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중동 수주액 24억 달러, 전체 44% 차지
중동 갈등 장기화 시 유가 상승, 해외수주 기회 커지지만
“인접국 공사 차질…자재 조달·물류비 인상 우려”
건설업계가 적극적인 해외수주에 시동을 걸었으나 최근 중동 지역에서 지정학적인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확전에 따른 사업 차질 등의 부정적인 전망과 유가 상승에 의한 수주 확대 등 긍정적인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19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1~3월 총 183개사가 63국에서 55억2000만 달러(한화 7조6485억원)를 수주했다.
전체 수주액은 지난해 1분기 대비 9.6% 줄었으나, 중동 지역의 수주 실적은 93.3% 증가했다.
지역별로도 중동이 전체 수주액의 43.6%(24억300만 달러)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기도 했다.
주요 사업으로는 카타르 알 샤힌 유전 고정식 해상플랫폼(11억5000만 달러), 사우디 SEPC 에틸렌 플랜트(5억 달러), 오만 마나1 태양광 발전(1억3000만 달러), UAE 크릭워터스 주택(2억2000만 달러) 등을 수주했다.
지난해 1분기 전체 수주액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던 북미·태평양은 올해 1분기 수주 실적이 14억9800만 달러에 불과했다. 지난해 1분기 대비 33.4% 쪼그라든 수치다.
올해 2분기에도 중동지역이 해외수주 실적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 이달 초 삼성E&A와 GS건설은 사우디 국영석유기업인 아람코가 발주한 파딜리 가스 증설프로그램 사업 수주 소식을 알린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이란과 이스라엘의 갈등이 변수로 떠올랐다. 지난 13일(현지 시각) 이란이 이스라엘 본토를 공습하면서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인 리크스가 커진 것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분쟁이 발생한 이란과 이스라엘에는 진출해 있는 기업이 없기 때문에 직접적인 피해는 없다”면서도 “다만 사업 수주가 활발한 인접국으로 분쟁이 확산될 수 있기 때문에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건설업계에서는 이스라엘과 이란의 갈등이 해외 수주에 미칠 여파에 대해 여러 가능성을 고려하고 있다.
중동 지역 분쟁이 확산되고 장기화되면 국제유가는 상승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올해 초 70달러 선까지 떨어졌던 서부텍사스산원유 선물 가격은 최근 82달러 수준으로 올랐다. 국제유가가 상승세를 이어가게 되면 중동 산유국 재정 여건이 개선되고 이는 대규모 투자 및 사업 발주로 이어질 수 있어 해외수주에 긍정적이다.
반면 분쟁이 전쟁으로 격화되면 사우디아라비아나 아랍에미리트(UAE) 등에서 수주한 사업 현장이 멈추는 등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이란이 중동의 물류 이동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경우 자재조달에 어려움이 커지고 물류비용 증가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이스라엘과 이란의 충돌이 확전으로 이어지거나 호르무즈 해협이 막힌다면 인접국에서의 수주 활동이나 진행 중인 공사에 부정적인 영향이 발생할 수 있지만 현시점에서 걱정할 부분은 아닌 거 같다”며 “중동 상황에 대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와 별개로 유가가 오르는 것은 해외건설 역사를 통틀어 긍정적이다. 유가가 크게 오르면 중동 지역에서 플랜트 등 개발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이에 따른 국내 건설사의 입찰 기회가 많아질 수 있다”며 “또 계약을 할 때 원화가 아니라 달러로 하기 때문에 환율이 오르는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