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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 친모도 결국 무죄였는데…범죄자 신상공개 부작용 없을까? [법조계에 물어보니 168]


입력 2023.06.20 05:18 수정 2023.06.20 13:03        김남하 기자 (skagk1234@dailian.co.kr)

중대 범죄좌 신상공개 확대, 정치권서 논의…현재 얼굴 촬영 '머그샷', 기존 증명사진 대신 공개

법조계 "신상공개, 범죄예방효과 여전히 논란…이중처벌 및 인권침해, 주변 사람들까지 피해"

"공개 후 판결 바뀌어도 국가책임 없어, 보상 불충분…무죄추정 원칙 흔들릴 우려, 현행법 저촉 소지"

"범죄별 명확한 공개 기준 세워야…결정 단계서 국민참여재판과 유사하게 참여하는 인재 풀 늘려야"

부산 돌려차기 사건 CCTV 장면.ⓒ연합뉴스

이른바 '부산 돌려차기' 사건을 계기로 중대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의 신상 공개를 확대하는 특별법 도입이 정치권에서 구체적으로 논의되고 있지만 공개에 따른 부작용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신상공개의 범죄 예방 효과에 대해 논란이 있고, 죄 없는 주변 사람들까지 피해를 입게 되는 점도 우려된다"며 "마녀사냥, 주홍글씨처럼 무분별하게 여론에 휩쓸리기보다는 범죄별로 명확한 공개 기준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정부·여당은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국무총리 공관에서 열린 '제10차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중대 범죄자 신상공개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당정은 내란·외환·테러·조직폭력·마약 등 중대범죄,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높은 아동 대상 성범죄, 여성 등 불특정인이 피해자가 되기 쉬운 '묻지마 폭력' 등 범죄자도 신상정보 공개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또 특정강력범죄처벌법과 성폭력범죄특례법 상 피의자로 한정된 신상정보 공개 대상을 피고인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현행법상 피의자 단계에서 신상을 공개하지 못하면, 재판 과정에서 흉악한 범죄 사실이 드러나더라도 신상을 공개할 수 없다. 나아가 범죄자의 현재 얼굴을 촬영한 '머그샷'을 기존 증명사진 대신 공개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 규정도 마련할 계획이다.


흉악범죄자의 신상정보 공개를 확대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은 만큼 여야 합의, 나아가 구체적 규정 마련까지도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특별법 도입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또래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 정유정(23)이 6월2일 오전 부산 동래경찰서에서 나와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연합뉴스

이승우 변호사(법무법인 정향)는 "몇 가지 부작용이 우려된다. 실제로 신상공개에 범죄예방 효과가 있는 지에 대해 여전히 논란이 있고, 오히려 이중처벌, 인권침해라는 측면도 있다"며 "특히, 당사자 뿐 아니라 죄 없는 가족들 등 주변 사람들까지 피해를 입게 되는 점도 우려된다"고 전했다.


검찰 출신 이승혜 변호사(변호사 이승혜 법률사무소)는 "재판 결과 무죄 판결이 나왔을 때의 부작용도 따져봐야 한다"며 "최근 구미시 3살 아이 사망사건에서 친모로 알려진 여성에 대한 판결이 1·2심 징역 8년에서 대법원 최종 무죄 확정으로 바뀌었다. 이처럼 사안이 중대한 사건 관련해, 일단 신상을 공개했는데 이후 무죄 판결이 나온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심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그러면서 "신상공개 결정 후 판결이 바뀌었을 때 당사자가 받을 수 있는 보상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도 문제이다"며 "형사보상을 받을 수는 있으나 국가에 책임을 묻기는 힘들다. 국가배상책임을 하려면 고의 과실이 인정돼야 하는데, 수사단계에서 신상공개 요건에 맞춰 공개한 것이라면 추후 무죄가 나온다고 해도 국가의 고의 과실이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은의 변호사(이은의 법률사무소)는 "헌법상 대원칙인 무죄추정의 원칙이 흔들릴 우려가 있고, 피의사실공표죄가 엄연히 존재하는데 범죄자의 신상을 공개한다는 것에 다소 괴리감이 든다. 현행 법에 저촉할 소지가 있어서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신상공개 확대에 따라 우려되는 여러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공개 기준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승우 변호사는 "신상공개가 성범죄 등 피의자에 대해서 충분히 효과가 있겠지만, 기타 중대범죄에 대해 기준이 정해질 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이 부분에 대한 각계 전문가의 논의가 필요하다"며 "마녀사냥, 주홍글씨처럼 무분별하게 여론에 휩쓸리기 보다는 범죄별로 구체적인 기준 설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도윤 변호사(법무법인 율샘)는 "심의위원회에 꼭 전문가들만 들어가야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신상공개 결정은 일반적인 상식선에서 생각해 볼 필요도 있다"며 "공개 기준을 세우는 단계에서는 전문가들이 참여해 명확하고 확실하게 정하되, 결정 단계에서는 국민참여재판과 유사하게 참여하는 인재 풀을 늘려 대중의 시선에서 판단하는 방안도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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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하 기자 (skagk123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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