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야권 반발 의식해 장고…지도부 "원내 협상에 달려"
병립형 회귀 움직임에 소속 의원 80명 연서명하기도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일각에서 '병립형 비례대표제 회귀'에 힘을 싣는 분위기가 감지되면서, 당내 일각의 반발이 거세다. 민주당은 4·10 총선을 70여 일 남겨둔 상황에서도 여전히 선거제 개편에 대한 '당론'을 정하지 못했는데, 병립형 비례제와 준연동형 비례제 사이에서 고민하는 이재명 대표가 어떤 결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27일 민주당에 따르면, 당 지도부는 최근 모여 선거제와 관련한 전략을 논의했다. 박주민 원내수석부대표는 전날 MBC라디오에서 "이 대표가 최고위원들과 비공식 간담회 등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복수의 민주당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당 지도부 내에선 권역별 병립형 비례제에 대한 의견이 우세하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지난 23일 페이스북에 "총선은 최대 의석 확보를 위한 총력전이다. 자선사업이 아니다"라고 적었다. 또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합쳐서 151석 과반 의석을 차지하는 것이 민주당의 총선 목표"라고 못 박았다.
당 지도부의 이런 분위기는 최근 이 대표가 기자간담회에서 총선 승리 목표를 '원내 1당, 151석'으로 내세운 것과 무관치 않다. 이 대표는 지난해 11월 지지자들과 소통하는 자신의 유튜브 방송에서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이냐"고 말했는데, 이 역시도 병립형 회귀를 시사했다고 해석되기도 했다.
다만 이 대표는 당내는 물론 야권 내 반발을 의식해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모습이다. 당 지도부의 한 의원은 통화에서 "대표는 절대 얘기 안한다. 얘기 안할 분인 거 알지 않느냐"라고 전했다.
박 원내수석부대표도 "밖에서 보면 의석수 계산에 너무 빠져있는 것이라고 보일 수도 있다"면서도 "실제로 보는 당내의 상황은 거짓말 보태지 않고 정말 팽팽하다"고 밝혔다. 이어 "통상 이럴 때는 의원총회를 연속해서 잡든지 한 주제를 갖고 의원총회를 굉장히 오래 잡든지 해서 이견을 좁혀나간다"며 "그런 과정이 앞으로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갈팡질팡하는 당 지도부의 모습에 당내 일각에서는 거센 반발이 터져나왔다. 소속 의원의 절반 가량인 80명이 당 지도부의 '병립형 회귀' 움직임을 비난하고 연동형 선거제 도입과 비례연합정당 논의를 촉구하는 연서명을 했다.
이탄희·이용선·강민정·김두관·민병덕·김상희·이학영 의원 등 80명의 민주당 의원은 "비례 몇 석 더 얻으려다 253개 지역구에서 손해 보는 소탐대실을 막아야 한다"며 "지역 민주당, 비례 연합으로 연동형 대국민 약속을 지키는 민주개혁진보대연합을 이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후 회견문을 당대표실에서 최고위원들에게 전달했다. 다만 이 대표는 자리를 비워 만나지 못했다.
당 지도부는 여야 협상이 원활치 않아 입장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당 지도부의 한 의원은 "원내에서의 협상을 지켜보는 상황"이라며 "어디까지 협상이 잘 되는지에 따라서 (당의 선거제 입장이) 달려있지 않나 싶긴 하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설 연휴 전 선거제 입장을 정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당론을 도출할 것으로 예상됐던 최근 의원총회에서도 토론조차 이뤄지지 않아 장담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박 원내수석부대표는 "그 때까지 결정을 미루겠다는 건 아니지만, 과거 전례를 보니 외국 유권자들이 등록하는 2월 20일쯤이 나름대로 데드라인이었다"며 "개인적으로는 2월 초에는 결정이 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