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 넘어 소유로, 굿즈의 세계 [영화와의 연결고리, 굿즈①]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3.11.14 14:04  수정 2023.11.14 14:04

굿즈로 관객 N차 관람 유도

"영화 감상에서 그치지 않고, 굿즈 소장으로 영화를 본 걸 기록하고, 소유할 수 있다는 점이 의미가 있다. 굿즈는 영화를 다양한 일상 속 공간에서 경험할 수 있게 해준다. 이번 달에는 좋아하는 배우 황정민이 출연하는 '서울의 봄'이 개봉을 앞두고 있어 메가박스 오리지널 티켓을 기대하고 있다."


중학생 A 양이 굿즈를 모으는 이유다. 톰 홀랜드를 좋아해 모으기 시작한 영화 굿즈는 이내 톰 홀랜드 한정이 아닌 영화 전체의 관심으로 이어졌다. 영화가 개봉하면, 극장으로 달려가거나 당근 마켓을 통해 멀티플렉스가 제공하는 특전 굿즈를 찾는다.


ⓒ메가박스

영화들은 개봉을 앞두고 홍보 기념품을 통해 미리 인지도와 호기심, 호감도는 높이기 위해 노력한다. 과거 전단지 형태로 시작해 단순한 형태였던 영화 굿즈는 영화 소품, 로고, 캐릭터 등을 활용해 티셔츠, 모자, 포스터, 피규어, 키링, 스티커, 음반, 책등의 상품으로 진화했다. 관객들은 만질 수 없는 스크린 속 소품을 실물로 재탄생하는 것에 의미를 두고, 극장 및 배급사들은 영화의 콘셉트를 극대화한 시그니처 굿즈를 제작해 증정하기 시작하고 있다. 현재는 굿즈가 영화의 예매율에 효과적인 역할을 하면서 예술 영화부터 대작까지 필수 요소가 됐다.


특히 메가박스, CGV, 롯데시네마, 씨네Q의 오리지널 굿즈를 향한 관객들의 소장 욕구가 높다. 가장 많은 마니아를 보유하고 있는 건 2019년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부터 만들기 시작한 메가박스의 오리지널 티켓이다. 이는 ‘오티’라고 불리며 영화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오티에 대한 감상과 오티를 얻기 위한 정보 공유가 일상처럼 이뤄지고 있다.


메가박스의 오리지널 티켓은 영화 콘셉트에 부합하는 디자인과 홀로그램에 섬세하게 더해졌다. 이는 티켓이 영수증으로 바뀌면서 아쉬워했던 관객들의 니즈를 저격했다. 마니아를 보유하고 있는 오리지널 티켓의 경우 많은 배급사가 컬래버레이션을 희망하고 있다.


CGV의 오리지널 굿즈는 필름마크다. 영화의 한 장면을 넣어 만든 기념품으로 소장 욕구를 자극한다. 또 새로운 티켓 형태인 That’s The Ticket(TTT) 출시도 출시했다. 올해 추석 개봉작이었던 '천박사 퇴마연구소: 설경의 비밀', '거미집', '1947 보스톤'이 TTT의 시작이 됐다.


롯데시네마는 시그니처 아트카드를 증정한다. 메가박스와 CGV가 티켓 형식을 띄었다면 시그니처 아트카드는 엽서와 형태가 비슷하다. 양면이 다른 디자인인 것이 특징이다. 씨네Q는 과거 클래식하고 레트로한 티켓 디자인을 모티브로 한 스페셜 티켓을 제작하고 있다. 롯데시네마 관계자는 "희소성을 극대화해 제작된 한정판 굿즈들은 관객들에게 영화의 감명을 투영하며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어 하는 마음을 잘 담아내며 관객들 맘속에 들어갔다. 향후에도 트렌드를 담은 품목들과 콘텐츠를 결합한 굿즈들을 많이 선보일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또 영화 특전 굿즈에는 영화관 고유의 오리지널 굿즈뿐만 아니라 단기적 특전 굿즈도 존재한다. 한 달 동안 매주 각기 다른 특전이 한정적인 수량만 만들어 선착순으로 증정되기 때문에 이를 소장하기 위해서는 부지런해야 한다. 30대 여성 B씨는 '더 퍼스트 슬램덩크'와 '스즈메의 문단속' 개봉 당시, 오리지널 티켓과 특전을 수령하기 위해 아침 첫 시간 영화를 예매해야 했다. 또 영화 회차마다 다른 특전을 수령하기 위해서 2주 차까지 '더 퍼스트 슬램덩크' 예매를 5번을 한 후, 관람은 하지 않고 주변 카페에서 기다린 후 특전만 수령한 경험도 있다. 실제 '더 퍼스트 슬램덩크'와 '스즈메의 문단속'은 오리지널 굿즈를 위해 관객들이 '오픈런'을 하는 진풍경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NEW

이를 통해 극장들은 팬데믹 이후 영화 굿즈 산업이 새로운 시장으로써의 가능성을 확인한 셈이다. NEW 유통전략팀 김민선 대리는 "가심비와 기회비용을 고려해 영화를 선택하는 관객들에게 관람 우선순위 작품으로 인식되기 위해선 극장 경험의 만족감을 높일 굿즈 제작이 개봉 초기 필수 요소로 자리 잡았다. 특히 극장판 애니메이션 굿즈의 경우, 일반 영화보다 굿즈 소진 속도가 빨라 관객의 호응을 확인할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되기도 한다"라며 "멀티플렉스 극장이 특색 있는 시그니처 굿즈를 선보이기 위해 전담 제작팀과 관련 인프라를 쏟고 있어 다양한 제안과 협업이 진행되고 있다"라고 전했다.


다만, 오리지널 굿즈 및 특전은 증정품으로 만들기 때문에 한계가 명확하다는 단점이 있다. 한 영화 관계자는 "굿즈를 만드는 의도는 정확하다. 2주 차, 3주 차가 돼도 관객들을 불러 모으기 위해 멀티플렉스에서 뿌리는 것이다. 판매용이 아닌 증정용으로 만들다 보니 단가를 높게 측정하지 못한다. 단가가 너무 높으면, 굿즈를 만드는 입장에서 손해를 보는 장사다. 비싸봤자 1000원 정도라 열쇠고리, 엽서 등 만들 수 있는 굿즈가 한정적이다. 또 굿즈를 대량으로 만들 수 없는 게 단가를 낮추려면 중국산을 써야 하는데, 그러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한국에서 만들어야 한다. 한국은 인건비가 비싸 여러 가지 이해, 환경적인 요인으로 소량으로 만든다"라고 말했다.


영화 굿즈를 향한 화력이 높아지면서 주객이 전도되는 현상과 사재기로 변질되는 풍토도 고민거리다. 영화를 예매만 하고 보지 않는 일은 굿즈 수집가들에게 비일비재한 일상이다. 영화 자체로만 힘을 얻지 못하고 굿즈에 기대게 되는 현상을 지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모은다. 또 중고거래에 높은 가격을 불러 판매하기 위한 사재기 수법도 존재한다. 관객 C 씨는 "'스즈메의 문단속' 개봉 2주 차 때 조조 때 티켓 8장을 끊어놓고 매점 앞에서 기다렸다가 끝나는 시간에 교환해달라고 하더라. 그리고 그들이 중고 거래 사이트에 영화 티켓보다 높은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라고 아쉬워했다.


이제 굿즈는 영화 관람의 일부가 됐다. 영화 관람 여부를 떠나 수집욕을 자극하는 영화 굿즈는 영화 프로모션의 필수 시대다. 팬데믹 이후 극장을 방문하는 관객들이 감소하자 위기를 타개할 방법으로 굿즈와 특전 제공이 하나의 대책이 됐다. 관객들은 영화 티켓값이 올랐어도 굿즈를 모으기 위해서 기꺼이 시간을 내 N 차 관람을 한다. 영화사와 극장의 입장에서는 영화를 향한 장기적인 관심이 이어지도록 만드는 수단이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