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균 마약수사 종결 수순…무엇이 그렇게 억울했을까

사망 전날까지도 "거짓말탐지기 조사 받겠다" 억울함 호소

간이검사 이어 국과수의 정밀감정에서도 마약반응 '음성'

사망함에 따라 경찰 수사 '공소권 없음'으로 종료될 듯

배우 이선균씨가 10월 28일 인천 논현경찰서에 출석하며 심경을 밝히고 있다.ⓒ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마약 투약 혐의로 2개월 동안 경찰 수사를 받은 배우 이선균(48)씨가 27일 숨진 채로 발견되며 그에 대한 수사도 곧 '공소권 없음'으로 마무리될 전망이다. 특히 이씨는 바로 전날인 26일까지만 해도 변호인을 통해 "내가 마약을 했다고 진술한 유흥업소 실장과 같이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받겠다"며 억울함을 호소했으나 하루만에 시신으로 발견되며 수사 결과를 확인하지 못하게 됐다.

이씨의 마약 투약 혐의가 처음 언론보도로 알려진 시점은 지난 10월 19일이다. '연예인 여러 명이 연관된 마약 사건이 있다'는 첩보를 입수한 경찰이 내사를 진행중이며, 그 중 한 명은 유명 영화배우라는 여러 언론보도가 나왔다.

당시에는 이씨 실명이 보도되진 않았으나 '중저음의 목소리' '40대 후반의 나이' 등 신상을 추측할 수 있는 내용이 함께 퍼졌다. 다음날 그의 소속사가 공식 입장을 통해 "이선균은 (마약) 사건과 관련된 인물로부터 지속적인 공갈과 협박을 받아왔다"고 밝히면서 이씨가 이 사건과 관련이 있음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상황이 됐다.

지난 9월부터 연예인 마약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서울 강남의 회원제 유흥업소 실장 A(29·여·구속)씨로부터 이씨의 마약 투약 의혹에 관한 진술을 처음 확보했다. 마약 투약 등 전과 6범인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이씨가 (우리 집에 와서) 최소 5차례 마약을 투약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배우 이선균씨가 27일 숨진 채 발견된 차량에 대해 현장감식이 진행되고 있다.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경찰은 이씨를 대마·향정신성의약품관리법 위반 혐의로 형사 입건하고 지난 10월 28일 처음 소환했다. 당시 이씨는 "이런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돼 많은 분께 큰 실망감을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아내와 두 아들을 향해서도 "이 순간 너무 힘든 고통을 감내하고 있는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며 "진실한 자세로 성실하게 수사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이씨는 당일 소변을 활용한 간이 시약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고 1시간 만에 귀가했고, 1주일 뒤 또 경찰에 출석해 3시간가량 조사를 받았다. 그 사이 모발 등을 채취해 진행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 감정에서도 음성 판정이 나왔다.

이씨는 2차 조사에서 자신의 마약 투약 혐의와 관련한 입장을 처음으로 경찰에 진술했다. 그는 "A씨가 나를 속이고 약을 줬다"며 "마약인 줄 몰랐다"고 주장했다. 범행의 고의성을 전면 부인하는 입장이었다.

경찰은 이씨의 출국금지 기간을 연장하면서 수사를 이어갔고, 2차 조사 후 49일 만인 지난 23일 3번째 소환조사를 진행하며 그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19시간동안 밤샘조사를 벌였다. 경찰은 이씨를 상대로 마약 투약 혐의를 먼저 조사한 뒤 그가 A씨 등 여성 2명을 공갈 혐의로 고소한 사건의 피해자 진술도 받았다.

다음날 새벽 5시쯤 초췌한 모습으로 경찰서에서 나온 그는 "이제 앞으로 경찰이 저와 공갈범들 가운데 어느 쪽 진술에 신빙성이 있는지를 잘 판단해 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다음날 그는 변호인을 통해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추가로 해 달라고 경찰에 먼저 요청했다. 이씨는 "내가 마약을 투약했다는 증거는 A씨의 진술 뿐"이라며 "A씨 진술만 있고 물증은 없는 상황에서 마약 투약 혐의를 받는 게 억울하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억울함을 호소하던 이씨는 하루 뒤인 이날 오전 서울시 종로구 공원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피의자 신분인 이씨가 사망함에 따라 공소권 없음으로 그와 관련한 수사를 종결할 방침이다. 불기소 처분의 일종인 공소권 없음은 피의자가 사망해 기소할 수 없는 상황 등 수사 실익이 없다고 판단될 때 내려진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가 사망해 안타깝다"면서도 "이번 사건과 관련한 다른 피의자들의 수사는 절차에 따라 계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