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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체포특권' 던졌지만 '체제 평가' 침묵…김은경 혁신위, '이재명 수렴청정' 논란


입력 2023.06.23 15:34 수정 2023.06.24 05:08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혁신위, 2차 회의 열고 '불체포특권 폐지' 제기

"돈봉투 사건 통해 당내 구조적 문제 발견해"

'이재명 체제 평가' 질문엔 "의제 배제 않겠다"

일각선 '현 지도부 평가' 없으면 '맹탕' 비판도

더불어민주당 김은경 혁신위원회 소속 김남희(오른쪽), 윤형중 대변인(왼쪽)이 23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혁신위원회 2차 회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혁신위원회는 의원 전원의 불체포특권 포기 서약서 제출을 요청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회가 당 소속 국회의원들 전원에게 '불체포특권' 포기 서약 제출을 요구하는 등 혁신에 시동을 걸었지만, 당내 계파 갈등은 여전한 모양새다. 비명계를 중심으로 제기된 '이재명 대표 체제 평가'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당내에선 이번 혁신위를 향한 기대감이 사그라지는 한편, 혁신위가 이재명 대표의 수렴청정(垂簾聽政) 기구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윤형석 민주당 혁신위 대변인은 2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2차 회의 브리핑에서 "혁신위는 민주당 국회의원 전원이 불체포특권을 포기하는 서약서를 제출하고, 향후 국회의원 체포동의안 가결을 당론으로 채택할 것을 당에 요구한다"고 말했다.


혁신위가 불체포특권의 포기를 압박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일단 이 대표가 지난 19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나에 대한 정치수사에 대해 불체포권리를 포기하겠다"고 선언한 것이 첫 번째 이유다.


윤 대변인도 "불체포특권은 의원에게 보장된 헌법적 권리이지만, 민주당이 선제적으로 내려놓고 체포와 구속을 심사하는 사법부 판단을 신뢰하되 문제가 발생할 경우 당내 조사를 통해 억울한 분이 없도록 법률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으로 당 절차를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하게 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남희 혁신위 공동대변인은 "불체포특권은 헌법에 있는 권리고 우리는 그 권리 가타부타를 따지기보다는 민주당 의원들이 앞장서서 '우리는 떳떳하게 심판 받겠다' 그리고 '사법부 판단을 신뢰하겠다'는 걸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한다는 (측면에서) 그런 정치적 결단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즉, 법리적으로 불체포특권의 포기를 종용하기보단 도덕적인 측면을 강조해 국민 신뢰를 회복하겠다는데 주안점을 두겠다는 것이다.


당내에선 이 같은 요구에 대해서는 나름의 평가가 이뤄져야 하겠지만, 여전히 국민이 요구하는 것과는 거리가 있어 아쉽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앞서 비명계는 이번 혁신위의 목적이 '대선·지선 패배와 이재명 체제 1주년에 대한 평가'에 방점이 찍혀야 한다고 강조해온 바 있다.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에서 혁신위를 향해 "이 대표 체제 1년이 지났는데 민주당 지지도가 오르기는커녕 도덕적 불감증에 걸렸다는 지적은 굉장히 뼈아픈 이야기"라며 "왜 지지도에 문제가 있는지 종합적인 판단을 통해 잘못됐다는 점이 나오면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해나가야 한다. (혁신위의) 첫째 의제는 대선·지선 패배에 대한 평가"라고 강조했다.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기구 위원장(오른쪽)이 20일 국회에서 열린 혁신기구 1차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그럼에도 혁신위는 현 지도부 체제 평가 여부에 확답을 내지 않았다. 윤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재명 대표 체제 및 대선 패배 평가에 대한 논의는 진행됐느냐'는 질문에 "오늘 처음으로 회의를 했기 때문에 어떤 의제를 배제하고서 시작하지 않았다는 정도의 말씀을 드리겠다"며 "오늘은 불체포특권에 관한 격론만 오가면서 상당히 많은 시간을 할애했기 때문에 다른 안건에 대한 논의는 다음으로 미루도록 했다"고 답했다.


아울러 김 대변인은 "돈봉투 사건을 통해 의사결정 시스템을 포함한 당내 민주적인 구조적 문제를 발견했다"며 "혁신위가 조직 진단을 준비하고, 이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돈봉투 사건에서 불거진 당내 민주적 구조는 통상 '대의원제'를 의미한다. 친명계 원외 인사로 꾸려진 '민주당 혁신행동'은 돈봉투 사건이 일어난 배경으로 권리당원 50~60명의 표만큼의 가치를 행사하는 대의원 제도를 꼽으면서 해당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낸 바 있다.


당내 일각에선 대의원제 폐지 또는 축소는 '개딸'(개혁의 딸) 같은 강성 권리당원의 영향력을 높여 자칫 민주당이 강성 지지층의 입김에 좌지우지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혁신위가 소위 '민주적 구조'를 띄움에 따라, 대의원제가 건드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분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조응천 의원은 지난 22일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혁신위의 본령은 이 대표 체제 민주당의 1년이 어땠느냐에 대한 평가와 진단, 거기에 대한 처방"이라며 "(김 위원장이) 느닷없이 공천을 이야기하고 현역의원을 기득권이라고 한다. 기득권 타파가 무엇이냐. 대의원제 폐지 쪽으로 연결되지 않겠느냐. 이게 제대로 굴러가겠느냐"고 비판했다. 또 김종민 의원도 같은날 CBS라디오에 나와 "김은경 위원장이 이야기한 그대로 실현할 유일한 방법은 당대표 공천 권력을 내려놓는 길을 찾으면 된다"고 말했다.


민주당 한 의원은 "혁신이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가려면 혁신위가 '이재명'이라는 말을 제대로 띄워야 한다"며 "혁신위원 인선에서부터 논란이 일고 있는데 그 의제까지 띄우지 않는다면 저쪽(국민의힘)에서 반발하는 것처럼 이재명 아바타나 수렴청정한다는 얘기가 끊이질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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