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계 일각서 '당게 논란'에 '김건희 특검' 찬성 목소리
추경호 "당분간 당원게시판 관련 발언·논쟁 자제 부탁"
당내선 "과거 일 들추며 다퉈봐야 우리 얼굴에 침 뱉기"
일각선 "친윤-친한 다 자제해야…가능할 때 수습해야"
국민의힘이 최근 당내 갈등의 주요 소재였던 당원게시판 논란 확전에 제동을 걸었다. 친윤계와 친한계가 당원게시판 논란의 진실 여부를 두고 벌이는 감정싸움이 도움이 될 것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친한계 일각에서 당원 게시판 논란으로 한동훈 대표를 향한 압박이 지속될 경우 '김건희 특검법' 부결 단일대오에서 이탈할 수도 있단 흉흉한 소문까지 돌면서 더 큰 갈등을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8일 국회 본관에서 열린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당분간 당원게시판에 관한 공개적인 발언이나 논쟁은 자제하자고 의원과 당직자들에게 당부했다"며 "현재 다수 고발인에 의해 경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하니 차분히 좀 더 상황을 지켜보자고 말씀드렸고, 대부분 의원이 다 동의해줬다"고 말했다.
당원게시판 논란은 한 대표와 한 대표 가족의 이름으로 대통령 부부 비방 글이 다수 올라왔단 주장으로, 최근 3주간 당내 갈등의 주요 소재로 활용돼 왔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친윤계인 권성동 의원은 '새미준' 세미나에 참석한 뒤 당원 게시판 논란과 관련해 "이 문제를 해결할 키는 한 대표가 갖고 있다. 만약 당내 분란 조성 등의 이유로 계속 거부하게 되면 한 대표의 리더십에 심대한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하며 확전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문제는 그 이후 친한계 일각에서 "김 여사 특검 법안 재표결 결과를 예단할 수 없다"는 말이 나오면서 더 커졌다. 여야 전원이 투표할 때 국민의힘 의원 108명 중 8명 이상이 이탈하면 김 여사 특검법이 통과되는데, 당원게시판 논란으로 한 대표를 향한 압박을 지속할 경우 친한계에서 이탈표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특히 최근 김건희 여사의 친고모인 김모 씨가 한 대표를 향해 "벼락 맞아 뒈질 집안"이라는 격한 표현을 사용한 데 이어 이날 페이스북에 "해서는 안될 말을 한동훈 가족들이 먼저 김건희 여사에게 써놓고 한동훈이 하는 말이 표현의 자유라고 했다. 고모도 표현의 자유한 것이 무엇이 문제냐"라며 참전하면서 논란이 더 커지는 모양새다.
김종혁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YTN라디오에 나와 "(당원게시판 논란이 김 여사 특검법 재표결에) 영향을 안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며 "대통령 가족에 대해서 마치 욕을 했다는 식으로 몰고 가면서 실제로 대통령의 가족은 이렇게까지 당대표를 욕해도 되는 것이냐 라고 (김 여사 고모가) 얘기를 한 건데 국민들 보시기에는 참 한심할 것"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물론 해당 논란은 한 대표가 직접 부인하면서 확전되진 않았다. 한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중앙여성위원회 임명장 수여식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한 대표가 김여사 특검법 표결과 관련해 중대 결심을 검토할 수 있다는 뜻을 측근에게 전했다는 보도가 나왔다'는 질문에 "내가 한 말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이 과정에서 추경호 원내대표가 중재를 위해 큰 노력을 기울인 만큼, 앞으로도 추 원내대표의 역할이 더 중요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추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의총 직후 당원게시판 논란 자제령을 언급하며 "조금은 냉각기를 갖고 생각할 시간을 갖자고 (의원들에게) 말했다"고 전했다. 이보다 앞서 추 원내대표는 당원게시판 논란을 확산시킨 일부 당내 인사들과 함께 면담을 진행하면서 확전 자제를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개인적으론 문제해결은 한 마디면 끝날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굳이 이(당원게시판) 문제를 대외적으로 공표하듯이 키워 얻을 수 있는게 뭐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원내대표가 직접 나서서 '지금 여기서 중단하고 대화로 풀어내야 한다'고 말한 만큼 양쪽 다 자제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지금 당이 갈라지는 모습을 보여줘서 도저히 얻을 게 하나도 없다"고 강조했다.
당내에서도 양쪽 모두 더 이상 일을 키우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에 나와 "(친윤계와 친한계) 양측이 서로 과거의 일을 들추면서 (다퉈)봐야 우리 얼굴에 침 뱉는 것"이라며 "야당이 밀어붙인 특검에 여당 내에서 감정싸움으로 야당에 동조하게 된다면 그 조직은 당내 정치에 실패하는 걸로 귀결될 것이다. 정치를 게임처럼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한 의원도 "이건(당원게시판) 이거고 저건(김건희 특검법) 저거다. 둘을 연관지어서 가면 진짜 탄핵사태가 재발될지도 모른다"라며 "누가 누구를 죽이네 하면서 일을 키워봐야 좋을게 하나도 없다. 수습할 수 있을 때 수습하는게 가장 좋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