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총소사 식 탄핵소추 정당성 주장
대법원 판결에 대한 노골적인 보복
절대 권력은 절대적으로 무모해진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그 당의 소속 의원, 적극적 지지자들은 시종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선포를 ‘내란’이라고 부른다. 27일 마지막 후보 토론회에서도 이 후보는 그렇게 지칭했다. 그와 민주당은 윤 전 대통령뿐만 아니라 국민의힘과 김문수 대선 후보 모두에게 ‘내란동조 세력’ 이미지 씌우기에 열을 올린다. 경쟁자를 악마로 미리 단정해 국민의 머릿속에 박아 넣는 것이 효과적인 선전선동술이기 때문일까?
이 후보는 김 후보에게 “계엄 해제에 동의하느냐”고 물었다. 김 후보가 “과거 유신, 5공 때도 계엄에 절대 반대했고 해제는 반드시 해야 했다”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이 후보가 “그렇다면 과거 국무위원들이 국회에서 계엄에 대해 사과할 때, 왜 혼자서만 일어나지 않았느냐”고 몰아세웠다. 김 후보는 “군중 재판 식으로 전 국무위원이 일어나서 사과하라는 건 폭력”이라고 반박했다.
당시, 그러니까 작년 12월 11일 국회 본회의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 내란 행위 관련 긴급현안질문’이 진행되고 있었다. 초반에 민주당 서영교 의원이 국무위원들에게 “일어나 국민께 백배 사죄하라”고 요구했다. 다들 일어나 허리를 숙여 사과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김 후보(당시 고용노동부 장관) 혼자 꼿꼿이 앉아 있었다. 그는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나가 “국무위원들도 인격이 있는데 아무리 국회지만 국회의원의 갑질이 도를 넘었고, 일종의 폭력”이라고 말했다. 서 의원의 태도는 ‘오만방자’의 표본이었다.
기총소사 식 탄핵소추 정당성 주장
그런데 지금까지도 민주당은 서 의원이 장관들에게 사과시킨 것을 자랑스러운 업적쯤으로 여기는 모양이다. 그러니까 이 민주당 후보가 “왜 그때 안 일어났느냐”고 따진 것 아니겠는가. 이들의 의식구조가 이렇다. 강자는 약자를 어떻게 다루든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사고방식이다. 죄를 추궁하듯 “그때 왜 시키는 대로 안 했어”라고 윽박지르는 심리의 저변에서는 잔인성까지 느껴진다.
정부 압박용 법안의 대량생산, 기총소사 식 탄핵소추에 대해서도 그는 되레 김 후보를 비난하고 나섰다.
정부·여당이 도저히 납득·수용할 수 없는 법안들을 민주당과 그 주변 정당들이 무더기로 쏟아내는데 재의요구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그게 이상한 것 아니겠는가? 일단 재의에 붙여서 부결되면 그 법안은 폐기하는 것이 순리다. 그런데 민주당은 재의에서 부결될 경우, 해당 법안의 내용을 조금 손봐서 두 번 세 번 본회의 의결을 거치는 식으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맞섰다. 대통령의 헌법상 권한(제53조 2항)을 이런 식으로 무력화시키려 했으면서도 그 책임을 대통령에게 떠넘기는 억지를 부렸고, 그것이 이 후보의 머리에서 나왔다고 의심할 만한 말을 이날 한 것이다.
탄핵에 대한 그의 인식도 충격적이다. “13명인가 14명인가 이 정도밖에 안 될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그러니까 ‘서른 몇 번’은 거짓 주장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의결한 것은 13번이 맞다. 그러나 해당 공직자들에 대한 탄핵소추 협박은 서른한 번이었던 게 사실이다. 탄핵 압박을 받으며 위협을 느끼지 않은 공직자가 어디 있겠는가.
실제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겸 경제부총리는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자 바로 사퇴했다. 그 전에 이동관, 김홍일 두 방송통신위원장도 똑같은 선택을 했다. 이상인 방통위 부위원장은 탄핵소추안이 본회의에 보고된 직후 사퇴했다. 또 13번의 탄핵소추 가운데 윤 전 대통령을 제외하고 지금까지 헌재가 탄핵안을 인용한 경우는 없다. 반면 기각은 9건에 이르렀다. 정부 길들이기, 정부 무력화를 위한 탄핵 공세였음이 이로써 증명되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 후보는 되레 정당성을 주장했다.
대법원 판결에 대한 노골적인 보복
윤 전 대통령, 그러니까 행정부는 스스로 무너졌다. 입법 전횡을 통한 민주당의 집요한 압박을 이겨내지 못한 것이다. 민주당은 명백히 ‘윤석열 정부’를 무너뜨리려 작정했고, 그 목표를 달성했다. 그 배경엔 이 후보의 ‘사법 리스크 해소와 대선 출마 여건 조성’이 있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민주당 소속 의원들 대다수가 그의 방탄복 역할을 했다(지금 유세장에서는 인간 방탄복이 아니라 실물 방탄복에다 방탄 유리벽까지 동원하고 있다).
‘이재명 구하기’ 작전의 절정은 사법부 무력화 시도였다. 대법원이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2심 판결을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하자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 12명과 법원 관계자들에 대한 청문회를, 대상자 전원이 불참했음에도 불구하고 강행했다. 조 대법원장에 대한 특검법을 국회 법사위에 상정하고 대법원장 탄핵소추 카드도 거둬들이지 않고 있다.
이 후보의 사법적 부담을 아예 완전히 해소해 버리기 위해 형사소송법,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법사위에서 의결해 뒀다. 대선 후 본회의에서 처리하기 위해서다.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려 그 위상을 추락시켜 버리겠다는 ‘법원 조직법’도 발의했다. 대법관 수를 100명으로 늘리고, 비법조인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게 하는 법안들도 발의했다가 여론의 저항에 밀려 취소했다.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대법원을 완벽히 장악해 후환을 없애겠다는 의도로 읽을 수밖에 없다(철회, 취소는 의미가 없다. 선거 후에 입법하면 될 테니까).
김 후보가 이 같은 입법 폭거(라이언 일병 구하기 정도가 아니라 법원의 판결에 대해 공공연하고 노골적인 보복)를 지적하면서 “본인이 황제도 아니고 황제도 이런 식으로 하지는 않는다”고 비판하자 이 후보는 검찰 비난으로 맞섰다.
대한민국의 검찰이 12가지 혐의와 수많은 수사 기록을 조작했다는 것인데, 이게 현실적으로 가능하다고 믿을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온갖 기기묘묘한 꾀를 내어서 족쇄를 풀고 나자 큰소리치고 나서는 모습이 가관이다. 증거는 검찰이 수도 없이 제시했을 것이고 그 조작 여부는 법원 판결로 가려진다(선거법 위반의 경우는 이미 대법원이 유죄로 판단했다). ‘멀쩡하다’라는 것은 그만큼 민주당의 검찰·법원 무력화가 집요하고 거칠게 진행된 결과라는 말이나 다름없다.
절대 권력은 절대적으로 무모해진다
이제는 대통령 4년 연임 개헌안까지 제시하던데, 당선만 되면 ‘8년 대통령’ 하다가 ‘12년’으로 늘리다가 임기 조항을 아예 삭제하는 개헌을 할 수도 있다. 입법·행정의 일원화 구조가 이뤄질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법부까지 장악하게 되면 독재화의 길은 탄탄대로가 된다. 개헌 당시의 대통령도 임기연장이 가능할 것인지에 대해 그는 이미 국민의 뜻을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중(민주당 의원들과 개딸들을 포함)을 다루는 그의 재주는 비상하다. 무모한 시도가 겁도 없이 시도될 개연성이 농후하다.
영국의 정치인, 작가, 역사가였던 존 에머리치 에드워드 달버그 액튼 경은 “권력은 부패하는 경향이 있으며, 절대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고 했다. 절대 권력을 가진 통치자와 그를 둘러싼 권력 집단이 부패하지 않는다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반드시 부패하고 무모해진다.
1934년 8월 2일, 육군 원수이자 독일 대통령인 파울 폰 힌덴부르크가 신부전으로 사망했다. 총리이던 히틀러는 곧장 대통령 자리를 이어받았다. 그는 총통(Führer)이라는 공식직함을 얻었다. 절대적 권력자를 의미하는 간단명료한 칭호로 바꾼 것이다. 이의 가부를 묻는 투표에서 독일 국민은 90%라는 압도적 지지를 보냈다.
그 전해 2월 총리가 된 히틀러는 급속히 권력을 강화하기 시작했고 그 방법은 ‘피의 숙청’이었다. 특히 34년 6월 30일 ‘장검(長劍)들의 밤’은 공포 그 자체였다. 히틀러가 친위대를 앞세워 돌격대 및 독일 국방군 내 반항 세력과 반 나치 세력을 숙청한 친위 쿠데타였다. 돌격대 수장 에른스트 룀의 부하 1000여명이 검거되어 즉석에서 처형됐다. 워낙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어서 무슨 일인지 알고 죽은 사람이 거의 없었다.
이 소식을 접한 87세의 힌덴부르크 대통령은 정신이 혼미해졌다. 그는 마침내 8월 1일 히틀러를 ‘각하’라고 불렀다. 그다음 날 그는 사망했고 그의 자리는 히틀러 차지가 됐다.
이해 늦여름엔 아무것도 남은 게 없었다. 히틀러를 통제하거나 길들이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됐다. 정당, 노동조합, 국회, 내각, 연방주와 돌격대 모두 무력화됐다. 독재의 길이 완벽하게 닦인 것이다. (데니스 웨프먼, 『인물로 읽는 세계사-히틀러』, 김기연 역/ 벤저민 카터 헷, 『히틀러를 선택한 나라』, 이선주 참고).
글/ 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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