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불체포특권 포기" 후속조치 無
與, 서약서 동참 요구했지만 묵묵부답
민주당 안팎 "포기 반대" 목소리만 커져
처음부터 계산된 수순? '포기 쇼였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교섭단체연설에서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을 했지만, 구체적인 실천이나 움직임은 없는 상태다. 국민의힘은 소속 의원 '불체포특권 포기' 서약을 통해 입법적 해결을 촉구하고 있지만,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관련 언급은 삼간 채 별다른 후속 조치도 따로 진행하지 않았다.
실제 22일 박광온 원내대표 주재로 열린 민주당 원내대책회의에서는 불체포특권 관련 발언은 일언반구 나오지 않았다. 박 원내대표는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를 재차 부각하는 한편 노란봉투법을 처리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김성주 정책위의장은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의 승소 사실을 강조하면서 정부의 책임을 추궁하는데 집중했다.
오히려 당 안팎에서는 이재명 대표의 불체포특권 포기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크다. 송영길 전 대표는 전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불체포특권이 없으면 입법부가 어떻게 검찰 독재정권과 싸울 수 있겠느냐"며 "이 대표뿐 아니라 국회의원들의 불체포특권을 '윤석열 검찰총장 독재정권' 하에서 포기하자는 행위는 투항적인 노선"이라고 주장했다.
잠행을 이어오던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도 같은 날 또 다른 라디오에 출연해 "국가 폭력에 대해 이 대표 혼자 감당할 일이 아니다"며 "제2의 이재명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구조적 폭력에 대한 투쟁을 해줘야 된다"고도 했다. 민주당 소속 의원들을 향해 이 대표를 지키라는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같은 맥락에서 송 전 대표의 발언도 표면상 이 대표의 포기 선언을 비판하는 것으로 읽히지만 실상은 민주당에 대대적인 투쟁을 촉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당내에서도 불체포특권 폐지 법안에 대해 부정적인 기류다. 4선 중진 우원식 의원은 "검찰이 부당한 권력 행사를 얼마나 더 행사할 것이냐의 문제도 있기 때문에 모두 불체포특권을 포기하는 데에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 대표가 처음부터 이를 노리고 '포기 쇼'를 벌인 게 아니냐는 의심도 나온다. 네 차례 체포동의안 부결에 따른 국민적 반감, 혁신위 친명 일색 논란 등을 덮기 위해 마음에도 없는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을 했다는 얘기다.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은 "나는 포기했는데 동료 의원들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명분을 쌓고 내부 단속에 나선 것"이라고 꼬집은 바 있다.
전날 '불체포특권 포기 서약식'을 개최한 국민의힘은 재차 민주당을 압박하고 나섰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불체포특권 포기 서약서에 서명하자고 제안했는데 이 대표와 민주당은 답변이 없고 반대로 특권 포기를 못하겠다는 목소리만 가득하다"며 "이런 민주당이 혁신을 한다고 부산을 떨고 있는데 가죽을 벗기고 뼈를 깎는 노력을 하겠다고 했지만 뼈는커녕 손톱이라도 깎을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에 조금이라도 혁신의 의지가 있다면 오늘 중으로라도 만나 불체포특권 포기 서약서에 함께 서명하자. 국회 로텐더홀에 책상 하나만 놓고 하면 되는 아주 간단한 일"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