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균용 통과 안간힘 쓰는 대법원…'김명수 사법행정 정신 계승'까지 거론

법원행정처 '대법원장 후보자 설명자료' 배포…붉은색 문구로 강조

"김명수 대법원장의 재판 중심·민주적 사법행정 정신 발전적 계승"

더불어민주당 일부 국회의원과 5일 별도 면담 일정 잡고 설득 나서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4일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사실상 부결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은 가운데,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이균용 대법원장 인준을 위해 '김명수 대법원장 사법행정 정신 계승'까지 거론하며 민주당 설득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5일 조선일보에 따르면 대법원 법원행정처의 '대법원장 후보자 설명자료'에는 이같은 내용이 담겼다. 해당 자료에서 법원행정처는 이 후보자의 사법정책 방향을 설명하면서 "김명수 대법원장의 재판 중심의 사법행정, 민주적·수평적 사법행정 정신을 발전적으로 계승"이라고 했다.

해당 문구는 붉은 색으로 강조돼 있었다. 약 60쪽에 달하는 설명자료 책자에는 청문회에서 지적됐던 이 후보자의 과거 판결·신상 문제에 대한 대응논리 및 대법원장 공백에 따른 우려도 담겼다.

앞서 이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소위 김명수 대법원장 이후에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더욱 추락했다"며 지난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를 비판한 바 있다. 이 후보자는 또 2021년 대전고법원장에 취임하면서는 "법원을 둘러싼 작금의 현실은 사법에 대한 신뢰가 나락으로 떨어지고 법원이 조롱거리로 전락했다"며 "재판의 권위와 신뢰가 무너져 내려 뿌리부터 흔들리는 참담한 상황"이라고도 말했다.

해당 발언을 두고 당시에도 이 후보자가 김 대법원장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는 그동안 '사법의 정치화' '재판지연' 등으로 비판을 받아왔다.

하지만 대법원장 임명 동의안 가·부가 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당 손에 달린 만큼 '김명수 체제 계승'을 언급하며 민주당 달래기에 나선 것이다. 임명 동의안은 국회 재적의원 과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 찬성으로 의결되는 만큼 야당에서 30표 이상이 찬성에 투표해야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에 따르면 법원행정처는 일부 의원과는 5일 별도 면담 일정을 잡고 설득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인사청문회 이후 ‘이 후보자가 부적격하다’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앞서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지난 3일 "윤석열 정부에 경고한다. 이런 인물들을 계속 (대법원장 후보자로) 보내면 제2·제3(의 인물)이라도 부결시킬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대법원장 후보 임명 동의안이 부결된 것은 노태우 정권이던 1988년 정기승 대법원장 후보가 유일하다. 만약 6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부결될 경우 국회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2000년 이래 첫 대법원장 낙마 사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