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北 도발' 언급했다가
김여정에 공개 면박 당해
이후 文정부 '도발' 표현 사라져
'핵오염수' 표현, 北中과 민주당
지난 9월 평양공동선언 5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문재인 전 대통령의 인사말에는 '생경한 단어'가 포함돼 있었다.
문 전 대통령은 북한을 언급하며 '도발'이라는 단어를 다섯 차례 사용했다. 임기 말 북한의 거듭된 도발에도 '군사행동' '위협' 등의 표현을 반복했던 고집을 드디어 꺾은 것이다.
문 전 대통령을 포함해 문 정부 인사들이 '북한 도발' 표현을 삼간 이유는 간단하다. 북한이 공개적으로 '도발을 도발로 규정하지 말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북한 대외정책을 총괄하는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 2021년 9월 15일자 담화에서 "《대통령》이 기자들 따위나 함부로 쓰는 《도발》이라는 말을 망탕 따라하고 있는 데 대해 매우 큰 유감을 표시한다"며 "매사 언동에 심사숙고하여야 한다"고 했었다.
문 전 대통령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성공을 자축하며 "북한 도발에 대한 확실한 억지력이 될 수 있다"고 발언한 당일, 공개 면박을 준 것이다.
이는 '한국은 신무기를 맘껏 개발하면서 북한의 군사역량 강화는 왜 도발로 보느냐'는 '이중기준 철회' 선동의 예고편이기도 했다.
김 부부장의 '공개 저격' 이후 문 정부는 도발이란 단어를 입에 담지 않았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 사실을 숨겼다가 뒤늦게 공개하는 촌극까지 이어졌다.
점증하는 핵위협에도 북한을 감싸고도는 문 정부 입장은 중국 정부 입장과 맞물려 파장을 낳기도 했다. 중국은 북한 도발 시 "북한의 정당하고 합리적 우려에 응당 있어야 할 대응이 없었다"며 정세 악화 책임을 한국·미국 등에 전가했다. 같은 맥락에서 문 정부는 북한이 원하는 선제적 제재완화 등을 공론화하며 사실상 북한·중국을 두둔했다.
북한 도발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에도 계속됐다. 북한 핵·미사일 위협이 한반도를 넘어 전 세계 평화·안정에 위협이 된다는 국제사회 공감대가 선명해졌다. 돌이켜보면, 문 정부는 한반도 평화를 목 놓아 외치며 전 세계 평화 저해에 간접적으로 기여한 꼴이 됐다.
북한·중국과 동조화되는 한국 정치권의 모습은 지난 여름에도 확인됐다. 당시 일본은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발생한 오염수를 정화·희석해 방류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중국이 가장 크게 반발했고 북한도 목소리를 높였다. 양측은 '핵오염수' 표현을 쓰며 일본을 강하게 몰아붙였다. 그리고 그 대열에 더불어민주당이 합류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원전 오염수가 아니라 핵오염수"라며 장외투쟁에 팔을 걷어붙였다.
하지만 일본이 4차 방류를 앞둔 지금 '핵오염수'는 민주당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진 모양새다. 지난 13일 해양도시 부산에서 현장최고위원회의까지 개최했지만, 가덕도 신공항과 부울경(부산·울산·경남) 메가시티만 부각했을 뿐이다.
민주당의 태세전환은 과학적 데이터가 강요한 측면이 크다. 불확실성에 따른 심리적 불안을 자극해 반사이익을 보려던 접근법이 과학에 의해 좌절된 셈이다.
실제로 정부에 따르면, 지난 8월 1차 방류 이후 현재까지 우리 바다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일례로 '국민 신청 방사능 검사 게시판'을 통해 접수된 310건의 시료 가운데 검사가 완료된 302건은 예외 없이 모두 적합 판정을 받았다.
방류와 관련해 우리 국민의 '체감 안전성'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수산물 소비 역시 위축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지난 14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관련 브리핑'에서 "8월 24일 오염수가 방류된 이후 현재까지 수산물 소비가 위축되었다는 신호는 없다"며 대형마트 3개사 매출액을 기준으로 "방류 이후 3개월간 9~11월 수산물 매출액은 방류 전 3개월(5~7월)과 비교해 10.7% 증가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