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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권 행사한 법원…사법부 역사에 오점 남겨" [법조계에 물어보니 487]


입력 2024.08.27 17:19 수정 2024.08.27 17:43        김남하 기자 (skagk1234@dailian.co.kr)

법원, 26일 권태선 등이 제기한 방문진 신임이사 임명 집행정지 인용…방통위 즉시항고 결정

법조계 "법원, 과거 고영주 및 고대영 등 위법해임 당시 집행부정지 원칙 고수…집행정지 기각"

"김장겸 전 MBC 사장 해임 때도 해임 효력정지 기각…인용 결정, 사실상 신임이사들 해임한 것"

"방문진 정상적 운영 '공적 이익' 위해 사적이익 기각시켰어야…사법의 정치화로 삼권분립 훼손"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 8월 1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불법적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선임 등 방송장악 관련’ 2차 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의 신임 이사 6명을 임명한 것에 대해 법원은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 결정하며 제동을 걸었다. 법조계에선 방문진 신임 이사들을 사실상 해임하는 정치적 고려의 인사권을 행사한 것이고 사법부 역사에 중대한 오점을 남긴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법원이 정치에 깊이 개입하는 문제가 심화되면 '사법의 정치화'가 삼권분립의 기본 원칙을 훼손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강재원 부장판사)는 전날 방문진 권태선 이사장과 김기중, 박선아 이사가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새 이사 임명 처분을 막아 달라"며 낸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했다. 이에 따라 본안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새 이사진의 취임은 불가능하다. 재판부는 "(후임자 임명의) 무효를 확인하는 법원의 판결이 확정되기 전, 임기가 끝난 종전 임원들로서는 형식적으로 후임자의 임명이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직무 수행이 불가능하거나 제한되는 불이익을 입게 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행정소송 본안 판결까지 신임 이사들은 임기를 시작할 수 없고, 기존 이사들의 임기가 연장된다. 본안 판결까지는 약 1~2년이 소요될 전망이다. 방통위는 26일 법원의 인용 결정 이후 즉각 "(법원의) 결정 내용과 이유 등을 검토해서 즉시항고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방문진 이사 임명처분 무효 등 소송에 적극 대응해 정부가 법과 원칙에 따라 공영방송 이사 선임을 의결했다는 점을 소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태규 방통위원장 직무대행도 "방통위는 2인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법 규정이 2인이라면 2인 형태로 운영된다고 해서 그것을 비정상이라거나 위법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지난 2023년10월1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방송문화진흥회 권태선 이사장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방송계 소식에 정통한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법원은 과거 문재인 정부의 고영주 전 방문진 이사장과 고대영 전 KBS 사장, 강규형 전 KBS 이사 등의 위법한 해임에 대해 집행부정지 원칙을 고수해 이들의 집행정지 신청은 모두 기각하고 본안 소송에서 해임을 취소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반면 이번 재판부는 신청인들의 임기가 이미 만료되었음에도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판단했다. 김장겸 전 MBC 사장 해임 당시에도 법원은 해임결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방문진 이사들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며 "기존 법원의 입장과 법리와 달리 집행정지 인용 결정을 해 방문진 신임 이사들을 사실상 해임하는 정치적 고려를 한 것으로서 사법부 역사에 중대한 오점을 남긴 것이다"고 지적했다.


박인환 변호사는 "신임이사 임명이 집행정지 되면서 기존에 임기가 끝나 떠나야 할 이사들의 임기가 연장됨으로써 얻는 사적이익과 방통위와 방문진의 정상화로 인한 방송 통신 질서라는 공적이익을 비교 교량했을 때 공적이익이 더 크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방송통신기관의 정상적 운영에 관한 공적이익을 위해서라면 사적이익을 기각시켰어야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갈수록 사법부가 정치화 되면서 깊이 개입하는 문제가 불거지고 있고 반대 세력은 모든 정치적인 문제까지 사법부에 맡기는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며 "사법의 정치화가 삼권분립의 기본 원칙을 훼손한다는 '사법 적극주의'에 대한 지적은 과거부터 이야기 된 문제였다. 사법적극주의를 방지하고자 만들어진 삼권분립은 입법·사법·행정부 서로가 지켜야 할 기본 원리이다"고 덧붙였다.


김소정 변호사(김소정 변호사 법률사무소)는 "법원의 집행정지 결정으로 인해 문재인 정권에서 임명된 인사들이 원래 정해진 임기를 초과하여 직위를 유지하게 된다"며 "이것이 현 정부의 방침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문제가 발생하는데 이것이 사법부가 삼권분립을 존중하는 차원인지 삼권분립을 훼손하는 것인지에 대해 명확한 기준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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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하 기자 (skagk123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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