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3 전당대회 하루 앞두고 'TK 서문시장' 방문
자갈치에 이어 상인간담회 열고 '민생정치' 약속
50여명 지지자·일반 시민들 몰려 "나경원" 연호
"안정 이룰 당대표는 나…당대표 경선 결선갈 것"
"전당대회 동안 검증이 치열하다 보니까 저희가 민생을 챙기는 데 좀 소홀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민생을 한 번 더 챙기고 싶어서 서문시장을 마지막으로 방문하게 됐습니다"
22일 오후 2시 대구 중구 서문시장 한 켠에 위치한 '대구 서문시장 연합회' 사무실. 7·23 전당대회를 하루 앞둔 나경원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상기된 얼굴로 기자들을 향해 꺼낸 발언이다. 이 말은 '전당대회를 하루 앞둔 지금, 서문시장을 찾은 이유가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등장했다.
실제로 그는 이날 열린 '서문시장 상인들과의 간담회'에 참석해 민생을 특히 강조했다. 나 후보는 "요새 먹거리 값이 다시 또 오른다, 특히 적상추값이 올라갔다는 게 오늘 헤드라인이던데 소비자들은 소비자들대로 힘들고 상인들께서는 전부 다 정책자금 쓰신 거 대출 상환일 때문에 다들 골치 아프신 것 같다"고 운을 뗐다.
이어 "채무조정 기금을 국가에서 늘린다고 했는데도 부족한 것 같고 또 지금 여러 다른 형식으로 대출 금리도 낮춰드리고 유예 기간과 상환 기간을 늘려드리고 있는데 많이 부족하니까 오늘 좋은 말씀 주시면 또 꼭 기억하고 가겠다"고 약속했다.
5선 중진 의원이기도 한 나 후보의 민생 강조는 진심이었다. 한 상인이 나 후보를 향해 "현재 과세 표준 기준이 8000만원으로 간이 과세와 일반 과세가 나눠지는데 대다수가 잘 모르는 그 기준이 또 있다"며 "면적으로 두 평 이상이면 8000만원이 안 되더라도 간이과세가 안 된다. 옛날에 시장이 전부 현금 장사를 할 때 만든 기준인데 지금은 온누리 상품권이고, 카드고 이런 게 많이 되다 보니까 간이와 일반 과세자의 차이로 인해서 굉장히 많은 상인들이 혜택을 못 받게 돼 있다"고 말하며 꺼낸 민원에서 그 면모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에 나 후보는 "간이 과세 기준을 확대한 건 내가 처음 한 것"이라며 "내가 4800만원에서 6000만원으로 확대 상향 조정한 걸 했었는데 이 면적 기준 제한이 있는 건 오늘 처음 알았다. 잘 명심하고 한번 챙겨보도록 하겠다"고 화답했다. 이외에도 나 후보는 △화재 관련 시설물 수리 및 유지 예산 확보 △서문시장의 디지털화 △2016년 대화재 피해 상인들의 긴급 경영 지원 자금 유예 연장 등의 민원을 꼼꼼히 기록해 갔다.
이 같은 열정적인 모습은 나 후보만의 것은 아니었다. 이날 서문시장에서 나 후보를 보기 위해 몰려든 상인과 대구시민들의 열정은 나 후보의 열정을 뛰어넘는 듯 했다. 간담회가 열린 사무실 근처에 있는 대구중부소방서 대신119안전센터에서 시작한 나 후보의 걸음은 길 건너 동산상가에서 아진상가로까지 계속됐다. 그는 30분가량의 시간을 시장에 머물며 상인, 지지자들과 인사에 할애했다.
나경원은 나경원이었다. 나 후보가 도착하기 전 20명 정도였던 지지자들은 순식간에 50명 이상으로 불어났다. 심지어 나 후보가 이곳에 온다는 걸 몰랐던 시민들도 "테레비(TV)랑 똑같다"거나 "항상 잘 보고 있다"며 그를 향해 손을 먼저 내밀기도 했다. 나 후보도 앞선 간담회에서 서문시장을 "우리 보수당의 마음의 고향"이라고 표현한 만큼 전당대회 기간 중 가장 환한 웃음을 지으며 시민들을 일일이 응대했다. 이날 오전 부산 자갈치 시장을 찾아 상인간담회를 여는 강행군을 치렀음에도 지친 기색 한 번 보이지 않았다.
서문시장 1지구에서 9년째 음식을 팔고 있다고 한 대구 달서구 거주자 조모(58·여)씨는 "정치는 잘 모르는데 나경원은 안다. 워낙 유명한 분 아니냐"라며 "그래도 대구하면 보수인데 나 같은 사람이 나경원을 아는 이유가 뭐겠나. 저 정도로 능력있고 훌륭한 분이 무엇이든 해야 이 시장이 바뀌고 나라가 바뀌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나 후보도 "서문시장 오면 힘을 얻어간다는 이야기도 있을 정도로 참 늘 우리에게 힘을 주시고 또 서민들의 삶과 민생에 대해 더 생각하게 해주는 곳"이라며 "사실 대구·경북은 아무래도 우리 보수 정당의 뿌리이기 때문에 다시 찾아와 오늘 (전당대회 전) 마지막으로 인사를 드렸다. 우리가 민생과 더 가까운 곳에 정치를 해야되겠다는 결심도 하면서 또 여기서 기운을 받아가기 때문에 늘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대구에 온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민생을 챙기기 위해 강력한 여당 당대표의 역할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나 후보는 부산 자갈치시장에서 "이런 민생 관련 정책이 더 제대로 실행되기 위해서 이런 법이 국회에서 논의될 수 있도록 기승전탄핵을 외치는 (더불어)민주당을 막아내면서도 민생에 관한 활발한 논의를 할 수 있는 틀을 만들어가서 국민 삶을 좀 더 보듬는 정치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구 서문시장에서도 "정말 민생을 챙기고 지금 헌정질서를 망가뜨리는 (더불어)민주당에 어떻게 대항해서 우리 정치를 바로 세울 것인가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면서 국민의 마음을 다시 얻어내야 한다"며 "(국민과 당원들이 국민의힘을) 흉은 보시지만 이런 와중에도 미래와 또 국민들을 챙기겠거니 하는 기대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나 후보는 당원들이 이번 당대표 경선에서 '결선투표'라는 선택을 해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처음에는 우리 분위기가 한(동훈 후보)쪽으로 쏠린 것이 아니냐는 생각들을 많이 했는데 토론회와 연설회를 통해 많은 당원 동지 여러분들과 국민들께서 당대표에게 어떤 자질 요건이 필요한지에 대해서 검증하셨다"며 "통합과 안정을 이룰 당대표인 나경원을 많이 생각하시게 돼 나는 (한 후보의 1차 승리가 아닌) 결선투표로 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다만 '패스트트랙 공소 취소 공개' 논란을 일으킨 한 후보를 향한 공세의 고삐를 느슨하게 쥐진 않았다. 최근 한 후보가 '당내 네거티브 공방을 멈추고 미래를 얘기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는 질문에 나 후보는 "갑자기 가해자가 강제로 화해하자는 것 같아서 당황스럽다"며 "전당대회 이후 우리가 하나로 통합하지 않으면 결국 야당의 무도한 폭거를 막아내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그 통합을 누가 이룰 거냐 생각해보면 계파도 없고, 사심도 없는 나경원이 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답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