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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에 퍼진 '개딸'이란 마약 [기자수첩-정치]


입력 2023.11.07 07:00 수정 2023.11.07 07:00        김찬주 기자 (chan7200@dailian.co.kr)

尹대통령 시정연설 이후 면전에

"그만두셔야죠" 면박 준 김용민

개딸들 '金, 개혁 요정' 호평일색

"같은 선출직에 자괴감 들 정도"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657조원 규모의 내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기 위해 국회 본회의장으로 입장하는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누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더불어민주당 일부는 개딸이란 마약에 완전히 취해버렸다."


최근 사석에서 만난 민주당 한 의원이 했던 말이다. 지적 대상은 김용민 민주당 의원이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마친 뒤 민주당 의원을 일일이 찾아 악수를 건넸다. 연설에서도 여당인 국민의힘보다 야당을 먼저 호명했다.


그러나 김 의원은 대통령의 면전에다 "이제 그만두셔야죠"라고 말했다. 웃는 얼굴에 침 뱉은 격이다.


이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해당 발언을 했던 사실을 시인하는 게시물을 올리고 "이렇게 화답했다"고 적었다. 좋든 싫든 국민이 직접 뽑은 대통령에 대한 '무례'를 '화답'으로 비꼰 셈이다.


김 의원의 게시물에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강성 지지층인 이른바 '개딸'(개혁의 딸)들은 열성 지지를 보냈다. 이재명 대표가 이장으로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 '재명이네 마을'에는 김 의원을 향해 "개혁 요정 최고!" "이 정도 패기는 있어야 민주당 의원"이라는 등 호평 일색이다.


개혁(改革)이란 엄밀히 말하면 제도나 기구 따위를 새롭게 고친다는 뜻이다. 개딸들이 칭찬하는 '개혁 요정'이 정치권의 어떤 변화나 반향을 일으켰기에 이같은 단어를 붙였는진 모르겠지만, 내년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의도성은 다분해 보인다.


당내에서도 '개딸 아부성 퍼포먼스'라는 냉소가 나왔다.


이원욱 의원은 지난 1일 SBS라디오에서 "김 의원이 (개딸로부터) '역시 우리 김용민 의원이다' 이런 것을 염두에 두고 한 행동이 아닌가 싶다"며 '아부성 언동'으로 평가절하했다.


그도 그럴 것이 당비를 내는 민주당 약 250만명의 권리당원 중 절반 정도가 지난해 대선을 기점으로 입당했다. 대부분 이 대표 지지층이다. 공천권을 쥔 당대표가 누구에게, 어떻게 공천을 주느냐에 따라 정치 생명이 결정된다.


특히 내년 총선 경선에서도 권리당원 투표가 차지하는 비율이 50%다. 강성 지지층들의 관심을 받기 위해 상대를 향한, 혹은 당내 다른 계파 의원들을 향해서도 과격한 언동이나 비방을 통해 이들의 열광을 얻어 낼수록 공천에서 가산점을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앞서 언급한 사석에서 만난 의원은 "김 의원의 발언, 그걸 SNS에 홍보하는 모습, 그리고 열광하는 개딸들의 '삼박자'가 기막히더라"며 "또 개딸들이 주도하는 집회, 시위, 나아가 강성 지지자의 유튜브에 국회의원이 출연하는 장면을 보고 있자면 일부 의원들이 '개딸이란 마약'에 완전히 취해버린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런 사람과 함께 선출직(국회의원)을 하고 있다는 게 자괴감이 들 정도"라고 혀를 내둘렀다.


급하다고 갓 쓰고 똥 누랴.


아무리 급해도 예의는 지켜야 함을 비유하는 이같은 속담처럼, 공천 경쟁이 아무리 급하다고 해도 개딸에 잠식된 민주당의 모습에 호응해줄 국민이 과연 얼마나 있을 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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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주 기자 (chan72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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