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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병 숨기고 성관계해 감염시킨 20대男…이것때문에 감형됐다 [디케의 눈물 241]


입력 2024.06.11 05:12 수정 2024.06.11 05:12        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바이러스 3종 감염 사실 알고도 성관계…1심, 징역 6개월→2심, 징역 6개월 집유 2년

법조계 "2심 재판부, 피고인 초범이고 술 마시고 범행 저지른 점 참작해 감형"

"스스로 술 마셔 발생한 일을 감형 사유로 참작?…국민 정서상 납득하기 어려운 판단"

"오히려 형사공탁한 점 감형사유로 인정한 듯…반성 없는 공탁, 괘씸죄 적용해 가중처벌 해야"

ⓒ게티이미지뱅크

성병에 감염된 사실을 숨기고 성관계를 해 상대방을 감염시킨 혐의로 실형을 받은 2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 선고로 감형돼 논란이 일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피고인이 음주 상태에서 미필적 고의로 범행을 벌였다고 판단해 감형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스스로 마신 술인데 술을 마셨다는 이유로 감형해 주는 것은 국민 정서상 납득하기 어렵다며 오히려 형사공탁을 한 점이 감형 사유로 인정된 듯 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성병은 치료가 어렵고 피해자에게 큰 피해를 주는 만큼 가중처벌 사유로 참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형사항소1-1부(부장판사 장찬)는 최근 상해 혐의로 기소된 A(28)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씨는 성 접촉으로 전염되는 바이러스 3종에 감염된 사실을 알고도 2022년 4월 안전 조치 없이 피해자와 3차례 성관계해 성병을 옮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다. A씨는 성관계 전인 2021년 12월부터 2022년 1월 사이 성병에 감염됐다는 판정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지난해 7월 1심에서 유죄가 인정돼 징역 6월을 받았지만, 형이 너무 무겁다며 항소했다.


A씨는 2심 과정에서 "바이러스를 감염시켰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수사기관과 1심에서 공소사실을 자백한 데다 자백의 임의성을 의심하는 사정을 찾기 어려운 점, 피해자가 성관계 이전에는 같은 질환으로 진료받은 적이 없는 점을 종합하면 바이러스를 감염시켰다고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다만 "피고인에게 형사처벌 전력이 없고 술을 마신 상태에서 미필적 고의로 범행에 이른 점 등을 보면 원심의 형이 무거운 것으로 인정된다"고 양형 사유를 밝혔다. 피해자 측은 A씨를 상대로 5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게티이미지뱅크

김소정 변호사(김소정 변호사 법률사무소)는 "1심 재판부가 동종전과 없는 초범에게 실형을 선고하는 건 피고인이 파렴치한 범죄를 저질렀거나 반성의 여지가 없는 경우"라며 "2심은 피고인이 초범이고 술을 마시고 범행을 저지른 점을 참작해 감형을 해준 것으로 보인다. 아마 피고인 측은 재범 가능성이 낮고 반성하고 있다는 점을 피력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성현 변호사(법률사무소 확신)는 "본인 스스로 술을 마셔 일어난 일을 법원이 감형 사유로 참작하는 것은 법리적인 이유뿐만 아니라 국민 정서상 납득하기 어렵다"며 "성병은 치료가 힘들고, 특히 여성들이 겪는 피해가 극심한 만큼 성병감염 상해죄의 '피해자에게 중대한 상해의 결과가 발생한 경우'로 보고 가중처벌 사유로 참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원심에서 공소사실을 자백했지만, 항소심에서는 부인하는 등 진지한 반성의 기미가 없어 보인다. 통상적으로 피고인이 공소사실을 부인할 경우 선처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항소심 재판부가 감형한 것을 보면 피고인이 공탁한 점을 감형사유로 인정한 것으로 추측된다. 반성도 없이 선처만을 위해 공탁하는 경우 쾌심죄를 적용해 가중처벌하는 게 마땅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곽준호 변호사(법무법인 청)는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공탁을 한 점을 참작해 감형을 해준 것으로 보인다. 물론 피해자가 공탁금 수령을 하지 않았지만, 공탁은 공탁을 한 사실 그 자체만으로 효과가 발생한다"며 "공탁 제도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고 있지만, 특정한 사안만을 두고 공탁의 효과를 없앤다면 더 큰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가해자가 피해자에 대한 피해 변제 소극적으로 나서게 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가 피고인을 상대로 5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으나 통상적인 치료비와 위자료 등을 고려할 때 이 금액은 상당히 과한 금액으로 보인다"며 "민사 소송을 하게 되더라도 5000만원을 실제로 받아내는 것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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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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