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본회의 처리 초읽기…권리신장 vs 경영혼란 팽팽

김성웅 기자 (woong@dailian.co.kr)

입력 2025.08.04 13:52  수정 2025.08.04 14:13

노란봉투법, 5일 본회의 통과 전망

野, 필리버스터 예고 등 강력 반발

김영훈 장관, 노란봉투법 강력 추진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노조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 등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노동조합 단체행동권을 확대하고 손해배상 책임을 제한하는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 일명 노란봉투법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하며 본회의 처리를 앞두고 있다. 여당은 5일까지인 7월 임시국회 회기 내에 노란봉투법 본회의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어 법안 처리가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개정안은 과거 윤석열 정부에서 두 차례 국회를 통과했으나, 대통령 거부권으로 폐기된 바 있다. 그러나 이재명 정부 출범과 함께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의 강력한 의지로 재추진되고 있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위한 무제한 토론)를 예고하며 반발하고 있다.


원청도 교섭 대상…하청 노동자 권한 강화


노란봉투법의 핵심적인 변화는 ‘사용자’ 개념의 확장이다. 기존 노조법이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만을 사용자로 한정했던 것과 달리 개정안은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까지 사용자로 인정한다.


이에 따라 원청업체가 하청 근로자의 임금이나 인사 등 실질적인 근로조건을 결정하는 경우 원청에게도 교섭 의무가 부과될 수 있다. 그동안 하청 노동자들이 실질적 권한을 가진 원청과 대화할 수 없었던 상황을 개선한다는 취지다.


노동쟁의의 정의도 조정됐다. 개정안은 ▲근로조건에 실질적 영향을 미치는 사업상 결정에 대한 불일치(구조조정·정리해고 등) ▲노사 간 단체협약의 명백한 위반 등 두 가지 경우로 쟁의 대상을 제한했다.


이를 통해 정리해고나 사업 통폐합 같은 경영상 판단도 쟁의 대상에 포함되면서 노조 파업이 기업 경영 전반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아졌다.


노조 활동으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 제한도 강화됐다. 정당한 단체 교섭이나 쟁의행위는 물론, ‘쟁의행위 외의 노조 활동’인 선전전이나 피케팅 등으로 인한 손해까지 면책 대상에 포함됐다. 특히 노동자 개인의 손해배상 책임도 크게 완화돼 법원이 노조 내 지위·역할, 쟁의행위 참여 정도, 손해 발생과의 연관성 등을 개별적으로 판단해 책임 비율을 정하도록 했다.


노동계 “간접고용 늘어난 현실 반영…재도개선 필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가 4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조법 2·3조, 방송3법 국회 본회의 즉각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노동계와 여당은 노란봉투법이 간접고용이 늘어난 현실을 반영한 필요한 개혁이라고 주장한다. 직고용이 흔했던 과거와 달리 하청·도급 등의 간접고용 형태가 활성화한 현재에는 이같은 제도개선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허영 더불어민주당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지난 3일 국회에서 “개정안은 그동안 노동 현장에서 반복된 구조적 갈등 등 악순환을 끊고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책임을 명확히 해 교섭 질서를 바로 세우는 게 목적”이라며 “한쪽으로 기울어졌던 노사관계 무게추를 균형 있게 조정해 대화 자체가 불법이 되는 현실을 바로잡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홍배 원내부대표 역시 노란봉투법을 “노동 3권을 실질적으로 구현하고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았던 과도한 손해배상을 합리적으로 조정한 법”이라며 “노사 모두 쟁의보다 대화를 선택할 수 있는 ‘산업평화 촉진법’”이라고 규정했다.


반면 경영계와 야당은 노조의 빈번한 파업으로 기업 경영의 혼란과 노사 관계 악화를 우려했다. 특히 산업 구조상 협력·하청 관계가 많은 자동차·조선 등 제조업계의 우려가 깊은 상황이다.


경영계 “노사갈등 심화 우려…현장 혼란 불가피”


손경식 경총 회장이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에서 열린 노동조합법 개정 관련 긴급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은 지난달 31일 경총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백 개 하청 노조가 교섭을 요구하면 산업 현장은 극도의 혼란 상태에 빠질 것”이라며 “하청 노조 파업이 빈번하게 발생하면 원청은 협력업체와 거래를 단절하거나 해외로 사업체를 이전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경영계는 이번 개정안으로 해외 투자 결정 같은 정당한 경영활동까지 파업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예컨대 해외 진출 필요성에 따라 현지에 생산시설 투자를 결정했을 때도 노조가 ‘일자리 감소’ 등을 이유로 파업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민주노총)은 경영계와 야당에 “노란봉투법은 원청이 하청 노동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지배·결정권을 가진 경우에만 사용자로 인정하는 것”이라며 “쟁의행위 대상 역시 ‘임금, 근로시간, 복지, 해고, 근로자의 지위 등 근로조건의 결정’에 한정돼 있어 과도하게 확대됐다는 주장은 억지”라고 반박했다.


노란봉투법은 국회 본회의 통과 후 공포되면 6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시행된다. 고용부는 이 기간 동안 하위법령과 현장 지침을 마련한다.


특히 노동위원회와 법원의 기존 판례를 토대로 ‘사용자성 판단기준’과 ‘원하청 교섭 절차’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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