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엄마가 잘못 키워서" "네 엄마한테나 말대꾸하라"…40대 민원인, 공무원에 폭언
고양시 공무원노조, 대응팀 꾸려 피해 사례 모아…경찰에 민원인 고발하며 소송 시작
악성 민원인들로 전국에서 많은 공무원들 고충 겪어…신입 공무원 줄줄이 휴직·이직
경기 고양시 공무원 A 씨는 2년 전 민원인 B 씨(40대)에게 법이 정한 서류를 추가로 요구했다가 한동안 악몽 같은 시간을 보냈다. A 씨는 B 씨로부터 항의 전화를 하루에 10통 받기도 했다. B 씨의 불만은 "이미 제출한 서류만으로도 민원 처리가 가능하지 않으냐"는 것이었다.
다른 공무원 C 씨도 약 한 달 동안 수시로 걸려오는 B 씨의 민원 전화에 시달렸다. 대화는 거의 반말이었고 "네 엄마가 잘못 키워서 그런다" "네 엄마한테나 말대꾸하라"는 등 모욕성 발언도 들어야 했다. 고양시에서 B씨의 행동에 정신적 고통을 겪은 공무원은 7명에 달했다.
이들은 법에 근거해 B 씨에게 통화 또는 공문으로 여러 차례 답했지만, B 씨는 "답변 내용이 부족하다. 직무유기다"라며 감사과나 국민신문고를 통해 지속해서 민원을 제기했다.
17일 복수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은 이런 B 씨에게 지난 9일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B 씨의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인정한 것이다. 다만 모욕과 공무집행방해 혐의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애초 검찰은 B 씨를 벌금 500만원에 약식기소했지만, B 씨가 불복해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이번 소송은 당사자가 아닌 고양시 공무원노조가 대응팀을 꾸리고 피해 사례를 모아 2021년 11월 B 씨를 경찰에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민선 이후 해결이 불가한 민원을 반복 제기하거나 폭언·모욕성 발언을 하는 악성 민원인들로 전국에서 적잖은 공무원들이 고충을 겪고 있다. 신입 공무원들의 휴직·이직 등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공무원들은 상황이 이런데도 제대로 대응할 수 없다는 데 답답해하고 있다. 자치단체 민원 처리 담당 공무원은 현실적으로 민원인의 전화 통화를 거부할 수 없으며 신문고 등을 통해 제기한 내용이 반복되더라도 정해진 기한 내에 답변해야만 한다.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은 지난 3일 성명을 내고 "도 넘은 악성 민원을 기관 차원에서 적극 대응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