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우원식·권영세·이재명 '4자회담'
'소비쿠폰' '주 52시간 제외' 놓고 입장차
연금개혁·통상특위 구성도 뚜렷한 이견
여야, APEC·윤리특위 구성엔 합의 이뤄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여·야·정 대표들이 민생 현안 해결을 위해 첫발을 뗀 국정협의회에서 모처럼 손을 맞잡았지만, 쟁점인 '추가경정예산'(추경)과 반도체특별법, 연금개혁에 대해 큰 틀에서 원론적 공감대를 이뤘을 뿐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일단 돌아섰다.
추경안의 쟁점인 '지역화폐'와 반도체법의 쟁점인 '주52시간 예외 적용', 연금개혁 논의 과정에서 갈등을 빚은 모수·구조개혁의 분리·일괄처리 등에 대한 이견 탓으로 보인다. 다만 여·야·정은 쟁점 사안들에 대한 실무 논의를 이어가기로 하면서 협상의 여지를 열어둔 만큼, 추후 논의에서 결론에 도달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우원식 국회의장,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0일 오후 국회 사랑재에서 국정협의회 4자 회담을 2시간여 가량 진행했다. 이번 회담은 여야가 지난해 12월 31일 국정협의회 가동에 합의한 지 51일 만이다.
우선 여야는 이날 최우선 의제로 꼽힌 추경에 대해서는 원론적인 공감대만 형성한 채, 편성 규모와 지원 대상 및 세부적 사업 등을 놓고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모두발언에서 "추경안 편성만큼은 합의를 했으면 한다"고 당부했지만, 결국 알맹이 없이 추후 실무협의로 공이 넘어갔다.
앞서 민주당은 약 35조원 규모의 자체추경안을 제안했다. 해당 추경안에는 1인당 25만원의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지급하는 등 민생회복을 위한 사업 관련 예산 23조5000억원과 경제성장을 위한 사업 관련 예산 11조2000억원이 담겼다. 이에 국민의힘은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안은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둔 '선심성 매표 예산'이라며 반발한 바 있다.
박태서 국회의장실 공보수석은 국정협의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여·야·정이 추경 필요성에 공감했다"면서도 "추경은 민생 지원과 인공지능(AI) 등 미래 산업 지원, 통상 지원 등 3가지 원칙에 입각해 시기와 규모 세부 내용은 실무 협의에서 추가 논의하기로 했고 민생 법안의 신속한 처리를 위해서 추경과 함께 실무협의에서 논의한다"고 설명했다.
신동욱 국민의힘 수석대변인도 기자들과 만나 "추경 편성에 대해서는 민생 문제를 고려해서 필요성이 있는 부분에 대해 공감을 했다"고 했고,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도 "추경의 필요성에 대해선 다 공감했고, 내용에 대해서는 민생지원과 인공지능(AI) 등 미래산업 지원, 통상지원 등 3가지 원칙에 입각해 시기와 규모, 세부내용을 실무협의에서 추가로 논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띄웠다 돌연 검토를 철회한 반도체특별법 내 쟁점 사안인 '주52시간 근로제 예외 적용' 조항 역시 합의에 이르지 못한 채 다시 실무협상에서 다뤄진다. 국민의힘이 주52시간 예외를 3년 정도 한시적으로 적용하는 방법을 제안했지만, 민주당은 노동계의 반발을 이유로 수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동욱 대변인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이 부분(주 52시간 예외)을 빼고서는 '반도체특별법이 아닌 반도체보통법에 불과하다'고 강조했고, 협의회의장에서도 이 문제가 핵심적인 부분이라고 거듭 얘기했지만, 민주당은 그 부분이 꼭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며 "핵심적인 부분에서 이견이 있어 계속 논의하는 것으로 됐다"고 설명했다.
조승래 수석대변인도 "현행 제도를 어떻게 적절히 잘 활용할 것인가의 얘기도 있었으나 끝내 합의되지 않았다"며 "반도체특별법에 대해 꽤 깊이 있게 논의했고, 추후 실무협의를 통해 추가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여야는 연금개혁을 놓고서는 보험료율을 13%로 인상하는 데엔 동의했다. 다만 소득대체율과 구조개혁, 연금특별위원회 구성 등에서 명확한 입장 차이를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신 대변인은 "우리는 연금개혁에서 구조개혁을 같이 논의하는 게 옳고, 연금특위를 구성하는 게 좋다고 제의했는데 민주당은 우선 모수개혁에 합의하자고 해서 추가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조 수석대변인도 "연금특위와 연금개혁 관련 사안은 실무협의에서 더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이후 이재명 대표가 제안한 '국회 통상특별위원회'에 대해서는 국민의힘이 반대 입장을, 정부는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조 수석대변인은 "정부는 예를 들어 지금 통상인력이 얼마 없는데 업무보고 때문에 왔다갔다 하면 실무적으로 부담된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이어 "(정부의 입장에) 이 대표는 '공무원한테 보고 받자고 하는 게 아니라 국회가 통상특위를 구성해 통상특위의 이름으로 외교활동을 하고 정부를 도와주는 활동을 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얘기했다"며 "통상특위의 형식이 될지 다른 형식이 될지는 논의해봐야겠지만 (정부도) 국회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에 대해서는 공감대를 이뤘다"고 설명했다.
여야는 현재 전임 김용현 장관의 내란혐의 재판으로 공석상태인 국방부장관 임명 건에 대해서도 추가 논의하기로 했다. 신 대변인은 "(민주당이) 지금 국방부 장관을 추가로 임명하는 것이 꼭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조 수석대변인도 "국방부 장관 임명에 대해서도 국회의장이 논의를 제안했으나 합의가 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합의점이 도출된 사안들도 있다. 여야는 오는 10월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2025 APEC(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 정상회의' 준비를 위한 국회 특별위원회를 구성키로 했다. APEC 특위는 행사와 관련된 예산 확보를 수월하게 하고, 국가적 관심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다.
이밖에도 여야정은 국회 윤리특별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합의하고, 기후특별위원회 설치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신 대변인은 "국회 윤리특위와 APEC특위를 구성하기로 합의했고 기후특위 구성은 긍정적으로 검토하되 추가 논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여야는 후속 실무회담 문제에 대해 각 당의 대표급 실무자를 배석하는 방향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 수석대변인은 "원래 국정협의회 첫 회의는 당대표가 진행하고 두 번째부터 원내대표 회동으로 하기로 했는데, 대표급들이 한번 더 봐야 되지 않겠냐는 얘기들이 있어서 조금 더 조율해보기로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