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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에 빠루 자국을…" 전기차 화재 피해주민이 남긴 글


입력 2024.08.03 19:58 수정 2024.08.03 19:59        이지희 기자 (ljh4749@dailian.co.kr)

1일 오전 인천 서구청라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 전기차에서 발화한 것으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한 가운데 화재진화에 투입됐던 한 소방관이 힘들어하고 있다. 2024.8.1ⓒ연합뉴스

인천 아파트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화재가 발생해 단전까지 겪는 등 피해를 입은 주민이 감사의 글을 올려 화제가 되고 있다.


'전선인간'이라는 닉네임으로도 활동하는 작가 최우원 씨는 2일 자신의 블로그에 '화마가 지나고 난 후 고마움에 대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어제 새벽부터 뉴스에 나온 전기차 화재는 바로 우리 아파트에서 일어났다"며 "가장 먼저 피해가 크신 이웃분들에게 위로를 전한다"며 운을 뗐다.


화재경보기가 울리는 소리에 바깥으로 나갔다가 주차장에서 연기가 자욱하게 올라오는 것을 목격했다는 최 씨는 "경비원이 119에 신고 했으니 집으로 돌아갈 것을 당부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어 "누군가 문을 강하게 두드리는 소리가 나서 집 앞으로 나가니 소방관 선생님 두 분이 계셨고 빨리 대피하라는 말을 담기고 뛰어가셨다"며 "산소통을 메고 저렇게 두꺼운 옷을 입고 뛰어다니며 화재를 알리시다니 너무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오후 6시쯤 집에 들어오니 화재는 모두 진압됐지만 단전·단수와 매캐한 연기·냄새가 집안 곳곳에 남아있었고 모두에게 크든 작든 재산 피해도 발생했을 것"이라며 "하지만 더운 날 고생한 소방관·경찰관 선생님들에 비하면 이런 불편함을 너무나 보잘것 없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그는 "식수 공급을 위해 물을 나눠준 인천 서구청 분들, 새벽까지 입주민들과 상담을 진행해준 아파트 입주자대표회 분들에게 감사하다"고 했다.


ⓒ연합뉴스

최 씨는 특히 "무엇보다 현관문에 찍혀 있는 '빠루'(쇠지렛대) 자국을 보며 너무 큰 고마움과 미안함을 느꼈다"며 "소방관 선생님들이 안쪽 사람들에게 위험을 알리기 위해 철문을 치신 흔적인데 이분들이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사람을 위해 온 마음으로 문을 두들겼을 것이라는 생각에 너무나 깊이 감사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화마가 할퀴고 간 자리 조금 더 불편하고 재산 피해도 늘어나겠지만 모든 것은 다시 이전처럼 돌아갈 것"이라며 "그래도 딱 한 가지 제가 느끼는 고마운 마음만은 돌아가지 않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1일 오전 6시 15분쯤 인천 서구 청라동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주차된 벤츠 전기차에 화재가 발생했다. 불은 주변 차량으로 순식간에 옮겨붙었고, 차량 140여대에 피해를 입혔다. 화재는 8시간 20분 만에 진화됐다. 이 화재로 주민 수백여 명이 긴급 대피하고 어린이 등 연기를 흡입해 23명이 병원으로 옮겨졌다. 아파트 14개 동 1581세대 중 5개 동 480여세대의 전기 공급이 끊기기도 했다.

이지희 기자 (ljh4749@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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