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판결 선뜻 납득되지 않아…대법원이 결론 미리 정해놓고 원심 파기한 느낌"
"무기수가 같은 수감인 살해해도 사형선고 안 된다는 것…사형집행 가능했다면 2심 판단 달랐을 것"
"26세라 사형선고 안 된다? 납득 어려워…'군부대총기난사' 임 병장, 23세에 사형 선고"
"사형 거의 집행되지 않는 문제도 고려됐을 것…우리나라 형벌체계 및 교화 고민해볼 문제"
강도살인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던 20대 남성이 교도소 안에서 동료 재소자를 때려 숨지게 해 2심에서 사형을 선고 받았지만 대법원에서 사형은 과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법조계에서는 "국민 법 감정에 반하는 판결도 국민들이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대법원이 피고인이 20대라는 이유로 사형 판단을 내리지 않은 점에 대해선 "사형 확정을 안 하려고 궁색한 근거를 댄 것 같다"며 "대법원이 결론을 미리 정해놓고 원심을 파기한 느낌"이라고 꼬집었다.
18일 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민유숙)는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A(28) 씨의 상고심 선고기일에서 사형을 선고한 원심의 형이 무거워 부당하다는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한다고 지난 13일 밝혔다.
강도살인죄로 무기징역을 확정받고 복역 중이던 A 씨는 2021년 12월 공주교도소 수용거실 안에서 자신이 정해준 수칙을 안 지켰다는 이유로 각종 놀이를 빙자해 40대 동료 수용자의 목을 조르고 가슴 부위를 발로 여러 차례 때리는 등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결국 피해자는 20일 만에 전신출혈과 염증, 갈비뼈 다발성 골절 등으로 숨졌다. A 씨는 항소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으나 대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무법인 선승 안영림 변호사는 "판결이 선뜻 납득이 되지 않는다. 무기징역수가 같은 수감인을 살해해도 사형을 선고하면 안 된다는 것"이라며 "대법원에서 결론은 미리 정해놓고 원심을 파기한 것 같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안 변호사는 그러면서 "수사 및 재판 도중 극단 선택을 한 것이 잘못을 뉘우친 결과인지 단정하기 어렵지 않느냐"라고 반문하고, "대법관들이 사형 확정을 안 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궁색한 근거를 든 게 아닌가 싶다"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나이가 26세라는 점이 왜 사형을 선고하면 안 되는 이유인지 납득이 안 된다"며 "2016년 발생한 고성 군부대 총기난사사건 피고인도 당시 만 23세 3개월의 나이로 사형 선고(대법원 선고 기준)를 받았다. 피고인을 봐주려고 나이를 이유로 든 것으로밖에 생각되지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법무법인 정향 이승우 변호사는 "사형이 실질적으로 거의 집행되지 않고 있는 현실적인 문제도 고려됐을 여지가 있다"며 "다만 유족이나 일반 시민들 입장에서는 '사실상 처벌을 받지 않은 게 아니냐' 라는 이야기가 나올만 하다. 실제 이 사건은 단순 판결의 의미보다도 우리나라 형벌체계와 교화에 대해 깊이 고민해 봐야 할 거시적인 문제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법률사무소 확신 황성현 변호사는 "대법원의 판단은 국민의 법 감정에 극히 반하기 때문에 일반 대중의 입장에서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본다"며 "국내에서는 사형집행이 되지 않는 것이 현실인데, 만약 사형집행이 가능한 상황이었다면 2심 판단은 달랐을 것이라고 본다. 적어도 '사형선고'가 주는 상징적 의미는 분명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형집행은 필요하다고 본다"며 "피고인이 만약 '내가 사람을 또 죽이면 나도 죽는다(사형 당한다)'라고 생각했더라면 과연 저런 끔찍한 살인을 또 저질렀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