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주한미군 4500명 철수 검토"
대북 대응태세 구멍·北오판 우려도
새 정부 앞두고 '방위비 증액' 꺼내나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미국이 주한미군 감축을 검토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트럼프발(發) '안보 리스크'가 수면 위로 또다시 떠올랐다.
정부는 "주한미군 철수 관련 한미 간 논의 사항은 절대 없다"며 관련 보도에 선을 그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1기 집권 당시 주한미군 철수·감축 가능성을 시사했고, 2기 행정부에서도 철저한 자국 이익 우선주의에 매몰돼 있어 주한미군 감축 방아쇠를 당길 가능성이 있다.
'주한미군 감축' 보도 파장…전체의 16% 떠나나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2일(현지시간) 미 국방부가 현재 한국에 주둔한 미군 약 2만8500명 가운데 약 4500명을 미국 영토인 괌을 비롯해 인도·태평양 내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 국방부 대변인은 주한미군 철수 검토 보도에 대한 질의에 "오늘은 발표할 것이 없다"고 답했다. 보도 내용을 정면으로 부인하지 않아 조만간 주한미군 감축 문제가 테이블 위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
현재 한반도에 상주 중인 주한미군 주둔 규모는 2만8500명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 국방수권법안(NDAA)에 규정돼 있지만 강제성은 없다. 한국전쟁 휴전 이후 6만명 수준에서 차츰 규모가 줄었다.
주한미군은 미8군을 비롯한 지상군 병력이 대부분이다. 미7공군 등 공군과 해군, 해병대 전력도 포함돼 있다. 2022년 기준 전투기 90여대와 헬기 40여대, 장갑차 280여대, 패트리엇 60여기 등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
미 언론에서 언급된 감축 검토 대상 4500명은 전체의 16% 규모다. 만약 감축이 이뤄진다면 대부분 육군일 것으로 추정된다.
주한미군 일부를 태평양 괌 기지 등에 이동 배치할 경우 이는 중국을 겨냥한 미국 국방 전략 변화의 한 축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북한이 미사일 도발과 군사력 증강에 나서는 행태를 보면 '북한 억제'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 또 병력 감축은 중국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
북한은 지난해부터 러시아 파병 등 러시아와 핵·미사일 등 군사적 협력을 강화하며 재래식 전력도 빠르게 현대화하고 있다. 이에 주한미군 감축을 한미동맹 약화로 오판해 도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새뮤얼 퍼파로 인도태평양사령관도 최근 주한미군이 철수 또는 감축되면 "그(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가 침공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경고했다.
국방부 "韓美 주한미군 논의 없어"
한국 국방부가 한미 간에 관련 논의가 전혀 없다며 주한미군이 북한의 도발 억제와 한반도 평화에 기여해 왔다고 강조한 것도 대북 대비 태세에 악영향이 있을 수 있으니 주한미군 감축을 반대한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국방부는 이날 "주한미군 철수 관련 한미 간 논의된 사항은 전혀 없다"며 "주한미군은 한미동맹의 핵심전력으로 우리 군과 굳건한 연합방위태세를 유지해 북한의 침략과 도발을 억제함으로써 한반도 및 역내 평화와 안정에 기여해 왔다"고 밝혔다.
군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주한미군 병력 변화는 한미 간 동맹의 정신, 상호존중에 기반해 양국 간 협의가 반드시 필요한 사안"이라며 "한미안보협의회(SCM)·한미군사위원회의(MCM) 등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외교부는 "한미간 주한미군 철수 관련 논의된 사항은 전혀 없다"며 "주한미군은 한미동맹의 상징이자 근간으로, 지난 70여년간 북한의 위협을 억제하며 한반도 및 역내 평화와 안정에 기여해 왔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근 미국 인태사령관과 주한미군사령관도 미국 상원 청문회에서 주한미군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주한미군의 철수나 감축에 부정적 의견을 표명한 바 있다"라며 "미국 국방수권법(NDAA)에도 주한미군의 현 수준 유지 내용이 지속 포함돼 왔다"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방위비 뒤집기하나…쉽지는 않아
일각에서는 미국이 향후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에서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도록 군 당국이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주한미군 감축 검토'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외교부에 따르면 한미는 작년 4월 제12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협상을 시작, 8차례 협의한 결과 2026년 분담금 총액이 2025년 대비 8.3% 증가한 1조5192억원으로 결정됐다고 지난해 10월 발표했다.
여기서 문제는 자국우선주의를 내세우는 트럼프 정부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재협상을 요구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여러 계기에 한국이 주한미군 주둔 비용을 정당하게 부담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해 10월 '시카고 경제클럽' 주최 대담에서는 "내가 거기(백악관)에 있으면 한국은 방위비(주한미군 주둔 비용 중 한국의 분담분)로 연간 100억 달러(약 14조원)를 지출할 것"이라며 "그들은 머니 머신(Money Machine·부유한 나라를 의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어 그는 지난 4월 한덕수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 총리와 통화한 뒤에는 "우리가 한국에 제공하는 대규모 군사적 보호에 대한 비용 지불을 논의했다"고 소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분석해보면 방위비 분담금을 대폭 인상하지 않을 경우 '주한미군 감축 또는 철수'가 가능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정부 관계자는 "주한미군의 중요성과 의미에 대해선 미국 정부도 확실히 알고 있을 것"이라며 " 감축 논의는 양국 간 협의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쉽게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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