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충전기 설치 보조금 받기 위해 타 브랜드에도 개방
현대차, 테슬라 충전 생태계 종속 우려로 유보적 태도
테슬라 충전방식인 'NACS(North American Charging Standard)'가 전기차 충전방식의 글로벌 표준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GM, 포드, 리비안 등 완성차 업체들은 물론, 전기차 충전기 제조업체들, 충전소 운영업체들이 잇따라 NACS 포함을 결정했다.
테슬라는 기존 미국 표준인 CCS(CombinedChargingSystem) 규격이 아닌 NACS 충전기 연결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NACS는 완속과 급속을 모두 지원하고 단일 연결 단자로 가벼운 것이 장점이다. 테슬라는 최근 미국에서 충전기 설치 보조금을 받기 위해 자사 전용 충전기인 '슈퍼차저'를 개방하고 있다.
미국 행정부는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대 정책에 따라 향후 5년간 75억달러의 전기차 충전시설 구축 보조금을 편성했는데 기존 CCS 규격을 채택한 충전시설에만 지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NACS를 개방함으로써 전기차 보급 확대에 크게 기여하는 충전 인프라 접근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테슬라도 정부 보조금 혜택을 노릴 수 있게 됐다. 미국 에너지부에 따르면 미국 내 급속 충전기 중 테슬라 충전소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60%에 달한다.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 포드, GM 3사의 점유율만 70%가 넘는 가운데 3사가 NACS를 채택하게 되면서 테슬라 전용 충전방식이 아니라 미국 내 표준으로 자리잡게 된다.
이에 따라 충전 장비 제조업체 블링크차징, 티트리움과 전기차 충전소 운영업체인 차지포인트 등도 합세하고 있다.
SK(주) 자회사인 SK시그넷도 지난 15일 NACS 커넥터를 적용한 제품을 올해 안에 출시하기로 발표했다. SK시그넷은 미국 전기차 초급속 충전시장 1위 업체로, 미국 완성차 브랜드들이 잇달아 NACS 채택하자 고객의 편의를 위해 이와 같은 결정을 했다고 설명했다.
아직 북미 업체들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전기차 제조사들과 충전 업체들은 CSS 규격을 주로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NACS 확대 분위기에 순응해 도입을 검토하거나 적극 진출을 하는 업체들이 생기고 있다. 스텔란티스 역시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전기차 산업을 주도하는 현대자동차그룹은 NACS 사용에 대해 신중한 모습을 보인다. 테슬라 전기차 충전 생태계 종속될 수 있단 우려에서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지난 20일 열린 '2023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NACS 테슬라 충전 퓨즈는 사실 큰 화두가 되고 있다"며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데 궁극적으로는 고객 관점에서 판단을 좀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 미국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으로 북미 내 전기차 판매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는 시점에 충전 인프라마저 종속되게 되면 그 입지가 더욱 좁아질 수 있는 것을 경계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김흥수 현대차 GSO 담당 부사장은 "과연 그 충전기를 활용하면서 발생하는 데이터, 많은 메이커들이 준비하는 부가 서비스 충전 등이 과연 테슬라가 주도하는, 테슬라의 철저한 체계 안에서 종속 되는 것이 중장기적으로 각사가 가지고 있는 EV 전략을 전개하는 데 유효할까 하는 것도 중요하게 따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NACS의 대세론에 대해 낙관적인 반응을 보였다.
박철완 서정대학교 교수는 "애초에 내연기관차와 전기차는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다르다"며 "내연기관차의 경우 주유소와 차량 브랜드가 같이 끌고 가지 않지만, 전기차의 경우 고속과 초고속 충전 인프라를 같이 가져간다"고 설명했다.
현재 NACS가 대세가 되고 있다는 것은 테슬라의 시장 지배력과 관련지어 볼 수 있다. 통신규약 업데이트가 필요하지만, 테슬라 충전방식을 전기차와 충전기 제작사들도 쓰겠다는 것은 테슬라를 사실상 시장 지배자로 인정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NACS가 현재 북미 중심으로 시작하지만, 테슬라의 영향력이 워낙 크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도 중요한 표준 중 하나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박 교수는 "테슬라가 타 배터리 제조사들에 충전 네트워크를 개방함으로써 테슬라로선 충전 사업 가치나 매출이 더 올라 지배력을 올릴 수 있다"면서 "테슬라보다 후발주자인 전기차 업체들은 충전 인프라에 대한 투자비 등 노력을 줄일 수 있어 상부상조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는 현재 "현재 NACS와 CCS가 치열하게 대결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3년째 CCS로 진행되고 있다"면서도 "미국이 주도해서 움직이기 시작했기 때문에 우리가 좀 더 고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