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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아닌 척”…선 넘는 바이럴에 “출판계 생태계 망치는 행위” [책, 바이럴의 유혹②]


입력 2024.11.21 07:57 수정 2024.11.21 07:57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광고 표기 않는 불법 바이럴, 기만적 마케팅"

SNS에서 무분별하게 퍼지는 바이럴 마케팅이 출판업계를 좌절감에 빠지게 했다. 감동적 이야기나 사연을 가장해 독자들의 클릭을 유도하는 방식이 만연해지면서 진정성 있는 책을 출판하고 소개하는 출판인들이 느끼는 무력감은 점점 커지고 있다.


ⓒ픽사베이

판매량 때문만은 아니다. 출판계 종사자들은 독자들이 왜곡된 정보를 바탕으로 책을 구매하는 상황이 늘어나면서, 정작 독자들이 책의 본질보다 마케팅 성공 여부에 따라 소비를 결정하게 되는 점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이러한 편법은 도서 시장에서 건강한 담론 형성을 방해하며, 진정성 있는 리뷰와 비평의 자리를 광고성 콘텐츠가 차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책을 리뷰하는 한 유튜버는 “책을 읽고 정말 좋았던 책 위주로 리뷰를 한다. 책 광고도 들어오는데 이때 광고임을 정확하게 밝히고, 이에 대한 반감이 생기지 않도록 끝까지 읽고 기획에 대본까지 써서 준비한다. 이렇게 정성과 시간이 들여 광고 영상을 만드는데, 인스타그램 검색창에 흥미 위주의 과도한 바이럴 광고를 보면서 허탈했던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라고 말했다.


특히 광고임을 숨기고 진행되는 불법 바이럴 마케팅에 대한 성토의 목소리도 크다. 광고 표시 없이 진행되는 책 홍보는 명백한 법 위반이며, 이를 통해 전달되는 잘못된 정보는 독자와의 신뢰를 저해하는 행위로 간주한다.


추천 보증 등에 관한 표시 광고 지침 가이드라인에는 '보증한 계정이 광고대행사, 하위 브랜드 계정으로서 광고주와의 관련됐다는 사실을 일반 소비자가 알 수 없는 경우' 위반 요소로 게재돼 있다. 즉 광고주가 SNS 인플루언서나 특정 계정을 통해 광고할 경우, '내돈 내산', '실제로 사용해 본 후기', '개인적 경험' 등 제3자의 독자적인 시선처럼 광고하는 것은 불법이다.


'책의 말들' '독서의 기쁨' '겨울의 언어' 등을 출간한 김겨울 작가는 X에 "책을 광고하면서 광고 표시를 하지 않는 건 불법이다. 불법 바이럴을 활용하는 출판사들은 편법으로 독자를 속이며 출판 생태계를 해친다. 책을 불법으로 바이럴 하는 업체들은 벼룩의 간을 빼먹는 행위다. 수많은 책이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서 한 사람이라도 자기 출판사 책을 눈에 띄게 하는 것이 출판사들의 소원인데 혼자 거짓말로 새치기하는 업체를 어떻게 이해해 줘야 하나. 그렇게 읽은 책에 실망해서 떠나는 독자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라고 비난했다.


이어 "사재기, 바이럴 돌리고 독서 명목으로 책 사게 만든 뒤 키워드 넣어서 블로그 글 쓰게 하고 작은 산업도 문제다. 광고 표시 없는 광고는 불법이며 불법으로 책 광고를 하는 업체들은 책의 퀄리티를 신경 쓰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출판사에서 광고를 투자할 때는 온라인 서점, 서점 배너, 오프라인 서점 매대, 굿즈, 행사, 인스타그램과 유튜브에 마케팅비를 쓰지 불법 바이럴에 돈을 쓰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출판업계 관계자 A씨는 김겨울 작가의 의견에 동의하며, "편법으로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것을 보면 동료 작가와 편집자들은 오히려 좌절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책 제공 시에도 광고임을 명확히 밝혀, 독자들이 이를 스스로 판단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출판업계 관계자들은 이러한 상황이 반복될 경우, 독자들이 올바른 정보를 제공받지 못하게 되고 출판업계 전반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 것이라고 걱정이 크다. 이러한 기만적 마케팅이 단기적으로는 판매를 촉진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독자 신뢰를 해치고 건강한 독서 문화를 위협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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