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감독 호출을 받고 KTX 입석을 타고 한달음에 달려온 이승우(전북)가 이라크전을 앞두고 비장한 각오를 전했다.
홍명보 감독이 지휘하는 대표팀은 15일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킥오프하는 ‘2026 FIFA 북중미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예선 B조 4차전에서 이라크와 격돌한다.
지난 10일 요르단 원정에서 2-0 승리한 B조 1위 한국이 2위 이라크(이상 2승1무)까지 제압한다면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의 유리한 고지에 오를 수 있다. 3차 예선은 각 조 1·2위가 본선에 직행한다.
홍명보 감독은 새 공격 조합을 찾는 데 집중하고 있다. 손흥민이 부상으로 소집에서 제외된 가운데 요르단전에 선발 출전한 황희찬은 전반 23분 요르단의 거친 수비에 왼쪽 발목이 꺾였고, 교체 투입된 엄지성도 후반 6분 무릎 통증을 호소하며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대한축구협회(KFA)는 “황희찬과 엄지성이 각각 발목과 무릎을 다쳐 이라크전 출전이 불가능해 소집 해제를 결정했다"고 알렸다.
두 명의 왼쪽 측면 자원이 뛸 수 없게 되자 홍명보 감독은 대체자를 불렀다.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역시 이승우다. 5년 4개월 만에 대표팀의 부름을 받은 이승우는 13일 이라크전에 대비한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훈련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진짜 이 시간을 기다려왔다”고 말했다.
올 시즌 K리그1 11골(5도움)로 득점 5위에 오른 이승우는 2019년 6월 이란과의 평가전 이후 국가대표팀 부름을 받지 못했다. 지난 11일 대체 발탁 소식을 들은 이승우는 12일 문선민과 함께 KTX를 타고 올라와 대표팀에 합류했다.
이승우는 “티켓이 없어 입석으로 왔다. (KTX)맨 뒤 칸에서 (가방 위에) 쪼그려 앉아 와서 (팬들이 날 알아)보지 못한 것 같다”며 웃었다. 이어 “(출전 기회를 받는다면) 최선을 다하고 싶다. 너무 오랜만에 왔고 진짜 이 시간만을 기다려왔기 때문에 제가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승우가 이라크전에서 그라운드를 밟는다면 1953일 만에 A매치에 출전하게 된다. 2018 러시아월드컵에 이어 두 번째 월드컵 본선 출전도 기대할 수 있다. 축구팬들은 “이강인과 이승우가 보여줄 현란한 개인기에 이은 침투 능력을 보고 싶다. 둘이 나란히 뛰는 모습을 꿈꿔왔다”며 기대에 부풀었다. 이승우가 대표팀의 꺾인 왼쪽 날개를 세우고 이강인과 환상적인 장면을 연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선발 가능성은 배준호가 더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지난 시즌 K리그1 대전하나시티즌을 떠나 잉글랜드 2부리그 챔피언십 스토크시티로 이적한 배준호는 2023-24시즌 정규리그 38경기 2골 5도움을 올리며 매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올 시즌도 주전 측면 공격수로 8경기에 출전해 3도움을 기록했다.
대표팀에서도 강한 인상을 남겼다. 요르단전에서 엄지성 대신 교체 투입된 배준호는 날카로운 뒷공간 침투와 안정적인 드리블로 요르단 수비라인을 흔들었다. 후반 23분에는 전방 압박으로 볼을 빼앗아 오현규의 득점을 도왔다. A매치 데뷔전이었던 지난 6월6일 싱가포르와 월드컵 2차 예선에서 데뷔골을 넣었던 배준호는 두 번째 공격 포인트를 쌓았다.
홍 감독도 지난 11일 입국하는 인천국제공항에서 “컨디션이 좋았던 황희찬과 엄지성이 모두 다쳐 당황했지만 배준호가 잘 수습했다. (배준호는)한국 축구의 미래를 위해 중요한 자원이라 꾸준히 지켜볼 것”이라며 배준호 활약을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