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그룹 중 추정손실 최대
銀 부실은 오히려 줄었지만
카드사 등 2금융 상황 악화
고금리 충격파 확산에 촉각
신한금융그룹이 떠안고 있는 부실채권 가운데 아예 회수를 포기한 금액이 75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내 4대 금융그룹들 중 가장 큰 규모로, 경쟁사와 비교해 최대 두 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식구들 가운데 맏형 격인 신한은행은 오히려 이같은 부실을 줄이며 선방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신한카드 등 비(非)은행 계열사의 상황이 악화된 탓으로, 고금리 충격의 최전선에 노출된 제2금융권으로부터 불거진 리스크가 그룹 전체 자산 건전성의 발목을 잡는 모양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신한·KB·하나·우리금융 등 4개 금융그룹들이 보유하고 있는 여신 중 추정손실로 분류된 액수는 총 2조55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7%(5732억원) 늘었다.
추정손실은 금융사 입장에서 사실상 회수가 불가능한 상태로 구분해 둔 여신을 일컫는 표현이다. 금융사들은 빌려준 돈인 여신을 건전성에 따라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 다섯 단계로 나누는데, 이중 최하 단계에 속한다. 금융사는 해당 액수 전액을 충당금으로 잡아야 한다.
금융그룹별로 보면 신한금융의 추정손실 여신이 7577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15.5% 증가하며 단연 최대를 기록했다. 하나금융과 KB금융의 해당 금액이 각각 3534억원, 3958억원인 것과 비교하면 2배가량 웃도는 액수다. 신한금융 다음으로 추정손실 여신이 많았던 우리금융(5481억원)보다도 2000억원 이상 규모가 컸다.
사실 이런 추정손실을 포함한 전반적인 덩치로 보면 신한금융의 부실이 그렇게 두드러지는 편은 아니다. 신한금융의 고정이하여신은 2조5172억원으로 KB금융(2조8132억원)을 밑돌고, 하나금융(2조1303억원)과 우리금융(1조6664억원)보다는 많은 정도다.
금융사들은 보통 고정이하여신이란 이름으로 부실채권을 분류해 둔다. 고정이하여신은 통상 석 달 넘게 연체된 여신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금융사의 자산 건전성 분류 중 고정과 회수의문, 추정손실에 해당하는 부분을 묶어 고정이하여신이라 부른다.
신한금융의 핵심 계열사인 신한은행에서 회수를 포기한 자산은 도리어 축소됐다. 경쟁 금융그룹 소속 시중은행들에서 관련 지표가 일제히 악화된 현실을 감안하면 한층 대비되는 대목이다.
실제로 조사 대상 기간 신한은행의 추정손실 여신은 1341억원으로 26.7% 줄었다. 반면 국민은행은 2218억원으로, 우리은행은 1955억원으로 각각 122.5%와 105.8%씩 추정손실 여신이 늘었다. 하나은행의 추정손실 여신 역시 1321억원으로 39.9% 증가했다.
그럼에도 신한금융의 악성 자산 몸집이 눈에 띈다는 건 결국 2금융권 계열사의 영향이 크다는 뜻이다. 대표적으로 그 중심에는 신한카드가 있다. 신한카드의 추정손실 여신만 3090억원으로 1년 새 16.6% 더 확대됐다. 신한은행 대비 2배를 훌쩍 넘는 수준이다.
이처럼 카드 등 2금융권 계열사의 자산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진 배경에는 높은 금리가 자리하고 있다. 1금융권 은행에 비해 아무래도 서민과 취약계층 차주들이 더 많은 특성과 맞물려 고금리 리스크가 더 뚜렷하게 포착되고 있다는 얘기다.
한국은행은 2022년 4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사상 처음으로 일곱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중 7월과 10월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p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이에 따른 한은 기준금리는 3.50%로, 2008년 11월의 4.00% 이후 최고치다.
신한카드를 포함해 국내 카드사들이 들고 있는 추정손실 여신은 이른바 카드 대란 이후 거의 20년 만에 최대 규모까지 불어난 실정이다. 지난해 말 기준 8개 카드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여신 중 추정손실로 분류된 액수는 총 7794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53.3% 늘었다.
이같은 카드업계의 추정손실 여신은 연말 기준으로만 놓고 봤을 때 2006년 말(8019억원) 이후 최대 수준이다. 당시는 카드업계에 변곡점과 같은 시점이었다. 신용카드 규제 완화를 계기로 2002년부터 2006년 사이 수백만명의 신용불량자를 낳았던 이른바 카드 대란을 관통하던 시기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내 최대 카드사를 품고 있다 보니 신한금융의 추정손실 여신이 상대적으로 확대돼 보일 수 있다"며 "위기에 대비해 쌓아 온 충당금과 자본력을 고려하면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지만, 고금리 여파가 앞으로도 이어질 공산이 큰 시장 환경 상 보수적인 관리 기조가 지속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