해야" 힘 실어
정치권, 野 지지층 결집 위해 반일·친중 행보 지속 전망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와 이재명 대표 간 '굴욕 외교' 논란이 채 잠잠해지기도 전에 중국을 방문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향한 비판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이같은 반발이 당내에서도 감지되고 있음에도 이 대표는 교섭단체대표연설을 통해 대중 관계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하고 나서며, 친중 기조에 무게를 실었다.
도종환 민주당 의원은 19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싱하이밍 대사의 발언과 관련해 중국 외교부에 '절제하자'고 이야기했고 그쪽에서도 수긍했다"며 "눙룽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를 만나 '외교에서는 서로 절제해야 한다. 특히 말을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두 나라 사이의 우호 협력 관계는 지속해야 한다는 의견에 두 나라 모두 동의했다"고 전했다.
도 의원은 앞서 박정·김철민·유동수·김병주·민병덕·신현영 등 7명의 민주당 의원들과 지난 15일부터 3박 4일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했다. 싱하이밍 대사의 이른바 내정간섭성 '베팅' 발언이 논란으로 떠오른 가운데 방중이 강행된 만큼 적절하지 않다는 여론이 감지됐지만, 이들은 이번 방문이 중국 정부의 초청을 받은 문화 교류 차원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앞서 도 의원은 전날 귀국 직후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도 이번 방중과 관련해 "(우리는) 이용당한 게 아니다. 대한민국 국회의원들은 어디 가서 이용당하고 오지는 않는다"며 "우리가 사회주의(중국)와 수교한 지 31년 됐다. 이런 게 사회주의 정권에 이용당한다고 생각하면 외교를 어떻게 하느냐. 우리가 생각한 것은 오로지 국익"이라고 답하며 이번 방중이 외교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었음을 강조한 바 있다.
당내 다른 의원들도 도 의원과 비슷한 반응은 내놓고 있다. 민병덕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에서 "우리가 갔던 건 매우 적절하고 죄송스럽지만 용감한 행동"이라며 "(중국이) 매우 고마워했다. 안 갔으면 큰 신뢰를 훼손했겠다는 생각을 했다. 오히려 중국 대변인이 '중국 내 외교부에 와줘서 한중관계 개선에 도움이 됐다'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들이 이같은 입장을 꺼내는 건 우리나라가 처한 외교적 현실에서 중국의 존재가 매우 중요한 만큼 관계 정상화가 시급하다는 이유에서다.
홍익표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에 나와 "지금 미국 블링컨 외교부 국무장관, 시진핑(중국 국가 주석)이 들어가서 지금 양국 외교장관 회담을 했지 않느냐. 미국의 경제계 인사들이 다들 들어가서 중국과 다시 경제 협력을 재개하려고 하고 있다"며 "미국뿐만 아니라 호주·일본·프랑스·독일 모든 나라가 그런 행태를 하고 있는데 오직 한국만이 지금 나홀로 '중국 때리기'에 미국을 대신해서 앞장서고 있는데 이건 외교도 아니고 뭘 하자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즉, 현 정권이 만든 중국과의 불편한 상황을 민주당이 정상화하는 중이라는 주장이다.
이재명 대표도 이같은 주장에 힘을 실었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어제(18일)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베이징을 방문했다. 테슬라·엔비디아 같은 미 기업들도 앞다퉈 중국을 방문하고 있다"며 "최대 흑자국이던 중국은 이제 최대 적자국이 됐다. 그런데도 정부는 악화일로인 대중관계 속에 경제회복 발판은 또 중국이라 하니 이해불가다. 경제의 조속한 안정과 회복을 위해 중국과의 공급망 협력 체계를 꼼꼼하게 다시 챙겨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주 민주당 민생경제위기대책위원회는 중국의 전국인민대표대회 외사위원회, 국제무역촉진회, 국무원 발전연구중심 등을 방문했고 이 자리에서 다양한 요청을 했다"며 "글로벌 무한경쟁의 시대의 외교는 국익을 최우선한 전략적 자율외교로 전환해야 한다. 외교에서는 야당도 역할을 분담해야 하고 다방면에서 다양한 공공외교가 펼쳐져야 한다"고 말하면서 민주당의 이번 방중에 문제가 없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강조했다.
하지만 여론은 민주당과 반대다. 바른언론시민행동이 한국여론평판연구소(KOPRA)에 의뢰해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16∼17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한국의 전략적 동반자로서 중국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76%를 기록했다. 중국을 신뢰한다는 답변은 20%에 그쳤다.
싱 대사가 이재명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미중 경쟁에서 미국이 승리하고 중국이 패배하는 쪽에 배팅하면 후회할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데 대해 응답자의 74%는 부적절했다고 평가했다. 한국 정부가 싱 대사에 대해 어떤 조치를 해야 하느냐는 물음에는 강력한 주의를 촉구해야 한다는 응답이 43%로 가장 많았다. 또 민주당 의원들이 중국 정부 초청을 받아 중국을 방문한 것에 대해서는 '정부 외교 기조에 어긋날 수 있는 적절하지 못한 행동'이라는 답변이 45%로 집계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이같은 주장을 내놓는 이유는 강성 지지층을 결집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당내에서도 이 대표와 싱 대사와의 회담에 대해 "중국 대사의 발언이 감정적으로 성급했다. 장소도 적절하지 않았다(김한규 의원)"거나 "이 대표가 거기(발언)에 대해 그 자리에서 문제점을 지적했어야 하지 않나 하는 아쉬움도 있다(정성호 의원)"는 등의 지적도 적지 않다.
하지만 민주당은 '돈봉투·김남국 사태'로 맞은 여론 악화 상황을 되돌리기 위해 후쿠시마 오염처리수 방류를 고리로 '반일 감정'을 고조시키는 전략을 쓰는 한편, 친중 행보까지 고조시켜 남은 '집토끼'를 잡는 전략을 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속된 악재에 꺼내든 혁신위 카드에서도 잡음이 감지되고 있는 만큼 현 민주당 지도부는 핵심 지지층을 딱 묶어놔야 되는 입장"이라며 "지금 민주당이 위기의식 때문에 결집하고 있고 또 결집을 바라는 결과가 친중 행보의 강화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