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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훔쳐간 전동휠체어 할머니…잡히자 "나 어떻게 찾았대?"


입력 2024.04.11 04:01 수정 2024.04.11 04:01        이지희 기자 (ljh4749@dailian.co.kr)

ⓒA씨가 공개한 CCTV

한 할머니가 전동휠체어를 타고 다니며 의류가게 앞에 배달된 새 옷꾸러미를 훔쳐 싣고 달아나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 할머니는 발각된 후 "어떻게 찾아냈냐"며 오히려 뻔뻔하게 나온 사연이 알려져 공분을 사고 있다.


대전에서 옷 가게를 운영하는 A씨는 지난 8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배달된 옷이 사라졌다며 당시 상황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을 공유했다. 지난 5일 가게 앞에 있어야 할 택배가 보이지 않아 CCTV를 확인한 A씨는 무척 놀랐다고 .


ⓒA씨가 공개한 CCTV

공개된 영상에 따르면 전동휠체어를 탄 할머니가 길을 지나다가 A씨의 가게 앞에 멈춰 선다. 이 할머니는 전동휠체어에 탄 상태로 옷 봉투를 가져가려고 시도하다가 어려움을 겪자 휠체어에서 내린다. 그러더니 두 손으로 번쩍 옷 봉투를 들고는 휠체어 뒷자리에 싣고 유유히 자리를 떠난다.


A씨는 "힘도 좋지, 얇은 옷들이라 무거울 텐데. 저 옷 봉투를 태우고 전동휠체어를 저렇게 안정적으로 몰고 가는 것도 대단하고, 안에 사람 있나 없나 확인하는 것도 대단하다"고 비꼬았다.


피해 사실을 즉각 경찰에 신고한 A씨는 직접 범인을 찾아 나섰다고. 이 과정에서 A씨는 자신의 가게를 담당하는 우체국 택배 직원으로부터 "(범인이) 노점상 하는 할머니인 것 같다"는 연락을 받았다.


이에 할머니를 찾아간 A씨는 옷 봉투에 대해 물었다. 그러자 할머니는 '씩' 웃으면서 "어떻게 찾아냈대?"라며 오히려 아무렇지 않게 되묻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그러면서 할머니는 "헌 옷을 버려둔 줄 알았다. 옷은 집에 있다"고 말했다.


A씨는 할머니를 따라가 빌라 1층에 있던 옷을 돌려받았다. A씨가 "이게 다 얼마인지 아느냐"고 묻자 할머니는 "어쩐지 옷이 다 새것이더라. 좋아 보이더라"라고 답했다는 것.


A씨는 "앞으로 이러지 마세요"라고 할머니에게 경고한 뒤 도난 사건을 마무리했다고 알렸다. 그러면서 "지금 생각해 보니 (할머니의 말이) 다 어이없었다"며 "다행히 물건은 손상 없이 돌아왔다. 늘 두던 자리였고 없어진 적이 없어서 가져갈 거라고 생각도 못 했지만 이번 기회에 조심하고 또 조심하는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택배 절도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부터 크게 증가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인터넷 쇼핑 이용자가 급증했고, 다른 물품에 비해 외부로 노출되기 쉬워 범죄의 표적이 된 것이다. 택배 절도 건수는 코로나19가 본격화한 2020년에 4만81건, 2021년 4만486건, 2022년은 5만6888건으로 꾸준히 늘었다.


타인의 집 앞이나 가게 앞 택배물을 가져갈 경우 형법상 절도죄에 해당된다. 절도죄는 반의사불벌죄(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처벌할 수 없는 범죄)가 아니기 때문에 피해자와 합의한다고 하더라도 처벌이 이뤄질 수 있다. 이 경우 형법 제329조(절도)에 따라 6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이지희 기자 (ljh4749@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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