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졸업생 2명, 여성들 사진 합성해 음란물 제작 및 유포…경찰, 구속송치
법조계 "N번방 사건 이후 성폭력특별법 개정…'딥페이크' 제작 및 유포도 처벌"
"상대방 의사 반한 허위영상물 제작, 최대 5년 이하 징역…상습성 인정시 가중"
"여성 도구로 취급하는 잘못된 성 인식, 사회문제 대두…처벌 수위 매우 높을 것"
서울대 졸업생 2명이 대학 동문 등 여성 수십여명을 상대로 음란물을 만들어 유포하는 등 디지털 성범죄를 저지르다가 붙잡혔다. 법조계에선 이른바 'N번방 사건' 이후 성폭력특별법이 개정되어 직접 촬영한 영상이 아닌 '딥페이크' 음란물을 제작 및 유포한 경우에도 중한 처벌이 내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미성년자를 포함한 다수의 피해자와 영상이 존재하며 최근 딥페이크 기술에 대한 경각심이 증폭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초범이라도 징역 7년 이상의 중형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대를 졸업한 남성 박모(40)씨와 강모(31)씨가 각각 지난달 11일과 이달 16일 성폭력처벌법상 허위 영상물 편집·반포 등 혐의로 구속송치됐다. 이들은 텔레그램을 통해 서울대 동문 12명을 비롯한 여성 61명의 사진을 합성한 음란물을 만들어 유포했는데 영리 목적이 아닌 성적 욕망 해소를 위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2021년 7월부터 경찰에 검거된 지난달 초까지 대학 동문을 비롯한 여성들의 졸업 사진 또는 SNS 사진을 나체 사진 등에 합성한 음란물을 제작·유포한 혐의를 받는다. 피해자 중에는 미성년자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박씨는 강씨로부터 합성 음란물과 함께 피해자 신상정보를 받아 텔레그램 대화방에 유포하고 피해자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등 접근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조사 결과 박씨가 제작·유포한 음란물은 각각 100여건, 1700여건에 달했다. 박씨가 만든 단체 채팅방만 20여개로, 비슷한 성적 취향을 가진 이들을 선별해 채팅방 링크를 주는 방식으로 초대해 음란물을 유포했다. 한 채팅방에는 최대 50명이 넘는 인원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영 변호사(법무법인 한일)는 "사진을 합성해 음란물을 제작한 경우 성폭력처벌법상 허위 영상물 편집·반포 혐의 및 통신매체이용음란 혐의를 받게 되는데 피해자 중 미성년자도 포함된 만큼 아청법상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유포·소지 등 혐의도 적용될 것"이라며 "이 사건의 경우 피의자가 초범이라고 해도 피해자가 다수이며 음란물의 수도 많아 중형이 선고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김희란 변호사(법무법인 리더스)는 "직접 촬영한 영상 뿐 아니라 원본에 음란물을 합성한 허위영상물(딥페이크)을 제작 및 유포해도 처벌되고 복제물을 편집하거나 반포할 당시에는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지 않았더라도 사후적으로 편집물이나 복제물을 반포한 경우 역시 처벌이 이뤄진다"며 "만약 영리 목적으로 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영상물을 제작 및 유포했다면 7년 이하 징역으로 처벌이 가중된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는 허위영상물을 제작 및 유포했을 때 처벌하는 규정이 구체적으로 없는 까닭에 법망을 피해가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N번방 사건 이후 2020년부터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이 개정되어 시행 중이며 처벌도 강화되는 추세이다"며 "합성 및 편집, 가공, 제작, 유포 모두 처벌이 이뤄지고 있기에 사실상 입법의 사각지대가 없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소정 변호사(김소정 변호사 법률사무소)는 "사람의 얼굴·신체 등을 대상으로 한 촬영물 또는 영상물을 대상자의 의사에 반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형태로 편집·합성 또는 가공하여 유포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며 "상습성이 인정되는 경우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성을 왜곡하고 여성을 물건이나 도구로 취급하려는 인식에서 비롯된 범죄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고 딥페이크 기술에 대한 경각심도 증폭되는 상황인 만큼 이 사건 피의자들에 대한 처벌 수위는 상당히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초범이라도 피해자가 다수라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실형을 피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