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비대면·몰입형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미디어아트 전시에 대한 선호도도 증가했다. 특히 MZ세대를 중심으로 미디어아트 전시장을 방문한 후 개인 SNS에 ‘인증샷’을 업로드하는 행위가 유행하며 전시 문화의 접근성 또한 높아졌다. 미디어아트는 시각을 넘어 오감까지 동원해 작가의 예술 세계를 이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때로는 논쟁을 일으키기도 한다. 각각의 작품들이 갖는 독창성과 예술성을 ‘해석’ 혹은 ‘구현’이라는 이름 아래 손쉽게 변화시키며 자칫 원작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기도 한다.
23일부터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마르크 샤갈: 비욘드 타임' 전이 열리고 있다. 작가 서거 40주기를 기념해 마련된 이번 전시에서는 샤갈의 건축 연계 프로젝트를 미디어아트로 구현한 몰입형 공간이 돋보인다. 전시장의 높은 구조를 활용해 파리 오페라 극장의 천장화를 천장 전체에 투사하고, 이스라엘 하다사 메디컬 센터의 스테인드글라스를 구현한 공간에서는 햇빛을 받아 바닥에 색이 투과되는 모습까지 재현해 생생한 현장감과 웅장한 몰입감을 더했다.
현재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현대카드 스토리지에서 열리고 있는 '데이비드 살레:언더 원 루프' 전에서는 디지털 아트워크로 구현된 NFT '파티 오브 애니멀즈'(Party of Animals)를 전시장 구조를 이용해 미디어아트적 몰입감을 유도할 수 있도록 연출했다. 규모가 큰 작품인 만큼 관객은 각각의 캐릭터가 갖춘 고유의 서사를 즉각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고, 시각적 재미 또한 느낄 수 있다.
지난달까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구름이 걷히니 달이 비치고 바람 부니 별이 빛난다' 전은 간송미술관 최초의 미디어아트 전시였다. 이 전시는 겸재 정선의 '해악전신첩'과 '관동명승첩'을 터널형 공간에 구현하고, 몰입형 미디어 연출을 더해 관객이 작품 속을 직접 걷는 듯한 동선을 구성했다. 여기에 빛, 소리, 향기 등 오감을 자극하는 요소와 함께, 벽 사이 틈을 통해 작품 속 인물의 시선 방향을 따라가도록 유도하는 섬세한 연출도 더해졌다. 전통 회화를 감상하는 방식에 새로운 해석을 더한 시도였다.
이외에도 국립중앙박물관은 상설전시관 3층에 감각전시실 '공간_사이'를 마련하고 성덕대왕신종의 미디어아트를 선보인다. 관객은 청음 의자에 앉아 소리를 듣고 진동을 느낄 수 있다.
미디어아트의 차별화와 기술적 진화는 앞으로도 필수적인 과제다. 단순한 감각 자극을 넘어 관객의 이해와 몰입을 이끌어내는 것은 물론, 작품의 내러티브를 해치지 않는 연출이 관객의 사랑을 받는다. 그런 만큼 기술과 기획의 조화로운 시선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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