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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이권 카르텔 부숴야"…국민의힘, 文겨냥 '국조'로 尹 발맞춤


입력 2023.08.02 00:30 수정 2023.08.01 22:21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대통령 '건설 카르텔' 지적에 與 "국정조사 추진"

"김현미, 변창흠, 김수현 등 카르텔 유지에 도움

준 이들 처벌해야" 주장…'文 정권 인사' 정조준

민주 "尹대통령, 또 남탓…사태 책임지고 수습"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뉴시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아파트 15개 단지 지하주차장에서 철근이 누락된 사태에 대해 국민의힘이 국정조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번 사태의 원인을 '건설 이권 카르텔'로 규정하고 카르텔 혁파를 주문한 데 발을 맞춘 행보로 풀이된다. 문제가 된 현장의 건축 시점이 문재인 정부였던 만큼,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민간 아파트보다 더 튼튼하고 안전해야 할 공공아파트가 부실의 주인공이라니 참담한 마음"이라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공공분양 아파트 설계, 시공, 감리 전반에 걸친 업무시스템을 점검하는 한편, 건설 이권 카르텔의 비정상적인 관행을 발본색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통령도 안전 우선을 강조하며 부실공사에 대해 전수 조사를 하고 즉각 안전조치에 만전을 기하라고 당부한 만큼 당국은 부실시공과 관련한 조치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라며 "국토부는 이번 사태에 대해 철저한 원인 규명과 관계자에 대한 단호한 조치, 보강공사를 비롯한 신속한 대응을 약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날 국토부에 '전수조사'를 지시했던 윤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도 재차 문제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LH 무량판 사태를 언급하며 "이러한 문제의 근본 원인으로 건설 산업의 이권 카르텔이 지적되고 있다"며 "국민 안전을 도외시한 이권 카르텔은 반드시 깨부숴야 한다"고 피력했다.


앞서 국토부는 전날 'LH 무량판 구조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2017년 이후 '무량판'으로 발주해 시공사를 선정한 91개 단지 가운데 15개 단지에서 기둥 주변 보강철근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힌 바 있다.


여당은 부실시공의 '시점'에 주목하고 있다. 문제의 무량판 시공이 문재인 정부 첫해인 2017년 무렵부터 보편화됐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LH의 무량판 주차장에서 철근 누락이 발생한 15개 단지 가운데 12개 단지는 변창흠 전 국토부 장관이 LH 사장이던 시절 사업계획 승인과 착공이 이뤄진 것으로 조사됐다. 심지어 전임 박상우 사장 시절 승인된 2개 단지의 착공도 변 사장 시절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LH 무량판 구조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이에 여권에서는 당시 책임자였던 변 전 장관과 김수현 전 청와대비서실 정책실장이 합당한 입장 표명이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강민국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김현미 전 장관, 변창흠 전 LH 사장, 그리고 이 모든 정책을 총괄했던 김수현 전 정책실장까지, 누구 하나 예외 없이 이권 카르텔이 유지되는 데 도움 준 이들은 반드시 가려내 처벌해야 한다"며 "국민의힘은 차제에 국정조사를 통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국민 안전을 담보로 삼은 행태에 대해 반드시 밝혀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철근 누락 등 부실 시공은 문재인 정부 시절 LH의 비리를 재소환하는 계기도 됐다. 지난 2021년 집값이 천정부지로 폭등하고 있는 가운데 LH 전·현직 직원들의 대규모 땅 투기 등이 적발돼 국민적 공분을 산 바 있다. 해당 논란 역시 변 전 장관이 사장일 때 발생한 사건이었다.


국민의힘 소속 정우택 국회 부의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윤 대통령도 아파트 지하주차장 부실 공사에 대해 전수 조사할 것을 지시했는데, 국민 안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며 "발주·설계·감리·시공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구조적 문제는 없었는지, 부실을 서로 눈감아주는 이권 카르텔은 없었는지도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국정조사에 합의를 해주느냐 하는 점이다. 민주당은 국정조사가 전 정권에 대한 정치 공세라고 보고 일단 부정적인 입장이다.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 사태를 책임지고 수습에 앞장서야 할 윤 대통령은 '우리 정부 출범 전에 이뤄졌다'며 또다시 남 탓에 열중"이라며 "사건이 터질 때마다 '본인의 임기 전에 벌어진 일'이라며 그저 손가락질하기 바쁘다"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국토부 내에서 꽤 많은 전관예우가 행해지면서 그들만의 리그가 형성된 상황이라 시스템상의 구조적인 문제를 분명 손봐야 한다"며 "국정조사를 민주당이 받을지는 모르겠지만, 전국적인 이슈가 돼 가는 상황에서 받지 않는다면 국민적인 반발 여론을 마주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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