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ELS도 결국 불완전판매 '도마 위'
"다시 거래 않겠다" 30년 단골의 토로
"금소법 철저 준수" 이젠 문제없다지만
등 돌린 충성 고객들 마음도 헤아려야
지난해 12월 15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 주가연계증권 피해자들이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30년 단골이었는데 은행 말만 듣고 노후자금 다 날렸다. VIP라고 치켜세우더니 뒤통수를 제대로 맞았다. 사건만 해결되면 ○○ 은행과는 거래하지 않겠다.”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에 투자했다가 피해를 본 한 소비자의 토로다. 조 단위 손실이 예상되는 홍콩H지수 ELS 판매 만기가 도래하며 손실액이 속속들이 확정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은행들이 '원금 손실' 상품임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고, 상품 가입을 권유했다는 민원이 속출했다. 실제 금융감독원은 은행권의 불완전판매 정황을 포착, 12개 주요 판매사를 상대로 진행중인 현장검사를 3월 안에 결론을 내리겠다는 방침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조사과정에서 은행들의 홍콩H지수 ELS 판매 상품 한도 관리, 금융당국은 부적절한 핵심성과지표(KPI) 설정 등 운영상 문제점을 발견했다. 현장검사가 마무리되면 구체적 배상 기준도 조만간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금감원의 철퇴를 하릴없이 맞았던 DLF·라임 사태와는 분위기가 다르다. 은행권은 금융소비자보호법 도입 후 녹취·자필 서명으로 고객 이해 여부를 확인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ELS는 사모펀드와 달리 지난 20년간 판매된 공모상품이라는 점, 투자자 재가입률이 높아 배상률을 다툴 여지가 있다는 것도 은행 주장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은행은 ELS 판매 과정에서 정말로 문제가 없었는지 성찰해야 한다. 예·적금 고객을 주로 상대하는 은행이 고위험 상품을 증권사보다도 많이 판매한 것은 분명 이례적이다. 더욱이 손실 위기에 처한 투자자 상당수는 특정 은행과 십여년 이상 거래를 이어온 충성 고객이다.
은행권은 잊을만 하면 사모펀드 불완전판매, 대규모 횡령, 불법 차명거래, 부당 증권계좌 개설 등으로 고객 신뢰를 저버렸다. 시중은행장들은 아직도 신년사를 통해 '고객 중심·신뢰'를 부르짖고 있다. 투자자의 자기책임원칙을 엄격히 적용하면 이번 홍콩 H지수 ELS 사태의 배상기준은 대폭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또 다시 떨어진 고객 신뢰를 회복하는데는 곱절의 비용이 들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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