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척간두에 선 심정"…6일 洪 거취 표명
이재명 "불이익 받더라도 인내해야" 압박 속
설훈 "시간 없으니 '민주연대' 개문발차라도"
이낙연 "구체적 일정에 대해 듣고 있었다"
더불어민주당이 친문(친문재인) 핵심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탈당 회군'으로 당 내홍의 급한 불은 껐다. 하지만 공천 배제된 친문 및 비명(비이재명)계 의원들이 다수인만큼 당 내부 상황은 금세 살얼음판으로 돌아왔다. 민주당 공천 과정에서 핍박을 받은 현역들은 임 전 실장의 행보에 크게 동요하지 않고 '각자의 길'을 선택, '민주연대'를 필두로 한 실질적 분당 사태가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친문 좌장 홍영표 의원의 거취에 따라 민주당 내홍은 '진짜 분수령'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홍 의원은 6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탈당이냐 잔류냐'를 밝힐 예정이다.
앞서 홍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 인천 부평을에서 경선도 없이 컷오프(공천배제)됐다. 이에 홍 의원은 이재명 대표를 "자질 없는 저질 리더"라고 정조준하고, 탈당 의사를 밝혔다.
정치권에는 홍 의원이 민주당을 탈당한 설훈 의원과 함께 '민주연대'란 일종의 결사체를 구성하고, 나중에 이낙연 공동대표가 이끄는 새로운미래와 합친다는 시나리오가 거론되는 상황이다. 홍 의원이 실제 탈당할 경우 추가로 산발적인 탈당이 이어지고, 복수 현역 의원들이 그와 함께 민주연대로 향할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가 현역 의원 평가 하위 20% 의원들의 명단을 발표했을 때도 여기에 반발한 친문 및 비명 의원들은 홍영표 의원실로 모여든 바 있다.
당초 민주당에선 임종석 전 실장이 탈당을 결심했다 번복한 것을 두고, 앞으로 당의 줄탈당 흐름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던 상황이다. 임 전 실장은 문재인 정권의 핵심 인사이자 한양대 총학생회장, 3기 전대협 의장 출신으로 친문계와 86 운동권(80년대 학번·60년대생)에서 큰 상징성을 가져왔다.
지난 4일 이재명 대표는 임 전 실장이 서울 중·성동갑 컷오프를 수용하고 당에 남기로 한 데 대해, 언론의 앞에 나서 감사의 뜻을 표하기도 했다. 당시 이 대표는 "본인으로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힘든 상황이었을 거라 충분히 이해한다"면서 "그럼에도 당의 결정을 존중하고 또 수용해 준 것에 대해서는 매우 고맙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가 기자들을 만나 이 같은 입장 표명을 한 것을 두고는 이를 계기로 '공천 잡음이 어느 정도 불식됐다'는 '안도'를 했기 때문이란 것이 중론이었다.
하지만 홍 의원이 '진짜 민주당'을 찾겠다는 뚝심을 이어가면서 내홍의 도화선은 다시 당겨질 것으로 보인다.
홍 의원은 이날 오전 SBS라디오 '정치쇼' 인터뷰에서 "백척간두에 선 심정으로 내일은 입장을 밝히려 한다"고 하고, 이재명 대표를 향해선 "저질 리더" "독한 리더십" 등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홍 의원은 "이렇게 신뢰할 수 없는 사람이 어떤 시대정신이라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며 "당내에서 반대 세력은 싹도 남기지 않겠다는 이런 독한 리더십을 보면서, 지금 이 시대 우리 민주당과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리더십으로서는 전혀 자질이 없는 '저질 리더'라고 생각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면서 "지금 총선이 35일 남았다"며 "어떤 정당을 1~2년 걸려서 만드는데, 35일 만에 어떤 정당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느냐"라며 "결국은 우리가 윤석열·이재명 지키기 정당을 넘어서서 국민들에게 새로운 한국 정치의 비전과 희망을 짧은 기간이라도 보여드릴 수 있는 어떤 토대를 만들 수 있을까, 작은 싹이라도 만들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이 지금 계속되고 있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와 관련해 설훈 무소속 의원은 MBN 프레스룸 LIVE 인터뷰에서 "새로운미래 측과 홍영표 의원과 나와 같이 이렇게 논의를 하고 있는데, 결정이 되면 합류할 분들은 많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지금 시간이 없는 관계로 개문발차라도 해야 할 거 아닌가 생각은 한다"고 했다. 이어 "(합류는) 많게는 10명 이상도 될 수 있는데, 지금 그렇게까지 생각하기 쉽지가 않고 최소한 6~7명은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홍영표 의원과 소통을 하면서 연대 논의를 이어가고 있느냐'란 질문엔 "계속 논의하고 있다. 홍영표 의원뿐만 아니고 김종민 의원 등과 논의를 하고 있고, 지금 민주당 내 여러분하고 얘기를 하고 있다"며 "(탈당은) 홍 의원이 발표를 한다고 하니 지켜보는 게 도리가 아닐까"라고 했다.
이낙연 새로운미래 공동대표도 MBC '하이킥'에서 '홍 의원과 교감'에 대해 "그동안에 물밑에서 상의가 있었다"며 "탈당 발표를 하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그 다음에 일정이 있으니까, 또 다른 사람과 (결사체를) 함께해야 된다"고 했다.
이 공동대표 역시 '구체적인 일정에 대한 합의는 있었는가'란 질문에는 "나는 (일정에 대해) 듣고 있었다"면서도 "그것을 내 입을 공개하는 것은 실례"라며 홍 의원의 결단과 관련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반면 이재명 대표는 홍 의원의 탈당 확률이 높아짐에 따라 다급해진 모습이다. 앞서 "입당도 자유고 탈당도 자유"라는 발언을 한 바 있지만, 이날 오후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 "당으로부터 불이익을 받더라도 국민과 나라를 위해 조금 인내해 주셨으면 좋겠다"며 홍 의원의 잔류를 압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