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다혜 뇌물죄', '김혜경 법카 유용' 각각 文, 李 겨냥
이재명, 문재인 만나 "檢, 정치 탄압 이해 안돼" 주장
'김건희 불기소' 의견에도 野 "12일 특검 강행" 몽니
與 일각선 "文·金 죄, 국민께 소상히 알릴 수 있어야"
국민의힘이 정치권에서 터져나오는 '여성 사법리스크' 대응을 두고 고민에 빠졌다. 더불어민주당이 김건희 여사 사건과 관련해선 특검의 재강행을, 문다혜 씨 수사에 대해선 정치탄압 프레임을 꺼내들면서 강공에 나서고 있어서다. 당내에선 김 여사에 대한 방어 논리만 펼칠 것이 아니라 문다혜 씨의 뇌물죄와 김혜경 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에 대한 공세를 강화해 국민들에게 소상히 알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준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8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문재인 전 대통령의 만남에 대해 "꼼수 회동이자 방탄 동맹"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오늘 만남은 야권의 정치세력화로 검찰 수사와 재판에 영향을 미치겠다는 노골적 의도가 담긴 '꼼수회동'이고, 사법리스크로 위기를 자초한 두 사람의 '방탄 동맹'이기도 하다"고 규정했다.
박상수 대변인도 같은 날 논평에서 "검찰 수사가 문 전 대통령의 턱 밑까지 닿자 민주당 인사들이 문 전 대통령 부부를 잇달아 예방했다"며 "문 전 대통령은 '당당하게 강하게 임하겠다'고 했다. 그 말 그대로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시고 결백을 입증하시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두 대변인이 한날에 비슷한 메시지를 꺼낸 이유는 이 대표가 이날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아 문 전 대통령을 예방하면서 꺼낸 발언 때문이다. 이 대표는 문 전 대통령을 향해 최근 검찰 수사에 대해 "정치적으로도 법리적으로도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정치 탄압이고, 한 줌의 지지세력을 결집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의 언급대로 최근 문 전 대통령을 향한 검찰의 수사 가능성은 높아진 상황이다.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의 딸인 문다혜 씨의 전남편인 서모 씨가 2018년 이상직 전 의원의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 취임 후, 이 전 의원이 설립한 저비용 항공사인 타이이스타젯에 전무로 취업해 불거진 '특혜 채용' 논란을 수사 중이다.
검찰은 문 전 대통령 부부가 서 씨의 타이이스타젯 취업 이후 다혜 씨 가족에 생활비 지원을 중단한 점을 들어, 서 씨가 타이이스타젯에서 받은 급여 2억여원이 문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 성격으로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선 이번 만남이 문 전 대통령에게 불거진 사법리스크에만 국한된 것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대표의 배우자인 김혜경 씨 역시 지난 5일 경기도 법인카드를 유용했다는 의혹으로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은 바 있기 때문이다. 해당 조사에서 김 씨는 모든 진술에 거부권을 행사하고 귀가했다.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은 2018~2019년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 대표와 부인 김 씨가 도청 별정직 5급 공무원 배모 씨 등을 통해 초밥·과일 등 개인 음식값을 경기도 법인카드로 결제하게 해서 경기도 예산을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내용이다.
해당 사건을 처음 조사했던 국민권익위원회는 이 사건을 대검찰청에 이첩하면서 "법인카드의 사적 사용이 이뤄진 기간과 지속성, 비전형적인 사용 행태와 특이성 등을 비춰볼 때 신고자의 진술처럼 (이재명) 전 도지사가 그 사실을 알았을 개연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에 국민의힘은 김 씨를 향해서도 강한 어조의 비판을 쏟아냈다. 송영훈 국민의힘 대변인은 지난 5일 논평에서 "야당 대표의 배우자에 대해서는 법인카드를 함부로 유용했다는 의혹이 있어도 수사하면 안 된다는 특권의식의 발로냐"라며 "국민이 알고 싶은 건 진실이다. 민주당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김 씨를 헐리우드 액션으로 두둔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지난 6일 "문 전 대통령 일가도 이 대표 부부도 수사에 성실히 임하면서 의혹에 대해 명확히 소명하지 않고 모욕주기·망신주기 프레임으로 언론 플레이에만 열중하고 있다"며 "문 전 대통령도 이 대표 부부도 결백하다면 수사에 당당히 임하라"고 꼬집은 바 있다.
이 같은 논평들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 일각에선 당의 공세가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이 문 전 대통령 수사와 관련해 '전 정권 정치탄압 대책위원회' 구성을 선언했고, 김 씨와 관련해선 "야당 대표도 모자라 배우자까지 추석 밥상머리에 제물로 올리려는 정치검찰의 막장 행태"(조승래 수석대변인)라고 비판하는 등 강력대응에 나선 것과 온도차가 있다는 지적에서다.
아울러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인 김건희 여사를 향한 민주당의 공세가 여전히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는 점은 국민의힘 내부에서 더 센 반격에 나서야 한다는 명분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특검까진 아니더라도 거대의석만 믿고 억지주장만 계속하는 민주당에 맞서 문다혜 씨와 김혜경 씨를 집중적으로 공략해 국민들게 알려야 한다"며 "방어만 할 게 아니라 계속 수면위로 올려서 그들이 어떤 비리를 저질렀는지를 명명백백하게 밝히도록 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앞서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 위원들은 지난 6일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 등 6개 혐의를 심의한 결과 불기소 처분 권고 의견을 냈다. 수심위는 검찰 수사의 중립성과 투명성 제고를 위해 외부 인사들이 수사 및 기소의 적정성을 심의하기 위해 문재인 정부 당시인 지난 2018년 도입된 제도다.
이런 결과가 나왔음에도 민주당은 대정부질문 마지막 날인 오는 12일 '김건희 특검법'을 본회의에 올리겠다는 내부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이 강행하려는 특검법은 최근 터져나온 김 여사의 총선 개입 의혹을 특검 수사대상에 포함해 재발의된 것이다.
이와 관련해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 "야권이 정말 김 여사가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생각하겠느냐. 만약 공천을 좌지우지했다면 K모 전 의원이 적어도 경선이라도 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무슨 건수만 있으면 '기승전 김건희 특검'을 외치는 이들의 목적은 명백하다. 사사건건 근거와 구실을 만들어 대통령 탄핵의 빌드업을 집요하게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자기들(민주당)이 만든 수심위에서까지 불기소 의견이 나왔는데 대체 뭘, 왜 특검을 하자는 건지 자신들도 이해가 잘 안 될 것"이라며 "민주당이 하자는 건 정쟁을 계속하자는 것밖에 안 된다. 그렇다면 우리도 뭔가 논리를 만들어 민주당과 싸우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