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옛 운동권 인사들 매료시킨 김기현의 '균형감'


입력 2023.09.15 06:00 수정 2023.09.15 00:59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당 안정화에 성공, 본격적인 외연확장

진영·이념 떠나 다양한 인사들과 접촉

제3지대 양향자에 "여당과 함께 해야"

옛 진보 인사들 "식견과 상황판단 인상적"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2일 국회에서 국민의힘 대표실을 예방한 양향자 한국의희망 공동대표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의 최근 행보가 정치권의 이목을 끌고 있다. 진영과 이념을 떠나 당 외부 인사들과 접촉면을 넓히며 외연을 확대하는가 하면, 박근혜 전 대통령을 예방하며 보수 대통합에도 목소리를 내고 있어서다.


시작은 지난 12일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와의 만남이었다. 고졸·여성 출신으로 삼성전자 상무까지 오른 양 대표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영입 인재'로 민주당에서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다. 하지만 국민의힘 반도체 특위 위원장을 맡는 등 좌우를 넘나드는 행보를 걷고 있다. 김 대표는 "성공 스토리로 많이 알려진 분이고 많은 국민이 긍정적으로 보는 정치인"이라며 손을 내밀었다.


비공개 대화 때에는 "생각이 같은 부분이 많다"며 "변화를 일으키려면 여당과 함께 해줘야 한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뿐만 아니라 김 대표 측은 오는 19일 창당발기인대회를 하는 금태섭 전 의원의 '새로운 선택' 등 제3지대 세력과도 언제든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같은 날 오후에는 민경우 대안연대 대표와 서민 단국대 교수 등 10여 명과 비공개 오찬을 함께했다. 민 대표는 범민련 남측본부 사무처장을 지낸 주사파 운동권 출신이지만, 한미 FTA 반대운동 과정에서 환멸을 느끼고 전향한 인사다. 과거 '광우병 선동'을 주도했던 경험을 통해 최근 민주당의 후쿠시마 오염처리수 방류 투쟁의 '허구성'을 밝히며 주목 받았다. 서민 교수도 과거 민주당 측 인사로 분류됐으나 소위 '조국 사태'를 계기로 비판적인 입장으로 돌아선 대표적인 인사다.


참석자에 따르면, 식사 자리에서는 현실 정치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에 하자"며 별다른 언급은 없었다. 대신 각종 사회 현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며 이해의 폭을 넓히는 자리를 가졌다고 한다. 신문과 방송 등을 통해 단편적으로 김 대표를 접해왔던 이들은 이번 만남에서 김 대표가 가진 다양한 분야의 깊은 식견과 균형감, 적절한 판단에 상당한 인상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한 참석자는 통화에서 "교육과 언론·시민단체 등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던 사람들이 온 만큼 여러 현안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 갔는데, 김 대표가 사안 하나하나에 대해 적절한 답변을 줬다. 정확히 내용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와 같은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것"이라며 "굉장히 좋은 인상을 받았고, 다른 참석자들도 같은 반응이었다"고 전했다.


전날에는 그간 미뤄졌던 박근혜 전 대통령을 예방하며 범보수 진영을 통합하는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김 대표는 취임 직후인 지난 4월 예방 일정을 계획했으나, 박 전 대통령의 건강상 문제 등으로 연기된 바 있다.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여당 대표로서 무거운 책임감이 있을 것"이라며 "잘해서 (총선에서) 꼭 좋은 성과를 얻기 바란다"고 김 대표에게 힘을 실어줬다.


예방을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난 김 대표는 "우리가 총선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보수가 대단합을 해야 한다"며 "박 전 대통령이 가진 경험이나 영향력 등과 함께 대동단결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보수 대통합을 강조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김 대표가 대선 이후 일부 흩어진 보수 진영을 규합한 뒤, 제3지대를 비롯한 다양한 정치세력과 만나 외연을 확장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때 유행했던 '인재 영입'이나 파격 기용과 같은 보여주기식이 아닌, 도덕성 측면에서 검증되고 전문성을 갖춘 인사들을 자연스럽게 흡수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은 통화에서 "김 대표가 초기에 불안했던 국민의힘을 안정적인 집권여당의 모습으로 탈바꿈하는데 집중했고 상당한 성과가 있었다"며 "앞으로의 관건은 얼마나 좋은 인재들을 많이 발굴하고 또 당으로 영입해 총선에 내보낼 수 있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