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ELS 손실, 자금 이탈 및 수급 영향
PF사업장 부실화 가능성에 경계감 고조
美 대선 트럼프 당선 여부 따라 파급력↑
연초 증시가 지지선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당분간 반등 모멘텀 확보도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증시 변동성을 키울 국내 이슈가 해소되지 않고 있는 데다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로 외부 변수도 커지고 있다.
‘슈퍼 선거의 해’라고 불릴 정도로 각국 선거도 줄지어 있어 정치적 사안들이 시장에 미칠 파급력도 예단할 수 없는 형국이다. 이에 만만치 않은 투자 환경이 중장기적으로 지속될 수 있단 우려마저 제기된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시를 둘러싼 대내외적 여건을 고려할 때 지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여전히 크다.
전날인 24일 종가 기준 코스피지수는 2469.69로 올 들어 약 7% 가량 하락한 상태이지만 하방은 여전히 열려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주요 8개 증권사(한국투자·NH투자·신한투자·메리츠·키움·하나·대신·교보증권)가 내놓은 올해 코스피 예상밴드 하단 평균은 2188.88로 추가 하락 여지가 남아있다.
우선 현재 진행형인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전망에 따른 파급력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금융감독원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국내에서 팔린 홍콩H지수 ELS 잔액은 19조3000억원이다. 이 중 약 80%에 육박하는 15조4000억원은 올해 만기가 돌아온다.
분기별로 살펴보면 1분기 3조9000억원, 2분기 6조3000억원 만기가 돌아와 상반기에만 10조2000억원 집중돼 있다. 홍콩 ELS의 손실은 개인투자자의 자금 이탈과 수급에 악재가 될 수 있는 상황이지만 손실 축소 등 분위기가 반전될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중국의 1월 정책금리 동결과 지방정부 부채비율이 높은 지역의 인프라 투자 중단 조치로 인해 현지 경기부양 기대감이 떨어지고 있어 홍콩H지수가 저점을 경신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최설화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홍콩H지수의 12개월 주가순자산비율(Trailing PBR)은 0.52배로 이미 역사적 최저”라며 “해외투자자 비중이 높은 홍콩 주식시장의 문제는 중국 중장기 저성장 우려와 홍콩 보안법·간첩법 등 정책 리스크로 자본 유출이 기초체력(펀더멘털) 요인을 압도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 우려가 커지고 있는 점도 시장에 불안요인으로 지목된다. 시스템 리스크 확산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에도 건설·금융권의 신용등급 강등에 따른 투심 악화와 정부의 부양책이 증시에 불러올 파급력이 어디로 튈지 몰라서다.
박경민 DB금융투자 연구원은 “태영건설 기업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을 시작으로 정책당국의 부실 PF사업장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돼 부동산 PF 위험노출액(익스포져)이 큰 건설사·제 2금융권의 등급 하향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향후 워크아웃 추진 과정에서 채무조정 과정이 장기화될 수 있고 결과에 따라 금융기관에 대한 시장 경계감은 높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치적 변수도 상존한다. 이미 치러진 타이완 총통 선거에 이어 한국 총선과 미국 대선 등을 포함해 전 세계 약 70개국에서 선거가 있다. 선거의 승패에 따라 외교 문제 뿐만 아니라 포퓰리즘 난립과 각국 정책 변화에 따른 직·간접적 영향이 예상된다.
특히 오는 11월 초 치러지는 미국 대선의 파급력이 클 전망이다. 향후 각 당 후보 결정 과정과 선거 결과 등에 따라 올해 증시 분위기가 좌우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공화당과 민주당간 정책 기조가 달라 증시뿐만 아니라 개별 업종에도 영향이 예상된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아이오와주 코커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51%의 득표율로 압도적으로 승리하자 향후 미·중 관계 악화를 우려한 투자자들이 중국과 한국 주식 시장에서 매도로 대응 중”이라고 설명했다.
조준기 SK증권 연구원은 “친환경·탄소중립에 대해 전반적으로 매우 적대적인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 후보로 나설 가능성이 갈수록 높아지는 점은 2차전지주에 부담 요인일 것”이라며 “트럼프가 후보로 나서지 못하게 되는 시나리오는 피선거권을 실제 박탈당하거나 건강상의 문제가 아니고서야 볼 수 없을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