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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선언 짓밟은 김정은…'마지막 협상 조건' 불살라


입력 2023.09.29 00:00 수정 2023.09.29 05:09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한반도 비핵화' 약속했던 김정은

"美 핵무기 지구에 존재하는 한

핵보유국 지위 변경·양보도 NO

핵무력 지속적으로 더욱 강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크렘린궁/AP/뉴시스

북한이 '핵독트린'으로 평가되는 핵무력정책법을 도입한 지 1년여 만에 관련 내용을 헌법에 명기했다. '핵 정책 변화 가능성'을 시사하며 협상 여지를 남겼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불가역적인 핵무력 강화'를 천명하며 협상 불가 입장을 명확히 밝혔다.


28일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26∼27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참석하에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9차 회의를 만수대의사당에서 진행했다.


이번 회의에선 △사회주의 헌법 일부 수정·보충 △장애자 권리 보장법 심의·채택 △관개법 심의·채택 △공무원법 심의·채택 △금융부문 법집행정형총화 △기존 국가우주개발국을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으로 개편 △조직문제(인사) 등 7가지 의안을 토의·결정했다.


특히 개정된 헌법에는 "(북한이) 책임적인 핵보유국으로서 나라의 생존권과 발전권을 담보하고 전쟁을 억제하며 지역과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기 위해 핵무기 발전을 고도화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아울러 "공화국 무장력의 사명이 국가 주권과 영토완정, 인민의 권익을 옹호하며 모든 위협으로부터 사회주의 제도와 혁명의 전취물을 사수하고 조국의 평화와 번영을 강력한 군력으로 담보하는 데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김정은 위원장은 연설에서 "사회주의 조선과 더불어 영존할 국가 최고법에 핵무력 강화 정책 기조를 명명백백히 규제한 것은 현시대의 당면한 요구는 물론 사회주의 국가 건설의 합법칙성과 전망적 요구에 철저히 부합되는 가장 정당하고 적절한 중대 조치"라고 주장했다.


28일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26∼27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참석하에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9차 회의를 만수대의사당에서 진행했다. ⓒ조선중앙통신
"일단 보유한 핵은 세월 흐르고
대 바뀌어도 영원한 전략자산으로
누구도, 어떤 경우도 훼손 불가"


김 위원장은 현 정세와 관련해선 △한미 핵협의그룹(NCG) 창설 △한미 연합훈련 강화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등을 언급하며 "(한미가) 우리 공화국에 대한 핵전쟁 위협을 사상 최악의 수준으로 극대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에 대해선 "전쟁과 침략의 근원적 기초인 '아시아판 나토(NATO)'가 끝내 자기 흉체를 드러내게 됐다"며 "이것은 그 무슨 수사적 위협이나 표상적인 실체가 아닌 실제적인 최대의 위협"이라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단순히 임박한 정세 악화의 추이만을 분석·고찰하고 핵무력 강화 정책의 헌법화라는 중대 의제를 최고인민회의에 상정시킨 것은 아니다"며 장기적 맥락의 전략적 판단에 따라 관련 조치가 이뤄졌다는 점을 강조했다.


북한이 "사회주의 국가로 존재하는 한, 자주와 사회주의를 말살하려는 제국주의자들의 폭제의 핵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한, 핵보유국의 현 지위를 절대로 변경시켜서도 양보해서도 안 되고 오히려 핵무력을 지속적으로 더욱 강화해 나가야 한다"는 취지다.


관련 입장은 지난해 9월 핵무력정책법 제정 당시 김 위원장이 언급했던 '마지막 협상 조건'을 사실상 철회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당시 "핵무력 정책을 법화 해놓음으로써 핵보유국으로서의 우리 국가의 지위가 불가역적인 것으로 됐다"면서도 "만약 우리의 핵정책이 바뀌자면 세상이 변해야 하고 조선반도(한반도)의 정치군사적 환경이 변해야 한다. 절대로 먼저 핵포기란, 비핵화란 없으며 그를 위한 그 어떤 협상도, 그 공정에서 서로 맞바꿀 흥정물도 없다"고 했었다.


'선(先) 비핵화'에 명확히 선을 그으면서도 한반도 정치군사적 환경 변화가 담보될 경우 비핵화 논의가 가능하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힌 셈이다.


하지만 1년여가 흐른 지금, 김 위원장은 핵무력 정책의 헌법화를 매듭지으며 비핵화 논의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실제로 그는 "(북한이) 1950년의 조선(6·25) 전쟁 때부터 시작된 핵 공갈의 직접적인 피해당사자로서 조선반도와 지역을 비핵 지대로 만들기 위한 평화애호적인 노력을 거듭해 왔다"며 "미제는 단지 사상과 제도가 다르다는 이유로 우리의 평화애호적인 제안들을 모두 무시하고 비핵국가인 공화국에 대한 핵위협을 장장 수십 년간 지속해 가증시켜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적대세력의 핵 위협에는 반드시 핵으로 맞서야 한다는 철리와 함께 일단 보유한 핵은 세월이 흐르고 대가 바뀌어도 국가의 영원한 전략자산으로 보존·강화하고 누구도, 어떤 경우에도 이를 훼손할 수 없게 해야 할 필연성을 절감하게 했다"고 덧붙였다.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하겠다'는 판문점 선언을 지키지 않겠다고 공개 선언한 것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자료사진) ⓒ한국공동사진기자단
"핵생산 기하급수적으로 확대
핵 타격수단 다종화 실현해
여러 군종에 실전 배치"


관련 맥락에서 김 위원장은 핵무기의 질적·양적 강화를 중대과제로 언급했다. "핵무기 생산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리고 핵 타격수단들의 다종화를 실현하며 여러 군종에 실전·배비하는 사업을 강력히 실행"하라는 주문이다.


아울러 그는 "혁명에 유리한 조건과 환경을 마련하기 위한 대외활동을 폭넓고 전망성 있게 벌리는 것과 함께 반제·자주적인 나라들의 전위에서 혁명적 원칙, 자주적대를 확고히 견지하면서 미국과 서방의 패권전략에 반기를 든 국가들과의 연대를 가일층 강화해나갈 데 대하여 강조"했다.


미국 주도 국제질서를 거부하고 중국·러시아 등과 연대해 다극질서를 추동하겠다는 기존 구상을 재확인한 셈이다.


28일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26∼27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참석하에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9차 회의를 만수대의사당에서 진행했다. ⓒ조선중앙통신
"제재·압박 강화해
북한 핵개발 억제·단념"


한편 정부는 북한의 핵무력정책 헌법화와 관련해 '압박 강화'를 예고했다.


통일부는 우선 "북한이 지난 2012년 핵보유를 헌법에 명시하고 작년 9월 핵무력정책을 법령화한 데 이어 핵무기 고도화를 다시금 헌법에 명시함으로써 핵 포기 불가와 핵 능력 고도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통일부는 "한미일의 압도적 대응과 국제사회 공조하에 제재·압박을 강화해 북한의 핵개발을 억제하고 단념시켜 나갈 것"이라며 "북한의 핵 사용 시 북한 정권은 종말을 맞이할 것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고 밝혔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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