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李 위증교사 혐의 1심 '무죄' 선고에
野 얼싸안고 오열…'축제장' 된 법원 일대
냉·온탕 오간 민주당, 선거법은 '유죄' 판결
한숨 돌린 이재명 "사필귀정이라고 생각"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위증교사 혐의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은 지 열흘 만이다. 이 대표의 무죄 선고 결과를 접한 지지자들은 얼싸안고 환호했다. 재판정을 빠져나온 이 대표를 마주한 당 지도부 일부는 눈시울이 붉어지는 모습도 포착됐다.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 일대는 일순간 이들만의 축제의 장이 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김동현 부장판사)는 25일 오후 이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에 대한 1심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을 나선 이 대표의 표정은 열흘 전 선거법 위반 1심에서 중형을 선고 받았던 때보다 한결 가벼워 보였다. 이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진실과 정의를 되찾아준 재판부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청사 안팎에는 이 대표의 지지자들과 친야(親野) 성향의 유튜버들이 집결했다. 경찰은 만일의 소요 사태에 대비해 버스 차벽을 법원 진입로 입구부터 설치했고, 이 대표가 재판을 받으러 가는 법원 서관 입구 쪽 통행로에도 직사각 형태의 펜스를 설치해 일반인들의 난입을 통제했다.
이 대표 도착 전부터 법원에 모인 지지자들은 지난 15일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1심에서 중형을 선고 받은 선례를 의식한 듯 "이재명은 억울하다"거나 사법부를 향해 "오늘 유죄를 때렸다(선고했다)가는 민란이 일어날테니 각오하라" "이재명은 투명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친야 성향의 유튜버들은 현장을 취재하기 위해 모인 취재진을 향해서도 날을 세웠다. 경찰 펜스 안쪽에서 현장을 중계하던 한 방송사 영상기자가 자신들의 유튜브 화면을 가려 방해가 된다는 이유다. 이들은 "이재명을 찍어야 하는데 못 찍고 있다"거나 "맞고 싶냐"며 위협을 가하는 모습도 보였다. 사법부를 향해서도 "정치 판레기(판사+쓰레기)들이 나라를 망하게 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각종 비속어와 고성이 난무하는 혼란상 가운데 법원에 모습을 드러낸 이 대표는 위증교사 선고공판 참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났으나 '위증의 고의성에 대한 입장이 있느냐'는 등의 질문에 모두 답을 하지 않은 채, 법원 앞을 가운 메운 60여명의 민주당 의원들과 인사를 나눴다.
지지자들은 이 대표의 이름을 연호하며 응원 세례를 보냈다. 이 대표가 법정 안으로 들어간 뒤에도 "이재명을 반드시 지키자" "이재명은 죄가 없다. 정치판사 탄핵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일부 지지자들은 이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에 판결을 내릴 김동현 판사의 이름을 외치며 "김동현 판사님 믿습니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가 법정에 들어선 지 30여분 후, 법원청사 서관 앞에서 이 대표를 기다리던 당직자들과 일부 민주당 의원들 입가에 미소가 띄기 시작했다. 지지자들도 각각의 휴대전화를 확인하며 이 대표 위증교사 혐의에 '무죄'가 선고될 조짐이 보이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곧이어 '이재명 무죄 선고'라는 뉴스 속보를 접한 지지자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일부 지지자들은 허공을 향해 "감사합니다"라고 했고, 서로 부둥켜 안은 채 오열했고, 사방에서 "이재명은 무죄다" "대통령은 이재명"이라는 구호가 터져나왔다. 이날 재판부는 "이재명에 대한 공소사실은 범죄 사실에 대한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에 따라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의원들은 법정을 빠져나온 이 대표를 향해 박수를 보냈다. 이 대표도 한 사람 한 사람 직접 악수를 건넸다. 이 가운데 김민석 수석최고위원을 비롯한 일부 의원들이 눈물을 훔치는 모습도 중계 카메라에 잡혔다. 이 대표는 의원들의 격려를 받으며 차량에 탑승해 국회로 향했다.
이 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위증교사 혐의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심경'에 대해 "특별한 느낌이라기보다는 사필귀정이 아니겠느냐"라고 답했다. 이외 '추후 (선거법 위반) 항소심과 다른 사건에 대한 재판 대응책' '검찰에 대한 입장' 등을 묻는 질문에는 답을 하지 않았다.
민주당은 이번 1심 무죄 선고를 고리로 정부·여당을 향해 '정치의 복원'을 촉구했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치검찰의 무도한 야당 탄압과 야당 대표에 대한 사법 살인시도를 멈춰세웠고, 짓밟고 무너뜨린 사법 정의와 상식을 바로세웠다"고 자평했다.
이로써 위증교사 혐의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이 대표는 일단 큰 정치적 부담은 덜게 됐다. 그러나 징역 1년·집행유예 2년이 선고된 지난 15일 선거법 위반 1심 판결에 대한 부담은 여전하다. 항소심에서 형량이 줄어들지 여부가 관건이다.
선거법 사건과 위증교사 혐의 외에도 1심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이 3개나 더 있다. 구체적으로 △백현동·성남FC·위례신도시 특혜 의혹 △쌍방울 불법 대북송금 의혹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이다. 이날까지 드러난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빙산의 일각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는 이유다.
민주당은 이 대표와 단일대오로 싸울 방침을 밝혔다. 당 사법정의실현·검찰독재대책위원회는 성명서에서 "그간 이 대표 재판을 초조하게 지켜보셨던 국민과 당원 동지 여러분, 그리고 함께 마음을 모아주신 많은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앞으로 더 길고 험난한 길을 가야 할지 모르지만, 이 대표를 중심으로 끝까지 싸워 이기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검찰은 이날 이 대표 위증교사 혐의를 무죄로 본 1심 재판부에 대해 즉각 항소를 결정했다. 사건 대한 선고 2시간 30여분 만이다. 서울중앙지검은 입장문을 통해 "판결문을 면밀히 검토해 항소하고, 항소심에서 유죄 입증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